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운이 나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먼저 운이 나쁜 소나무들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산에서 보았다. 어떤 소나무는 흙이 한 줌도 없을 것 같은 바위 틈에서 버티고 있었고, 또 어떤 소나무는 몸통이 똬리처럼 한 번 꼬여서 땅을 기는 형태로 자라나 있었다. 
  식물들뿐이겠는가? 사람도 나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해결책을 찾아 끝없이 노력하면 낯설고 드물지만 나만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소나무들이 자신만의 모습으로 살아남았듯이. 
  이제는 고전이 된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좋은 예를 볼 수 있다. 살인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간 주인공만큼 운이 나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런 그가 탈옥을 한다. 무려 20여 년 간 쉬지 않고 감옥의 벽을 파서 끝내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다. 픽션이니까 재미있게 보고 넘기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는 삶에 대한 위대한 상징이다.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출구를 찾으면 출구는 보인다는 그런 삶의 진실을 상징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출구에 다다른 사람은 더 이상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삶의 마스터가 되어 있다. 예를 들면 양귀자 작가의 ‘모순’이라는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의 어머니가 그런 사람이다. 어머니는 쌍둥이다. 쌍둥이 동생은 가족적이고 유능한 건축가를 만나 귀부인 같은 삶을 살아가고, 운이 지독히도 나쁜 언니는 술꾼에 한량에 폭력까지 휘두르는 남편을 만나 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힘든 삶을 살아간다. 그런데 동생은 자살로 삶을 마감한다. 같은 유전 인자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평탄한 삶을 산 동생은 스스로 삶의 의미를 만들어갈 능력을 기르지 못한 반면, 험난한 삶을 산 언니는 계속해서 삶의 도전에 맞서며 스스로 삶을 운행해 갈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남편은 행방불명 된 지 오래됐고, 아들은 구치소에 수감 중인 동네 건달이고, 딸은 돈이 없어 대학을 휴학하고 직장에 다니지만 자신은 가게 업종을 바꾸겠다고 일본어 책을 사 와서 밥을 먹을 때도 일본어 공부를 하는 그런 삶의 장인이 되어 있었다. 
  인간의 삶이 그렇다. 가마를 타고 산길을 넘어가는 사람도 있고 험한 산을 온몸이 긁히면서 가야 하는 사람도 있다. 인생에 공짜는 없다고들 한다. 그 반대도 사실이다. 주어진 삶의 악조건을 참고 이겨내면, 머리가 터질 듯이 생각해서 길을 찾아 고군분투하다 보면 어느 순간 폐활량은 늘어나고 다리는 튼튼해진 삶의 마스터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것이 운이 나쁜 삶의 보상이다. 덧붙이자면 그런 보상을 받느냐 못 받느냐는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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