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화) 윤석열 대통령은 일명 ‘주 최대 69시간제’로 우려가 제기된 근로 시간 개편 안 추진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노동계에서 이번 개편 안이 과로와 장시간 노동을 조장할 것이라는 비판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지난 6일(월)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이 현행 ‘주52시간제’를 유연하게 개편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개편 안은 근로자의 △선택권 △건강권 △휴식권 보장을 골자로 했다. 개편 안은 1주 단위로 관리하던 주 최대 근로 시간을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해 관리할 수 있도록 제시했다. 특정 주는 52시간보다 많이, 특정 주는 52시간보다 적게 일해 근로자의 근로 시간 선택권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개편 안대로라면 주 최대 69시간 노동이 가능해져 노동계에서 우려를 표했다. 주 최대 52시간으로 제한된 현재 방식을 월 단위로 확대할 시, 4주가 한 단위로 통합돼 1개월에 208시간 한도가 설정된다. 개편 안에 따라 11시간 연속되는 휴식을 보장할 경우 하루 24시간 중 13시간이 남는다. 근로기준법상 4시간마다 30분씩 휴게 시간이 보장되므로 남는 근로 시간은 11.5시간(13시간-0.5시간×3)이다. 일주일에 하루는 쉰다고 가정하면 1주 최대 근로 시간은 69시간(11.5시간×6일)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개편 안에는 장시간 연속 근로를 방지하고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3중 장치가 있다.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을 부여하거나 1주 64시간 상한이 준수돼야 한다. 4주 평균 64시간 이내의 근로 시간도 지켜야 한다. 또한 실근로 시간 단축을 위해 △분기 90% △반기 80% △연 70% 등 단위 기간에 비례해 연장 근로 총량을 감소하도록 했다. 추가로 정부는 연장 근로 시간을 적립해 휴가로 보상받을 수 있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이번 개편 안이 만성적 과로를 조장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정부가 과로사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기준은 ‘발병 전 12주간 주 평균 60시간 근로’ 또는 ‘발병 전 4주 연속 주 64시간 근로’다. 그러나 이번 개편 안으로 과로사 인정 기준까지 장시간 노동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은 “죽기 직전까지 일시키는 것을 허용하고, 과로 산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는 길을 정부가 제시한 것이다”며 “연 단위 연장 근로 총량을 관리하게 되면 4개월 연속 주 64시간 노동을 시키는 것도 가능해지고 주 64시간 상한제가 현장에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김희서 수석대변인도 개편 안이 “과로사 조장 정책이라 할 만큼 건강권과 노동권에 치명적”이라며 비판했다.

  또한, 현행 보상 휴가 제도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마당에 근로시간저축계좌제가 잘 이행될 수 있겠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시민 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지난해 들어온 휴가 관련 제보 229건 중 ‘연차 휴가 제한’이 96건(41.9%)으로 가장 많았다. 이에 ‘MZ노조’라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송시영 부의장은 “당장 있는 휴가조차 쓰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한 달 내내 휴가를 갔다 오겠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한국에 몇이나 되겠냐”며 장기 휴가의 현실적인 가능성에 의문을 표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논란이 비현실적 가정에 기초한 왜곡된 주장이며 장시간 근로에 대한 우려를 감안해 보완 대책을 시행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비현실적인 과장을 토대로 한 가짜 뉴스와 소통 부족 등으로 장시간 근로를 유발한다는 오해를 야기하고 있다”며 “개편 안은 1주 단위의 획일적이고 경직적인 규제를 개선하고 실근로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핵심 골자다”고 말했다. 또한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제도 개편은 주 52시간제의 틀 안에서 ‘1주 단위’의 연장 근로 칸막이를 제거하는 것으로 근로 시간의 총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다”며 “특정 주의 상한만 부각하는 것은 제도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 밝혔다. 이어 근로시간저축계좌제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도입을 통해 장기 휴가를 갈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후 △단체 휴가 △자녀 등·하원 시 시간 단위 휴가 △10일 이상의 장기 휴가 등 다양한 휴가를 적극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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