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수),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남성 역무원이 동료였던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 전주환 씨(31)는 이미 오래전부터 피해자를 스토킹해 지난달 8월, 검찰로부터 징역 9년을 구형받은 바 있다. 지난해 경찰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를 받은 전 씨에 대한 구속 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이 기각한 것으로 알려져 살해 사건의 원인을 일부 제공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 씨는 지난 2019년부터 피해자를 스토킹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난해 10월, 피해자는 불법 촬영 혐의로 전 씨를 고소했다. 전 씨는 서면 경고장을 받았지만, 이후에도 피해자에게 불법 촬영물을 전송하며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지난해 10월 8일(금) 긴급 체포됐다. 다음날 경찰이 구속 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해 주거지 확인이 가능하고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결국 전 씨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고, 1심 선고 하루 전날인 지난 14일(수) 오후 9시경 여자 화장실을 순찰하던 피해자를 뒤따라가 흉기로 살해했다.

  스토킹으로 체포됐지만 구속 영장이 기각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전주환 사건 이후인 지난 20일(화), 경찰로부터 스토킹 경고를 받았던 20대 남성이 여자친구 집에 들어가 폭행했지만 구속 영장이 기각됐다. 법원이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목)에는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해 접근 금지를 명령받은 후에도 동일한 범행을 저지른 20대 남성의 구속 영장이 기각됐다. 범죄 소명이 충분하지 않고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없다는 연유였다. 앞선 사건들과 같은 이유이다.

  현재 한국은 검찰이 구속 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70조(구속의 사유)에 따라,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를 중심으로 발부 필요성을 따진다.

  그러나, 같은 유형의 사건이 반복되자 범죄 가해자에 대한 구속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로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스토킹 범죄 관련 구속 영장은 32.6%가 기각됐다. 지난해 10월,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올해 8월까지 스토킹 범죄와 관련해 377건의 구속 영장이 접수됐지만, 3건 중 1건은 기각된 것이다.

  문제는 스토킹 범죄가 보복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스토킹 범죄의 가해자는 피해자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합의 요청 등 지속해서 연락을 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보복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보복 등 피해자에 대한 위해 가능성을 구속 사유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실제로 보복 범죄 우려 가능성을 구속 영장 심사 단계에서 고려하는 국가가 많다. 독일과 프랑스 등에서는 피해자를 해칠 우려와 재범 가능성 등 보복 범죄 및 피해자 위해와 관련된 내용을 구속 사유로 명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보석을 엄격하게 제한한다.

  한편, 한국의 경우 지난해 6월 대법원 사법행정자문회의 분과위원회를 통해 구속 영장 심사 제도 단계에서 ‘조건부 석방’ 제도 도입을 논의한 바 있다. 조건부 석방은 일정한 조건으로 구속을 대신하도록 명령할 수 있는 제도다. 구체적으로 △위치 추적기 부착 △거주 제약 △보증금 공탁 등 특별한 조건을 두고 피의자를 석방하자는 것이다.

  신당역 살인 사건 이후인 지난 20일(화), 대법원은 입장문을 통해 구속 영장 단계에 조건부 석방 제도를 도입해서 무죄추정·불구속 수사 원칙과 피해자 보호 사이에 조화를 이루게 할 필요가 있음을 밝혔다. 대법원은 “현행 제도는 구속 또는 불구속이라는 일도양단식 결정만 가능한 구조로, 구체적 사안마다 적절한 결론을 도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보복 범죄 등의 증가로 피해자의 신변 보호를 위한 새로운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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