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가상 공간을 필두로 ‘부캐’라는 트렌드가 생기며 대한민국 사회는 새로운 ‘자아 정체성’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당시 언론 매체에서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며 사회 문제로 여기기도 했으나 2023년 현재 우리는 여러 개의 자아 정체성을 갖고 사는 것을 하나의 문화로 인식하고 있다.

  요즘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새로운 사람과 만나게 될 때 ‘어떤 사람이신가요?’라는 질문에 쉽사리 답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필자는 숭실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며 자동차 딜러라는 직업을 갖고 있고 어느덧 7장의 앨범을 발매한 인디 가수이다. 나의 자아 정체성을 이야기할 때 이 세 가지의 ‘나’ 중 무엇이 제일 나와 가까운가? 이러한 고민을 늘 한다. 아쉽게도 내가 사는 세 가지의 삶은 서로 간에 단 하나의 접점도 없다. 

  그렇기에 이 세 가지를 묶어 이야기하기엔 늘 어려웠다. 학생의 ‘나’로 수업을 듣다 업무 전화가 올 때면, 또 곡을 쓰던 와중 마감 기한이 내일까지인 과제를 위해 작곡을 멈춰야 할 때면 자아 정체성 혼란의 시간이 찾아온다. 세 가지의 삶이 합쳐진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때는 타인만큼이나 나를 모르겠다.

  자아 정체성의 혼란이 올 때 나는 옷장을 열어 본다. 옷장엔 배움을 좇는 젊은이를 닮은 청바지와 티셔츠, 진중함이 보이는 검정 계열의 정장, 자유를 좇는 예술가의 작품과도 같은 형형색색의 자유분방한 옷이 각자의 자리에 잘 정돈돼 있다. 옷을 꺼내 입고 거울 속의 나를 보고 묻는다 ‘오늘의 나는 누구인가?’ 매번 반복되는 이 질문 속 오늘은 청바지와 티셔츠를 꺼내 입었다. 보다 단정하고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요즘 누군가를 만나 좋아하는 음식이나 취미 같은 개인의 취향을 묻는 질문이 참 좋다. 정확하게 답할 수 있는 나의 자아 정체성 관련 질문이기 때문이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땐 고민 없이 골프복을 입으면 된다. 이를 넘어 어떤 옷을 입고 있어도 나는 내가 된다. 하지만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의 영업 사원인 상태에서 전반적인 삶이나 가치관에 관해 물을 때 나는 자유로이 나의 가치관을 올바르게 이야기할 수 없다. 자유를 좇는 예술인이 삶을 윤택하게 이어 나가기 위해 돈을 번다는 모순과, 세상이 만든 커리큘럼에서 배움을 받으며 자유를 좇는다는 모순은 오늘도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그래도 답하고 싶다 ‘나는 나’라고. 각각의 삶 속이 연결되며 모순점이 많아도, 때론 내가 한 말을 내가 지키지 못하고 직업의 상황에 따라 나의 말이 바뀌게 되더라도, 더 이상 나를 미워하지 않고 나는 나를 이해해 주기로 했다. 밤에 깊은 잠에 들고 새로운 아침을 맞이해 외출을 준비하려고 옷장을 열 때면 난 항상 내게 묻는다. 오늘의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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