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학이 무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최근 교육부가 내놓은 대학 관련 정책을 보면 이제 대학들은 각자도생의 현실을 체감하게 되었는데 그 핵심에는 구조 개혁이 자리 잡고 있다. 지방 대학을 육성한다는 취지로 지난달에 발표한 ‘글로컬 대학 30 추진방안’이나 최근에 각 대학에 내려보낸 ‘대학혁신지원사업 평가계획안’을 보면 대학의 교육혁신을 강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학의 입장에서 이 두 계획안이 주는 메시지가 무척 고민스러운 이유는 교육혁신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결국에는 대학의 구조조정과 연계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글로컬 대학 30에 지원할 때 제출하는 계획서에 반드시 포함해야 하는 4가지 영역 중 하나인 ‘대학 내·외부 경계 허물기’ 항목은 사실상 학과(부)의 경계를 없애라는 것이다. 

  ‘대학혁신지원사업 평가계획안’ 역시 대학의 혁신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새로 변경된 안의 평가 배점에 따르면 교육혁신, 유지충원율, 성과관리 세 항목 중 교육혁신에 80점을 부여하고 있다. 교육혁신의 골자는 기존의 학과(부) 구분을 없애라는 것인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전공선택 학생 수를 고려하여 교원·재정·공간 등을 주기적으로 재조정하라는 예시까지 들었으니 구조조정이란 말만 없다 뿐이지 이전 정부에서 추진하던 구조조정과 다를 바 없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교육개혁의 첫 대상으로 대학을 지목하고 있다. 미래의 한국 사회가 필요로 하는 창조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대학이 자율적으로 혁신하도록 대학 규제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기관의 한 관계자는 학생들이 외면하는 대학은 스스로 문을 닫게 하는 방식, 즉 철저하게 시장수요에 따라 구조 개혁을 하도록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대학 알리미’를 개선해 졸업생 연봉이나 대학·학과별 취업률 전국 순위 공개 등을 통해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대학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이런 정책이 우려스러운 것은 대학 간 그리고 학과 간의 부익부빈익빈 현상과 특정 분야의 학문이나 기술만 살아남는 편향성이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발전을 경제나 효율성 측면에서만 접근한다면 온 국민을 특정 분야에만 필요한 기술자로 기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사회가 건강한 방향으로 성장하려면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문화, 환경 등의 다양한 분야가 균형을 이루며 발전해야 한다. 정부 당국의 대학관련 정책 방향은 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시장논리에 맞추고 있는데, 경쟁은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으며 통합 대신 분열과 시기만을 초래할 뿐이다. 지금의 대학들은 외부에서 개혁을 강요하지 않아도 혁신을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정부 당국의 역할은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특화된 방향을 찾아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데서 그치면 충분하다. 재정적 지원으로 대학들을 길들이려는 얄팍한 생각은 이제 그만해도 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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