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사립대도 기업처럼 인수합병이 가능해진다. 지난달 30일(금) 교육부는 '사립 대학의 회생 및 구조조정 방안'을 통해 사립대의 인수합병 방법을 다양화하고, 인수 대상자를 넓히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해당 방안이 추진되면, 대학이 타 대학에 △단과대학 △학부 △학과 정원을 유상 또는 무상으로 양도할 수 있는 '분리 매각'이 가능해진다. 또 경영 위기로 판단 지정된 부실대학인 한계 사립대에 대한 △학교 법인 △기업 △지자체의 기업식 인수합병이 허용된다.

  방안 추진 배경으로는 대학 미충원율 증가 등으로 운영에 난항을 겪는 학교 구제가 지목됐다. 학생이 충원되지 않아 재정 문제를 마주하는 대학이 증가해 폐교 위기 대학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미충원율 50% 이상 대학은 지난 해 27곳으로 지난 2020년에 비해 15개 증가 했다. 이는 저출산으로 학령 인구가 급감했 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충원율 증가에 대한 문제는 계속될 전망이다. 대학교육연구소의 '대학 구조조정 현재와 미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대입 정원인 47만 2,496 명이 계속 유지될 경우, 미충원 결원은 지난 2021년 4만 명이었던 수치에서 2024년 8만 명으로 2배가량 증가한다.

  이에 따라, 오는 2040년이면 대학 입학 자원이 28만 명으로 급감해 수도권 대학과 지방 국립대만 생존할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실제로 지난해 태어난 신생아 수는 약 26만 명으로, 해당 수치는 수도권 대학과 지방 국립대 입학 정원을 합친 수치와 비슷하다. 학생 감소, 재정난 등의 이유로 대학이 폐교될 경우, 학생과 교직원 등 많은 학내 구성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이를 방지하고자 사립대학 구조 개선이 검토되고 있다.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사립대 구조개선법)' 또한 발의됐다. 사립대 구조개선법은 사립대학과 학교법인의 구조개선을 통한 경영 정상화로 대학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고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해당 법안 에는 교육부가 검토 중인 대학 일부 또는 전부를 △타 학교 법인 △기업 △지자체에 매 각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의대 △약대 △간호대 △반도 체학과 등 경쟁력 있는 학과만 따로 매각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폐교되는 대학 학생의 편입학을 지원하고, 교직원에 대한 퇴직위로금 등을 지급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특히, 법안이 통과되면 경영위기대학의 구조 개선 지원 규제 특례가 인정된다. 교육 부는 매년 사립대학에 대한 재정 진단과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사립대학구조개선심 의회'를 통해 경영위기대학을 지정한다. 경영위기대학은 사립대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시설 △교직원 △학생 등을 유지하기 위한 재원 확보가 곤란한 상태로 의심되는 경 우에 지목된다. 지정된 경영위기대학은 학과나 대학 통폐합 등 구조 개선 계획을 제출해야 하는데, 이때 장학금 지급이나 건축 등 목적이 정해져 있는 적립금을 구조 개선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통폐합 시 △설립기준 △시설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 등 기준이 완화되는 등의 규제 특례가 적용 된다.

  현재까지는 현행법에 따라 사립대학 인수가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었다. 사립학교법 (제28조의 2)에 '학교 교육에 직접 사용되는 학교 법인의 재산은 매도하거나 담보로 제 공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는 대학 간 통폐합이 국 립대 또는 동일 법인 내 대학 간의 통합으로만 이루어졌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이후 30건의 대학 통합이 있었지만, 그중 서로 다른 법인 간의 통합은 4건에 그쳤다. △2009년: 가천학원·경원학원 합병 △2010년: 고려중앙학원의 한국기지털대 인수 △2011년: 중앙대학교의 적십자학원 인수 △2013년: 인하학원과 정석학원 합병이 4건에 해당하는 사례다.

  물론 대학 인수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현행법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학교 법 인 간의 합의로 이사회를 개편해 경영권을 넘겨받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학이 새로운 학교 법인을 영입해 경영권을 이전시키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삼성그룹은 성 균관대를, 두산그룹은 중앙대를 인수한 바 있다. 당시 성균관대와 중앙대는 재정난을 겪고 있었다.

  이 같은 교육부의 방안은 학령인구 감소로 등록금에 의존하는 사립대학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현 상황에 맞는 방안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광주교대 교육학과 박남기 교수는 "정부 지원으로 연명하는 '좀비대학'이 많기에 사립대 M&A 허용은 맞는 방향이 다"고 밝혔다. 특히 인수 합병을 허용하게 되면 대학을 인수하는 쪽에서 이사진 교체를 위해 이사장이나 이사들에게 사례금을 제공하는 음성 거래를 양성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이 경쟁력 있는 학과 외 기초 학문 분야에 대한 구제 방안은 되지 못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국사립대학교 수회연합회 양성렬 이사장은 "경영위기대 학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은 고등교육 투자 부족, 등록금 인상, 학령인구 감소이다"라며 "정부가 나서 등록금과 부족한 고등교육 재정을 확충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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