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 대자보를 붙이기 위해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일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해석이 나왔다.

  서울 소재 A 대학에서 학생회 간부들 및 재학생들이 A대 운영 정상화를 촉구하는 대자보와 현수막을 게시했다. 그러나 A대는 허가받지 않은 게시물이라며 해당 대자보와 현수막을 무단 수거 및 훼손했고, A대 학생들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지난 4일(금) 인권위는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와 자치활동을 지나치게 제한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 및 지침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개정 권고 조항으로는, A대 학사행정규정 제14조 ‘모든 홍보물은 사전에 학생인력개발처장의 허가와 검인을 필한 후 게시하도록 돼 있다’는 내용 등이 있다.

  SNS 등 온라인을 통한 공론화가 성행하고 있는 디지털 시대에서 아직까지 대자보가 가진 △의견 개진 △접근성 △여론 응집 등의 위력은 부정할 수 없다. 대자보는 학내 구성원 간 의견 충돌 과정에서 자신의 요구를 피력하기 위한 표현의 수단이다. 알고리즘으로 인해 원하는 정보만 보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달리 수많은 의견이 오가는 현실을 대자보는 투명하게 보여준다. 갈등 상황에서 게시되며 대자보를 통해 문제가 의논되거나 문제 해결의 새로운 관점이 제시될 수도 있다.

  한편 학교의 승인을 받지 않은 교내 불법 게시물의 남발로 학생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 사례도 있다. 지난 5월 B 대학교 학보사에서는 학교의 승인 도장을 받지 않은 대자보 및 홍보물 등이 수거되지 않아 게시판 관리를 지적하는 기사가 발행되기도 했다.

  이처럼 공적 이슈를 주제로 한 게시물에 대해 최소한의 원칙은 적용하되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해줘야 한다. 본교의 ‘4-4-11 게시물 등의 설치 및 배포 관리 규정’ 제3조(허가)에 따르면, 대자보 등 게시물을 설치 또는 배포하고자 할 때에는 담당 부서에게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됐다. 이때 허가 기준은 내용에 따라 정해지며 게시 가능 여부의 핵심은 내용에 있다. 사이비 종교 등 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거나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는 내용에 대한 규정을 구체화함으로써 부작용 방지책을 마련할 수 있겠다. 대학은 학내 일원이 자유로이 의견을 게시할 수 있는 공론장이어야 한다. 학생 안전 및 면학 분위기를 보장하기 위한 게시물 등의 설치 및 배포 관리 규정이 대학의 순기능 자체를 사전에 봉쇄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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