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파리에 있는 보자르-말라께 대학원 제자들과 수업 중에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2주 전엔 보스턴 하버드 건축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제자들과 같은 방식으로 이야기했고 다음 주에는 네덜란드 델프트 대학원에 있는 제자들과 현지의 경험과 수업에 관하여 화상으로 대화할 예정이다. 모두 건축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최고의 명성을 누리는 교육기관들이다. 화상통화로 유럽과 미주에 있는 학교에서의 생생한 스튜디오 경험을 마치 한 방에서 얘기하는 듯 만들어준 졸업생들이 자랑스럽고 새삼 달라진 세계를 느끼게 한다. 
  수업에 참여한 재학생들은 여과 없이 현지에서 진행되는 수업을 선배로부터 바로 확인할 수 있고 미래를 위한 준비와 지금 하는 공부의 수준을 비교하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이런 시간이 가능한 것은 11년 전 시작했던 스페인 국제 스튜디오가 계기였다. 그때 참여한 학생들은 지금은 한국 건축의 30대 기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국내 건축잡지와 방송은 물론이고 2020년에는 45세 이하의 건축가에 수여되는 젊은건축가상을 받으며 경쟁이 치열한 국내 건축계에서 그 목소리를 확실하게 내고 있다. 이후 나의 국제 스튜디오는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까지 이탈리아 베네치아, 슬로베니아의 류블리나, 중국의 센진, 네덜란드 흐로닝건, 델프트, 틸버그,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일본의 동경에서 학생들과 함께하였다. 내게도 유럽, 미주, 일본의 건축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을 몸소 경험하고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여행들을 통해서 일관적으로 느낀 점은 이들 스튜디오가 많은 국내 대학의 경직된 스튜디오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었다. 왜 우리 대학 교육은 미래에 효용성을 잃을, 유효기간이 한정된 “전문적, 실무적” 교육에 매달리는 것일까? 이러한 상황은 최근 사회적으로 더욱 견고해지고 거대해져 우리 욕망의 방향을 형성한다. 요즘 유행하는 “학교는 감옥”이라는 말은 학교 건축이 감옥 같다는 공간적 의미가 아니라, 철저하게 자본화된 사회적 욕망 속에 취직을 위한 “실무적”이고 “전문적” 지식이 합리적 선택이라고 은밀하고 자발적으로 내면에 고착시키는 역할을 학교가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미셸 푸코식으로 말하면 진정 “학교는 감옥이다.” 가야트리 스피박의 호소처럼 나는 대학 교육이 이렇게 굳어진 욕망의 구조를 흔들고 그 우선순위를 바꾸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시대 “합리화”의 결과인, 모든 욕망을 선점한 “취직”의 건축보다는 그 “건축”을 넘어선 건축으로 우리 학생들과 소통하고 싶다. 꽉 짜인 수업 속 당연시된 취업을 위해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사실을 상기할 때 비로소 창조적 건축을 할 수 있다. 
  이것이 자본의 집중과 환경위기의 지구를 물려받은 세대가 품어야 할 가치일 것이다. 근시안적이고 경직된 소위 전문가식 “건축”을 대학에 너무 깊이 들여놓은 것은 아닌지, “우리가 알아온 그 건축이 아닌 다른 건축이어야만 해!”라고 소리 없이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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