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목) 개막한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지난 6일(토) 폐막했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중심은 전 세계의 대안·독립 영화다. 대안 영화는 주류인 대중 영화의 대안을 모색하려는 시도를 담았으며, 독립 영화는 이윤 추구를 최우선 목표로 하는 상업 영화와 달리 창작자의 의도가 중시된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우수한 대안·독립 영화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돼 전주의 독자적 브랜드가 됐다. 벚꽃이 진 봄, 그 페스티벌의 현장으로 가 봤다.

지난 5일(금) ‘전주라운지’의 모습이다. 현장매표소 및 프로모션부스 등이 운영됐다.
지난 5일(금) ‘전주라운지’의 모습이다. 현장매표소 및 프로모션부스 등이 운영됐다.

  JEONJU IFF
  전주국제영화제(Jeonju International Film Festival)는 지난 2000년에 출범했다. 한국에서 지속해서 운영되고 있는 영화제에는 △전주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대안·독립 영화의 중심인 만큼, 비주류 작품 소개를 특색으로 갖는다.

  올해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슬로건은 ‘우리는 늘 선을 넘지 Beyond the Frame’이다. 선을 넘고, 경계를 무시하고, 새로운 도전을 지속하는 것이 전주국제영화제의 색깔이라는 내부 의견이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전통적인 영화 형식과 상영 방식에서 탈피하는 도전 정신을 강조해 ‘선을 넘’는다는 슬로건이 나왔다. 올해 영화제의 규모는 42개국에서의 상영작 247편이다.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공간 운영의 장점을 최대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기존에는 전주 ‘영화의 거리’ 내 특화된 공간에서 대부분의 행사가 진행됐다. 이와 달리 올해는 전주시 전역으로 영화제 공간을 확장해 각 공간의 역할을 강화하며 거점화를 추진했다. 또한 기존에는 대형 공간 ‘전주돔’이 개·폐막식과 대규모 상영을 모두 맡았으나, 올해는 각기 다른 장소에서 나눠 진행했다. 다중 집합 행사에서 안전 관리가 더욱 절실해진 현재, 행사 공간의 과포화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지난 5일(금) ‘스타워즈 돔 in 전주’의 모습이다.
지난 5일(금) ‘스타워즈 돔 in 전주’의 모습이다.

  ‘Star Wars’ in 전주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와 함께 ‘스타워즈’ 행사를 가졌다. 특별히 마련된 공간인 ‘스타워즈 돔 in 전주(이하 스타워즈 돔)’에서는 스타워즈 브랜드와 콘텐츠를 가깝게 경험할 수 있었다. 스타워즈 돔에서는 스타워즈 시리즈를 상영했다. 또한 ‘스타워즈 데이’였던 지난 4일(목)에는 △스타워즈 코스튬 퍼레이드 △스타워즈 뮤직 퍼포먼스 △스타워즈데이 파티 행사가 진행됐다. 매년 5월 4일이 스타워즈 데이인 이유는 스타워즈 영화의 유명 대사 “May the Force be with you”의 발음이 5월 4일을 뜻하는 ‘May the Fourth’와 비숫하기 때문이다. 이날 외에도 영화제 기간 동안 스타워즈 팝업 스토’어 및 전시 등이 진행됐다. 지난 5일(토) 팝업 스토어에서 굿즈를 구매한 A 씨는 “원래 영화도 좋아하고 스타워즈도 좋아한다”며 “영화제에 참여해 즐겁게 놀다 간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역 사회와 함께 ‘골목상영’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골목상영을 진행하기도 했다. 영화를 상영관이 아닌 골목에서 관람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상영 장소는 △영화의 거리 △동문 거리 △둥근숲 △남부시장이다. 해당 장소는 전주 지역 내 특색 있는 공간으로 선정된 곳이다. 관객과 골목상영에 참여하면서 영화제와의 친밀도를 높일 수 있다. 참가 비용은 없으며 선착순 입장이다.

