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건: 매버릭」  조지프 코신스키 감독
「탑건: 매버릭」  조지프 코신스키 감독

  영화 <탑건: 매버릭>이 36년간의 기다림 끝에 다시 한 번 화려한 비행을 시작했다. 독특하게도 프리퀄이나 리부트를 택하지 않고, 36년이라는 시간을 켜켜이 쌓은 채 속편으로 돌아왔다. 흘러간 시간만큼이나 주인공 매버릭(톰 크루즈)에게도 세월의 흔적이 보인다. 그러나 영화는 2022년 매버릭이라는 캐릭터에 처음으로 열광하게 된 관객과 36년간의 기다림을 이뤄낸 팬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영리한 방법을 선택한다. 추억을 소환하면서도 추억에 기대지 않는다는 이 영리한 전략은 수많은 마니아들을 양성하며 흥행 고공 궤도를 달리게 만들고 있다.   
  영화의 오프닝에서 매버릭은 전투기만큼이나 그의 상징과도 같은 바이크를 타고 활주로를 달리며 등장한다. 전투기 이착륙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익숙한 전투기의 모습들은 3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마치 시간이 멈춘 듯 하다. 과거의 향수에 기대기만 해도 성공이 보장되었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탑건은 과감하게 새로운 이야기들을 풀어간다. 단, 시대적 상황이라는 무거운 주제에서 벗어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우정과 사랑, 팀워크와 같은 가치관을 풀어낸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간 파일럿이 아닌 무인 조종기가 보편화되며 탑건의 명성도 전과는 다르다. 매버릭 역시 실력이 뛰어나지만 소위 골동품 취급을 받으며 과거의 사람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여전히 패기로 가득하지만 이제 교관이 되어 젊은 세대와 교감하고 공감해야 하는 매버릭은 과거의 영광을 전시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걸어온 과거라는 시간과 앞으로 주역이 될 새로운 세대들을 위한 더 괜찮은 길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존중한다. 영화가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인물 간의 갈등과 세대 갈등을 충분히 가미시킬 수 있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예상 가능한 방식으로 영화를 쉽게 풀어낸다는 것이다. 블록버스터로서의 메시지나 복잡한 전개를 부러 선택하기보다 ‘올드 스쿨 블록버스터’의 정석을 보여주며 정공법을 택한다. 또한 톰 크루즈라는 스타를 100% 활용하며 정공법 그대로 성공하는 영화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김은지(문예창작 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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