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무교입니다. 교회를 다녀본 적이 없지만, 성경에 경제학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 궁금해서 수강신청을 했습니다.” 올해도 ‘성경과경제학’ 수업 시간에 오리엔테이션을 하면서 간단한 수강 관련 설문을 조사했다. 성경과경제학이란 다소 생소한 과목을 개설한 지 5년이 흘렀다. 개설한 동기는 두 가지다. 우선 숭실대학교의 학교설립 이념에 충실한 교육을 가능한 전공영역에서도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신념이었다. 숭실대에 입학하여 1~2학년때 성경관련 기초과목과 채플을 수강한 것으로 끝난다. 자신이 공부하는 전공영역이 기독교 가치관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안 가르친다. 학생들의 전공은 일생동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기독교적인 가치관 하에서 전공영역을 공부하고 숙고해야 소명(召命)의 진로를 찾고 사회생활에서도 만족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숭실의 건학이념에 충실한 교과정 운영이 바로 숭실의 차별성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전국에 경제학 관련 학위과정이 개설된 대학 및 대학원(특수대학원 포함)은 백육십 개에 이르고 있다. 이 중에서 성경과 연계된 경제학을 가르치는 대학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상기와 같은 생각에서 이 과목을 개설할 때는 교회에 출석하는 기독교 신자인 학생들이 수강할 것으로 예상했다. 개설할 때는 수강생 미달로 폐강될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했다. 개강 첫해부터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대체적으로 80% 정도가 교회에 한 번도 안 나갔거나 과거엔 다녔는데 현재 안나가는 학생들이고, 교회에 출석하는 학생은 2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5년이 지난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강의평가에서 무기명으로 기술한 부분을 꼼꼼히 본다. 성경에 관해서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점을 가장 많이 든다. 안 믿는 학생들은 성경에 이런 부분도 있다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는 것을 강의평가에서 자주 언급한다. 교회에 출석하는 학생들도 성경을 다시 읽게 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목사님들이나 누구도 성경에서 경제 문제와 관련된 부분에 대하여 이야기를 안해주었는데, 성경에 경제 이야기가 의외로 많다는 점에서 놀랍다는 반응이고, 이젠 꼼꼼하게 읽어 보고 싶단다. 

  필자는 이러한 학생들의 반응을 보면서 청년세대 학생들의 사고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요즘 MZ의 젊은이들은 타산적이고 현실적이라서 종교에는 큰 관심이 없을 것이란 선입견이지만, 의외로 성경에도 관심이 많다는 점이다. 성경에 감추어진 오늘날의 많은 문제점을 재조명하려는 고민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양극화 문제, 기후변화 문제, AI로 대변되는 기술문제 등을 세상 학문의 렌즈로만 보지 말고 성경의 렌즈를 통해서도 바라볼 수 있는 통찰력을 길러줄 필요가 있다. 미래는 인적자본뿐만 아니라 영적자본도 중요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숭실의 차별성을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