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타임은 우리에게 편리함과 불편함을 동시에 가져다준다. 자신에 대한 모든 정보를 감추고 익명성을 내세워 가감 없이 의견을 제시할 수 있지만, 정도가 심해져 혐오만이 남을 수도 있다. 익명으로 운영되는 에브리타임의 양면성을 알아보자.


  대학교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등장

  본교 경제학과 재학생 A 씨는 “자기 전에 한 번 핫게시판을 훑어본다. 별다른 목적이 있다기보다는 지루함을 해소하기 위함이다”고 말했다.

  에브리타임(이하 에타) 이용자 A씨가 에타를 사용하는 이유이다. 에타는 서울 소재 한 대학교 졸업생이 시작한 스타트업이다. △시간표 제작 △대학교 커뮤니티 △대학 관련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제작된 온라인 서비스로, 약 400개의 국내 2년제 및 4년제 대학교에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20대 타깃 전문 연구기관 ‘20대연구소’에 따르면, 에타는 지난 2021년 20대의 온라인 커뮤니티 플랫폼 사용 비율 중 다음이나 네이버와 같은 포털 기반 커뮤니티 다음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커뮤니티다. 빠르게 점유율이 증가해 기존의 웹 사이트 형식의 대학교 커뮤니티를 대체하는 필수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되었다. 일부 대학교의 경우, 대학교 커뮤니티를 사용하지 않고 에타만 운영되기도 한다.

  에타의 가장 큰 장점은 정보 교환이다. 교과목 및 교수에 대한 강의 평가와 시험 유형 등의 정보를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다. 에타 내 자체 포인트를 통해 시험 정보를 구입해 자세한 시험 유형 및 범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수업 외적인 부분에서도 의견 교환이 자유롭다. △자유게시판 △비밀게시판 △졸업생게시판 △새내기게시판 △장터게시판 등 다양한 게시판을 통해 학교 커뮤니티의 기능을 하고 있다. A씨는 “학사제도나 행사 등 학교가 돌아가는 상황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자주 이용한다”고 밝혔다.


  나를 감춘 의견 피력의 효과

  에타는 기본적으로 익명성이 요구된다. 익명이란 ‘이름을 숨김. 또는 숨긴 이름이나 그 대신 쓰는 이름’으로, 이용자는 게시글이나 댓글 작성 시 익명 사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회원가입을 할 때 닉네임을 작성하긴 하지만, 대부분의 게시글은 익명으로 작성되며, 댓글 역시 익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에타는 익명 형태로 운영되는 타 커뮤니티나 댓글 서비스처럼 익명성을 빌려 자신의 고민이나 생각을 글로써 가감 없이 표현하는 커뮤니티에 속한다. 이에 학교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등 학교 내 내부고발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달 20일(수) 서울대 재학생이 에타에 학식 사진을 올리면서 부실한 학식을 비판한 사례가 있었다. 이후 에타에는 학생 식당을 비판하는 게시글이 쏟아졌고, 일부 학생들에 의해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이 지난달 1일(금)부터 3,000원에서 6,000원이었던 학생 식당 식대를 4,000원에서 7,000원으로 인상하며, 재학생 사이에서 불만이 높아진 것이다. 이에 지난달 27일(수) 18개 학내 단체들로 구성된 노동자, 학생 연대 활동 기구인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이하 비서공)’이 학교 본부와 생협 사무처에 학생 단체급식의 품질 개선을 위한 5대 요구안을 제시했다. 5대 요구안은 △식사 질 개선 및 저가 메뉴 확충 △세트메뉴에 대한 가격 보조 정책 실시 △임대료 영구 전액 면제 등 생협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 △식당 인력 충원 △생협 학생식당의 직영화다. 서울대 본부 내에서는 1,000원에서 5,000원 사이의 메뉴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었고, 간편 요리 세트인 ‘밀키트’나 도시락을 구입해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위와 같은 사례처럼, 에타를 통해 학교 내 문제 상황이 제시되고, 변화를 이끄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야기되기도 한다. 익명성은 표현의 자유가 확대되면서 다양한 정보교환을 가능하게 했다. 모든 사용자가 데이터를 생산 및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인터넷 환경인 웹 2.0에서 상호작용성의 장점을 가진 열린 플랫폼이 확장되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이 한 공간에서 소통되는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이 등장하였다. 기존 미디어의 경우 소통 방식이 △일방향적 △수직적 △계층적이지만, 인터넷은 열린 공간에서 다양한 토론이 가능한 표현의 자유 영역이 된 것이다. 커뮤니티 이용자는 익명성을 앞세워 내부고발이나 비윤리적인 행태의 폭로를 통해 부조리함을 개선해나갈 수 있게 됐다.


