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의 교정에도 따스한 봄이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엔데믹으로 가는 코로나 시국에서 교정에서 만나는 학생들의 표정은 마냥 밝아보이진 않곤 하네요. 다들 고민이 많은 거겠지요.
  돌이켜보면 저는 외교관이 되고 싶은 꿈 많은 소녀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한 후 가장 친한 친구를 잃고 많은 방황 끝에 지금 숭실의 교단에 서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제 어릴 적 목표에 의하면 전 실패한 사람일 것입니다. 외교관이 되지 못하였으니까요. 세상의 기준에 의하면 돈을 많이 벌지도,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있지도 못하고 있으니 더더욱 그러겠지요.
  하지만 단 하나의 꿈은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가, 그리고 제 친구가 겪었던 일들을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이 겪게 하고 싶지 않다는 것. 한반도에서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더 이상 차별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꿈입니다. 너무 이상적이고 막연하지요. 하지만 그러한 제 꿈을 위해 저는 오랫동안 탈북민(북향민)을 돕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북한 사람들이 서로를 더 이해하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남북이 자유롭게 오고가고 유라시아로 나아가는 그 날을 꿈꿉니다. 지금 숭실에서 그 꿈을 위한 연구와 활동을 할 수 있어 행복하고 감사할 따름이지요. 
  사람들은 누군가의 삶에 대해 성공과 실패로 평가하곤 합니다. 그 기준에 의하면 저같이 특정 대학에 가지 않은,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은 실패자인거겠죠. 하지만 전 여러분에게 말하고 싶어요. 어느 누구도 여러분의 가치를 평가하도록 허락하지 말라고 말이죠. 여러분 한 명 한 명은 너무나 귀하고 눈부신 존재이기에, 신이 주신 무한대의 소중한 달란트를 가지고 태어났기에 감히 어느 누구도 여러분의 삶과 인생을 평가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의 평가에 휘둘려 여러분이 우울해지고 힘들어지려고 태어난 건 아니잖아요. 여러분의 인생은 여러분의 것이니까요. 스스로가 삶의 주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지금은 마냥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꿈이 무엇인지 막막할 수 있습니다. 잘 모르겠다면, 그냥 현재를 사세요. 이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습니다. 기회가 온다면 부딪히고 그 순간순간에 충실하세요. 현재가 즐겁다면 즐거운 과거들로 채워지게 되고, 다가오는 미래 또한 기다려질 겁니다. 충실한 오늘은 내일의 또 다른 기회를 만들더라고요. 전 여러분들 한 명 한 명의 아름답고 눈부신 모습이 보입니다. 저는 여러분 스스로가 자신의 귀함과 가치를 알고 하루하루를 채워나갔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언젠가 “전수미 교수님 말 듣고 저 열심히 살았더니 이렇게 되었어요” 라고 소식 전해주었으면 해요.
  아름다운 그대들의 예쁜 소식들,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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