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다. 


훅 하면 날아가 버리는 것도, 
잡으려고 젓은 손짓에 일은 바람에조차 날아가 버리는, 
잡힐 듯 무심히 떠나버리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
그런데 간혹
쫓아가 잡기조차 부질없게 만들 만큼 무심히 거센 바람이 불 때가 있다.
그렇게 날아가 버리는 것들을 바라볼 때면
더는 미련이 없는 듯 홀연히 사라지는 것이 내 마음을 미어지게 한다.
​​
날아가 붙잡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두고 날아가는 모든 것들이 어찌 알까.
​​
사실 나는 아직도 이것을 어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른다.
​​
나의 바람이 무색하게 성급히 전해지는 이별의 소식은,
간절히 모은 내 두 손 안의 공기만큼이나 나를 적막하게 만든다.   
드리운 죽음 앞에서 나는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요즘 지독히도 내리는 비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노라면
구멍 뚫린 듯 퍼붓는 줄기에, 나를 쏟아내는 양 공허해진다.
​​
잊기를 다짐하는 것과 모순적으로 항상 애타고 메마를 하루를 달력에 새로이 기록했다.
​​
나는 너희를 그렇게 매년 기억하리. ​너무 아파서 다시 또 잊을지언정
매년 다가올 그 날들을 다시금 그리워하며 
털어내듯 일상으로 돌아가
흘러왔듯 흘러가리라.
​​
​안녕. 이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무심히 가버린 못된 녀석들.

 

  유난히도 더웠던 올 여름, 차갑고 긴 한숨을 끝으로 할머니께서 영면에 드셨다. 그럼에도 나는, 할머니를 추억하는 것이 두려워 한없이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언젠가부터 매년 내 여름은 누군가를 추억하는 것에 바쁜 나날의 연속이 되어 버렸는데, 어김없이 찾아오는 친구들의 기일을 맞이하며, 무더운 여름 속에서 괴로울 만큼의 더위가, 추억의 잔재가 주는 아픔을 잊게 해 주길 바라 왔다. 그럴 때마다 한번씩 글을 적어 내려가는 것이 마음의 회복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이제는 때로 친구를 추억하는 슬픔에 무뎌져 가고 있을 즈음, 다시금 가장 아픈 일이 되어야만 했다. 친구들을 추억하는 일이 가장 슬픈 일이어야만 한다. 오지 못할 시간을 마음으로 그리며 추억하는 순간, 무너져 버린 감정의 댐이 내 온 세상을 잠기게 할까 두렵다. 당신의 부재를 마주할 용기가 없는 나에겐, 무심히 떠나 버린 친구들을 추억하며 아파하는 일이 아직은 가장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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