  혐오 표현으로 얼룩진 의견 교류의 장

  반면, 일부 커뮤니티 회원들은 익명성을 앞세워 갈등을 유발하고 하나의 게시글에 대해 쉽게 ‘과몰입’하는 경향을 보인다. 반말이나 막말을 사용해 게시글 내에서 갈등이 발생하거나, 저격성의 글을 통해 타인을 비난하며 정보를 제공하는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에타의 목적을 상실시킨다.

  △성소수자 △교수 및 강사 △정치인 등 특정 계층이나 집단, 인물에 대한 원색적인 혐오 표현도 상당하다. 사용자 간 익명성이 철저히 지켜지는 것이 혐오 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배경이다.

  에타에 달린 악성 댓글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했던 사건도 있었다. 지난 2020년 서울 소재 대학교 재학생이 평소 우울증을 앓던 자신의 심경을 토로하는 글을 에타에 게시하였다. 이에 타 이용자들이 해당 대학생을 비난하는 악성 댓글을 달았고, 우울증 증세가 심해져 지난 2020년 10월 8일(목) 극단적 선택을 하였다. 

  이 사건 이후, 지난 2020년 11월 2일(월) 전국 25개 청년·인권·시민사회단체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에타 측에 재발방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민단체 측은 “기업의 무책임한 방치와 대학 당국의 외면으로 악성 댓글이 계속되면서 한 사람의 인생을 앗아갔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하거나 지나치게 편향된 성향을 드러내는 게시글이 다수 존재하며, 해당 게시글에는 다른 정보 공유 게시글과는 달리 더 많은 댓글이 달려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올리면 상대방을 향한 근거 없는 비난을 하기도 한다.
 
  청년의 권리를 요구하고 지속가능한 변화를 위해 활동하는 ‘청년참여연대’의 에타 이용 대학생 3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9.1%가 에타를 이용하는 도중 게시글이나 댓글로 인해 불쾌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불쾌감을 느낀 이유에는 △막말이나 비방글로 인한 불쾌감 △여성혐오 등 소수자 혐오 표현 △음란 표현과 정치적 편향성 △허위 정보 △사칭 △사기 등이 제시됐다.


  방치된 에브리타임 

  에타의 신고 시스템은 이용자들의 신고에 의존하여 운영된다. △광고, 홍보 관련 게시물 및 타인의 요청에 따른 게시물 대리 작성 행위 △욕설, 비꼼, 도배 등 타 이용자에게 불편과 불쾌감을 끼쳐 신고받을 수 있는 게시물 작성 행위 △정치, 종교, 청소년유해음란물 등 커뮤니티 이용규칙에 어긋나는 게시물 작성 행위 등은 신고 대상이다. 이용자에 의해 신고당하게 되면, 게시물이 삭제되고 최대 5년까지의 △글쓰기 제한 △1:1 대화 이용 제한 △접근 제한 등의 제재가 가해진다. 
 
  지난 2020년 10월 8일(목)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에타 내 △성별 △지역 △특정 대상에 대한 차별과 비하 정보에 대해 자율규제 강화 권고를 의결했다. 이에 에타 운영진은 타 이용자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 게시물이 삭제되고 이용이 제한된다는 것과 정치·사회 관련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으로 이용규칙을 개정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해결방안이 아니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에타 내 무분별한 혐오 표현이나 지나치게 편향된 게시글 작성을 방지하는 제도 마련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에타의 신고 누적에 따른 자동 삭제 시스템 또한 커뮤니티 내의 소수 의견을 검열한다는 반발이 제시되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2월 부산 소재의 대학교 재학생이 정치인과 관련된 글을 올렸다가 제한 조치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에타는 해당 상황 발생 원인에 자동 신고 처리 시스템을 이유로 들었다. 특정 정치인을 언급하면 자동 삭제되는 시스템 자체가 의견을 교환하는 에타를 검열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특정 집단 혹은 계층을 비판하는 게시글의 신고 및 관리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 A 씨는 “자유로운 의견교류를 위해 검열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점은 옳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보며 사고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의견을 자유롭게 교환하는 장소에서 검열을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점이 제기된다.
 
