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후면 수능 고사가 실시된다. 지난달부터 일부 대학에서 논술고사를 실시하여 이미 대학입시는 시작되었다. 본교도 이달 초에 수시 지원생들에 대한 서류평가를 완료했고 이번 주 금, 토 이틀에 걸쳐 논술고사를 실시하는 등 새 학기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신입생 선발에 많은 교직원들이 힘을 쓸 것이다. 하지만 현행 대입제도가 효율적인가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중·고교 교육이 수능이라는 시험에 맞춰 이뤄져 암기식이나 문제 풀이식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이런 현실에서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비판적 사고력이나 창의력을 위한 교육은 실시할 수 없다. 학생부 위주로 평가하는 수시는 학생들의 다양한 능력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한국 사회에서 극도로 민감한 공정성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더구나 내년부터는 자기소개서를 제외하기로 해서 학생선발에 있어 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동안 대입 시험에 논술형 문항 도입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었고 점차 그 필요성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현행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OECD 35개국 가운데 6개 나라만이 선다형 입시를 시행하고 나머지는 모두 서술형 입시를 시행한다. 주요 선진국 중 미국과 일본이 객관식 입시를 치르지만 미국은 객관적 입시가 고교 교육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일본은 본고사를 병행하므로 객관식 시험이 입시에 영향을 크게 주지 못한다는 한 교육평론가의 지적이 있다. 이제 우리도 입시제도를 개편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각 대학에게 선발 자율권을 부여하여 대학의 정체성이나 특성에 부합하는 학생을 선발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전처럼 본고사가 부활할 가능성과 그로 인한 사교육비 증가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지금도 사교육비가 줄어들지 않는 상황이니 비용 면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가급적 교육 주체인 대학에게 선발권을 주는 것이 타당하다. 대학들은 그동안 실시했던 각종 수시전형 등으로 학생선발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축적해 왔다. 이제는 현행 대입제도에 대해 다각도로 숙고하여 개편을 해야 한다.

  한국 사회는 유난히 공정에 대해 강박관념일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수시 전형에 대한 공정성 시비로 정시 확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실제로 대학들은 교육부의 지시대로 정시 비율을 늘렸다. 하지만 학생들의 교육적 환경이 다른데 모든 학생들이 같은 시험으로 얻는 정량화된 수치로 평가하는 것이 공정한지, 개인이 가진 역량이나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것을 평가하는 것이 공정한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아직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완벽하게 공정한 제도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평가자들의 양식을 믿는다면 각 대학에게 학생선발에 대한 선택권을 주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바람직하다. 수능과 학생부 그리고 대학별 시험을 적절하게 결합하여 이용한다면 현행 대입제도로 인해 고교 교육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파행적인 수업운영이나 폐해를 방지할 수 있다. 시대는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는데 대입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경쟁력은 떨어만 질 뿐이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