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역」권민표, 서한솔 감독
「종착역」 권민표, 서한솔 감독

  열네 살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의 끝은 어디일까? 권민표, 서한솔 감독의 영화 <종착역>은 세상의 끝을 찍어 오라는 동아리 선생님의 방학 숙제를 위해 여정을 떠난 네 소녀의 시간을 담고 있다. 약 75분이라는 러닝타임 속 네 친구는 그들이 생각하는 세상의 끝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다 한 친구의 제안으로 지하철 1호선의 끝인 신창역에 가게 된다. 친구들이 떠올릴 수 있는 세상의 끝은 단순하다. 수원, 병점, 평택 등 어쨌든 집과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파란색 선의 끝이다. 그렇게 도착한 종착역은 네 친구들의 생각과는 달리 끝없는 철로로 이어져있다. 끝이 끝일 줄 알았는데, 종착역은 사실 반환점이었다. 친구들은 더 끝으로 향해 간다. 철로가 끊겨 있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역사가 이전하기 전 신창역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다시 버스를 타고 나선 시골 길에서는 소나기가 쏟아지기도, 고양이를 보살피던 친구를 찾아 골목길을 걷기도 하며 여정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예상치 못한 1박을 하기까지 한다. 친구들의 족적을 종잡을 수 없기에 영화는 자유롭고 생생하기 그지없다. 작위적인 대사나 배경 음악이 없지만 네 친구들이 느끼는 다채로운 감정을 충분히 전달 받을 수 있다. 특히 영화 속 네 친구들이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노인정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서로의 감정을 전하는 장면은 우리 모두의 유년기를 떠올릴 수 있게 한다. 꾸밈없이 담담하게 그 시절의 고민을 주고 받는 네 친구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나아가 시간의 흐름 속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그리고 네 친구들도 세상의 끝이란 벽처럼 가로막힌 곳이 아닌 끝없이 연결되어 있기에 끝나지 않는 곳임을 마음으로 이해하게 된다. 영화 <종착역>은 사건이 진행될수록 한 명의 관람객으로서 미소를 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 끝은 알 수 없지만 함께 해주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면 비록 그 길의 끝이 반환점일지라도 씩씩하게 가볼 만한 길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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