지난달 16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청년 일자리 창출 방안: 벼랑 끝에 선 청년에게 희망을”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청년 고용이 부진한 원인을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 노동시장 미스매치, 산업 수요를 따라오지 못하는 대학교육, 한국 경제의 고용창출력 저하 등 4가지에서 찾고 있다. 청년취업률이 문제가 된 것은 벌써 오래전이지만 아직까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데에는 여러 사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기업을 운영하다보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게 되고 각계에 건의해서 시정하거나 보완할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경총이 문제점으로 지적한 4가지 사항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국 사회의 고용 문제, 좁게는 청년들의 취업난을 경영자의 입장에서만 바라보며 외부 탓으로 돌리는 듯한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일례로 청년들의 대기업 쏠림 현상으로 중소기업은 만성적으로 인력 부족을 겪어 심각한 인력 수요-공급 미스매치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은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외면하는 원인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마치 청년들의 이기적인 태도만 고치면 해결된다는 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학교육과 관련하여 경총은 산업 수요와 괴리된 대학교육으로 인해 대졸자의 높은 학력 수준에 비해 직무 능력이 취약하며, 최첨단 산업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지만 대학들은 관련 학과의 정원을 늘리지 못하며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을 남겼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기업에서 필요한 인재 양성, 즉 “산업 맞춤형 인력양성에 특화된 직업교육 경로를 구축”하라는 것이다. 경총의 요구대로라면 기업들이 요구하는 업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학과들만 대학에 남게 된다. 경총의 요구에 일정 부분 귀를 기울이며 대학들이 개선해 나가야 할 점이 분명 있지만 대학이 산업체가 원하는 교육을 시킨다고 청년층의 취업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근무 환경이나 임금 및 고용의 경직성 등 기업 문화를 바꾸면 청년층의 취업이 용이해지는 것을 기업들도 알고는 있지만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등 기업들도 변해야 한다.

  대학 교육에 거품이 꼈다는 지적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고 대학의 변화가 시대의 흐름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의 대학들은 이미 싫든 좋든 변화의 조류에 몸을 담고 있으며 무한경쟁에 돌입했다. 외부의 압력이 없더라도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교육 거품도 자연스레 걷힐 것이다. 기업체가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하려면 가장 좋은 방법은 기업이 직접 대학을 운영하여 교과과정을 그에 맞게 고치고 학생들을 교육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가 요구하는 실용적 인재, 즉 특정 분야의 전문가는 역으로 타 분야에 대해 무지하거나 판단할 능력이 없는 일종의 바보, 삶에 대한 성찰을 하지 못하는 영혼 없는 존재를 양산할 위험도 있다. 세계 유수의 대학이 인문교양교육을 바탕으로 전공이나 직업 교육을 실행하여 지성 뿐만 아니라 덕성이나 감성도 겸비한 전인적 인간을 길러내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음을 우리 사회는 간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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