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급해지면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많은 관객이 지켜보는 무대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며 대사를 암기하여 연기하는 배우,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TV 중계되는 결승전 경기장에서 슛을 터뜨리고, 날아오는 공을 잡아내는 운동선수를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엄청난 스트레스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고 평소 연습하던 대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처럼 막연한 질문에 대한 단서는 반대로 언제 우리가 실수하게 되는지를 살펴볼 때 얻을 수 있다. 야구선수, 일례로 내야수가 가장 많이 실수할 때는 어떤 상황인가? 유심히 살펴보면 내야수는 굴러오는 공이 글러브에 완전히 들어가기 전에 눈을 들어 1루수를 바라볼 때 가장 많이 실수하게 된다. 마음이 급해서 한 동작을 완전히 마치기 전에 다음 동작으로 넘어가는 순간 실수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공이 글러브에 들어올 때까지 공에서 눈을 떼어서는 안 된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공격수는 슛할 때 절대로 골대를 안 본다. 공을 본다. 공의 어느 지점을 어떻게 차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골대는 공을 차기 전에 이미 봐 둔 상태이다. 머릿속에 골대의 정확한 위치는 입력되어 있다. 골프에서 아마츄어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헤드업이다. 공을 치고 나서 고개를 들어야 하는데 공을 치기도 전에 고개를 든다. 공이 어디로 가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일은 순서가 있다. 외과수술의 경우 많은 사전적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그 전날 식사를 하지 않아야 하고, 미리 처방한 약을 복용하며, 수술 부위를 소독하고, 마취하는 등 일련의 순서를 치밀하게 다 확인해야 한다. 하나라도 놓치고 순서가 바뀌면 큰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건설 및 산업현장에서의 안전사고도 이와 같은 치밀한 루틴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거나 어겼을 때 나타난다. 

  졸업과 취업을 준비하는 재학생들은 마음이 분주하다. 해야 할 공부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주위에서 온갖 소식이 들려온다. 어떤 선배는 회계사 시험에 붙고, 잘 아는 고등학교 동기는 대기업에 들어갔으며 엄마 친구 아들은 로스쿨에 합격했다고 한다. 초조하기도 하고 아직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나 자신이 초라하기도 하다. 갑자기 자신감이 사라진다. 그러나 마음을 가다듬자. 오늘, 아니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고 그것에 집중하자. 오늘 일을 내일로 미뤄도 안 되지만 내일 일을 오늘 미리 해도 안 된다. 가급적 multi-tasking은 사양하라. 스마트폰도, 메이저리그와 프리미어리그도, BTS도 잠시 내려놓자. 마음을 가라앉히고 집중하자. 지금 하는 일에 몰두하자. 한 번에 하나씩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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