  학교별 커뮤니티의 경우, 재학생 본인인증 절차를 거쳐야 참여가 가능하다. 그러나, 재학생이 아닌 제3자에게 계정을 양도하거나 매매하여 외부인이 게시판 활동을 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9년 11월에서 12월 사이 덕성여대, 한양대 등 여러 대학의 에타 게시판에서 고가의 스마트기기를 판매하겠다는 글을 올린 뒤 돈만 받고 물건을 넘기지 않은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경찰에 따르면, 에타 아이디를 3만 원에 구입하여 해당 학생인 것처럼 가장해 범행 대상을 물색하며, 거래할 때마다 학과와 학번을 언급하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했다. 에타의 규정상 아이디 매매는 금지되어 있으나 인터넷을 통해 아이디 거래가 이루어지는 상황이다. 재학생 인증은 초기 가입 시에 한 번 진행되기 때문에, 외부인의 커뮤니티 사용 제한이 어려운 실정이다.


  익명성에 삼켜진 커뮤니티

  익명성을 앞세운 갈등 조장은 에타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포털 사이트를 포함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익명으로 댓글이나 게시글을 작성해 타인을 근거 없이 비판하는 모습이 공통으로 나타난다.

  블라인드나 잡플래닛 등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익명성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의 부정적인 영향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69%가 익명성에 숨어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글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느끼고 있었다. 익명 커뮤니티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는 의견 또한 61.4%의 결과를 보여주었다.

  많은 사용자가 익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네이버의 경우, 익명성에 기댄 악성 댓글 작성을 방지해 여론 왜곡을 막기 위해 뉴스 댓글 정책을 개선해왔다. 지난 2018년 4월 기사당 댓글을 3개로 제한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지난 2019년 4월에는 욕설이 담긴 댓글이나 악성 댓글들을 자동으로 걸러주는 AI 클린봇을 도입했다. 지난 2020년 3월에는 연예 뉴스 댓글로 인한 연예인의 인격권 침해 방지를 위해 연예 뉴스 댓글 서비스를 중단했고, 같은 해 8월 댓글 서비스 중단 범위를 스포츠 뉴스까지 확대했다. 
 
  지난 2020년 3월 19일(목)에는 네이버가 악플을 방지하고 어뷰징 시도를 줄여 자유로운 표현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고 댓글의 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사용자의 댓글을 전면 공개했다. 이전까지는 사용자 본인이 댓글 공개 여부를 설정할 수 있었지만, 전면 공개 시행 이후부터는 강제로 모두 공개되었다. 이러한 네이버의 댓글 전체 공개는 작성자가 자신의 댓글을 삭제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오피니언뉴스 통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20년 3월 1일(일)부터 17일(화)까지 댓글 본인 삭제 비율이 약 11%였지만, 네이버가 댓글 전체 공개 시행을 발표한 지난 2020년 3월 18일(수)에는 본인 삭제 비율이 14.5%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과몰입은 자기 폐쇄로 이어져? 

  서울신문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익명성에 기댄 커뮤니티의 위험성을 강조하면서도 특정 집단의 관심사를 공유하거나 의견을 교류하기 위해 익명 커뮤니티로 모이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평가한다. 고려대 사회학과 윤인진 교수는 “익명 커뮤니티에 모여 말하는 것은 학생들의 직접적인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반면 익명성에 과몰입하고 지나치게 소속감에 빠져 폐쇄성에 갇히는 것은 위험한 현상이다. 연세대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는 “익명이라는 특성이 도덕적 측면에서 자기 통제나 억제 수준을 낮추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고 지적했다. 익명성에 자신을 가두고 빠져들다 보면, 혐오 표현을 그저 재미로만 향유하게 될 수 있다. 심각한 사안을 다룬 게시글이나 비속어가 담긴 게시글 등을 보면 ‘필력 좋네’ 등의 긍정적인 댓글을 다는 또 다른 익명의 누군가가 존재한다. 비난과 혐오가 가득한 게시글을 유머로 받아들이는 배경에는 익명성이 주는 안정감이 있다. 김경우 정신의학과 전문의는 이 현상에 대해 “얼굴과 실명을 드러내지 않아 자신들이 익명성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착각한다”며 “이런 착각으로 자신의 어두운 내면과 비뚤어진 정의감을 드러내 상대방을 공격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성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가지고 있는 만큼, 제재 방법의 수위에는 항상 논란이 따라왔다. 커뮤니티 운영진의 제재나 법률적 차원의 제재는 언제나 자유로운 의견 교류의 현장을 막는 행위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데일리에 따르면,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스트레스를 익명인 공간에서 과도하게 공격적인 언어로 해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익명성에 기댄 혐오 및 비난 표현의 감소를 위해서는 이용자 스스로 인터넷 윤리 의식을 함양하는 것이 필요하다. 곽 교수는 “스트레스를 욕설 등으로 표출하고 나면 순간적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며 “이런 방식의 해소가 반복되면 부정적인 감정이 더욱 커지기 때문에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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