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화) ‘퐁니·퐁넛 마을 학살 사건’의 피해 생존자인 응우옌 티탄 씨는 특별한 판결을 받게 됐다. 바로 지난 2020년 4월에 응우옌 티탄 씨가 제기한 손해 배상 청구 소송에서 해당 학살 사건의 책임이 한국 정부에 있다는 판결이다. 해당 판결은 다른 의미로도 특별하게 다가온다. 재판부가 베트남 전쟁 시기에 발행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사건 책임이 한국 정부에 있음을 인정한 판결이기 때문이다. 응우옌 티탄 씨는 당시 작전 수행 중이었던 한국 해병대 제2여단 1중대 소속 군인들이 응우옌 티탄의 집에 들어와 총으로 위협당했다고 진술한다. 군인들은 응우옌 티탄 씨의 가족들을 밖으로 나오도록 명령했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바로 총격을 가한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이로 인해 응우옌 티탄 씨는 복부에 총상을 심하게 입었다. 창자가 나올 정도로 심각한 부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구조돼 살 수 있었다. 이러한 내용이 해당 사건이 발생한 지 55년 만에 처음으로 재판에서 사실로 인정됐고, 그 책임은 한국 정부에 있다는 것도 밝혀졌다. 그럼에도 정부는 해당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국방부는 해당 1심 판결이 상급 법원의 판단도 받아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정부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 대신 강력히 부인하며 진상 규명을 피했다. 지난 2020년에 응우옌 티탄 씨가 소송을 제기한 후에 정부는 증거가 없거나, 게릴라전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정당 행위였다고 말했다. 심지어 사법부의 판결로 기정사실이 됐지만, 정부는 그 사실을 거부하며 항소하고 있는 판국이다. 이런 상황에서만 정부는 우리나라가 일제 강점기 시절 반인륜적 범죄에 노출됐던 가슴 아픈 역사가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듯하다. 정부는 일제가 한반도에서 조선인들을 대상으로 위안부와 강제 징용 등을 벌였다는 확실한 사실을 가지고 일본 정부에 사과와 배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가해자인 상황에 오면 완전히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는 현실이다. 한국군이 베트남 민간인을 대상으로 무자비한 학살을 벌였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외면하는 정부의 태도를 볼 때,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 역사의 참혹한 현실을 어느 누구보다 잘 아는 입장이라면, 베트남 전쟁 민간인 학살 문제에 있어서 자발적인 진상 규명에 나서야 했다. 

  현재 우리나라와 베트남은 지난해 최대 무역 흑자를 기록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베트남은 한국에게 있어 한국인들이 주로 찾는 여행지이기도 하며, 한국 기업들이 주요 투자처로 삼는 국가이기도 하다. 경제 방면뿐만 아니라 문화 방면에서도 한국과 베트남은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다. 베트남 길거리에 한국 노래가 들리는 일은 예삿일이며, 한국 음식은 이미 베트남 사람들에게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이런 밀접한 관계에서 보듯, 베트남은 과거의 아픔을 극복하고 우호와 협력의 관계를 보여야 하는 국가다. 한일 관계에서 과거사 규명이 중요하게 다가온 것처럼 우리 정부도 베트남 전쟁 범죄에 대한 진상 규명 의지를 보였으면 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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