  지난 5일(토) 영화의 거리에서는 <거래완료> 영화가 상영됐다. 비가 왔지만 천장이 존재해 정상적으로 상영될 수 있었다. 골목은 영화를 보기 위한 관객으로 꽉 차 있었다. 뒤쪽에는 몇몇 우산이 펼쳐져 있었다. 우산을 말리기 위해서다. 열린 골목에서 사람들이 오순도순 모여 영화를 관람하고 뒤편에는 가까운 생활 양상이 보이는 것이 색다른 풍경이었다. 최근에는 영화관 내 분리된 공간에서 타인과 접촉 없이 영화를 관람하는 ‘프라이빗 좌석’이 있다. 해당 좌석은 일반 영화관 좌석보다 비싸다. 전주국제영화제의 골목상영은 이와 완전히 대비된다. 무료로 지역 사회와 어우러지는 체험은 그보다 더 갚진 경험이지 않을까.

지난 5일(금) 전주 영화의 거리에서 골목상영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5일(금) 전주 영화의 거리에서 골목상영이 진행되고 있다.

  VR 영화 봐 봄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실감 콘텐츠 활성화를 위한 VR 영화 제작 지원’ 사업을 진행했다. 우수한 한국 실감 콘텐츠 발굴과 지원으로 산업 역량을 강화하고 시장 활성화 기반을 구축하고자 한 것이다. 사업을 통해 양 기관이 함께 VR 영화 프로젝트 두 편을 선정했다. 해당 작품은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기간에 상영됐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아직 대중적인 관심도가 높지 않은 VR 영화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자 실감 콘텐츠에 최적화된 관람 환경을 구현했다.

  본 기자는 지난 4일(금) VR 영화 <소녀램프라디오>를 관람했다. <소녀램프라디오>는 두 명의 관객이 동시에 관람하는 VR 영화다. 두 명의 관객은 영화 속 램프와 라디오가 되어 관객들의 악플에 시달리는 K-POP 아이돌 지나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함께 겪으며 그녀의 여정을 돕는 조력자가 된다. 위기의 순간 램프로서의 관객은 ‘빛’으로, 라디오로서의 관객은 ‘사운드’로 그녀를 위한 동시적 상호 작용을 하게 된다.

  VR 영화 상영관에는 검은 공간에 의자 하나만 놓여 있다. 그러나 VR 기기를 착용한 순간 새로운 세계로 들어간다. 그 세계는 360° 요리조리 둘러봐도 매끄럽게 이어진다. 문 밖의 공간이 표현된 뒤편에서는 무언가 튀어나올 것만 같을 정도다.

  25분의 러닝 타임 동안 영화에 몰입했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360° 둘러보며 가상 세계를 감상했다. 눈앞에 보이는 사물은 마치 만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헤집어 보기도 했다.

  다만 소개와 달리 ‘인터렉티브’ VR 영화라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소개만 봤을 때는 주인공 지나와 상호 작용하는 장면이 많을 것 같았다. 그러나 관객은 그저 관망하는 위치에 놓였다. 무언가를 해야만 영화가 진행되지는 않았다. 영화 장르이기에 당연할지도 모른다. 콘텐츠 속 주인공에게 영향을 많이 준다면 영화보다 게임에 가까울 것이다.

  앞으로 VR 영화가 대중화될지는 미지수다. 색다른 경험이고 흔치 않은 기기를 사용한다는 점은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비교적 짧은 러닝 타임에 4,000원이라는 금액도 마음에 들었다. 다만 아직 콘텐츠가 실제 현실처럼 느껴질 만큼 자연스럽지 않다. 또한 VR 기기를 착용할 시 머리가 무겁고 어지럼증이 느껴진다. 기술이 더욱 발전된다면 러닝 타임이 짧은 체험형 영화로 대중화될 수도 있겠다.

지난 5일(금) 전주 팔복예술공장에서 열린 ‘100 Films 100 Posters’ 전시다.

  100 Films 100 Posters
  전주국제영화제에는 영화 포스터 전시가 있다. ‘100 Films 100 Posters’ 전시는 지난 2015년 시작됐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 중 100편의 영화를 선정해 100명의 그래픽 디자니어가 각각 영화 포스터를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100점의 영화 포스터는 영화제 기간 중 거리와 갤러리에 전시된다. 행사에서 만들어지는 영화 포스터는 관습과 상업적 압력이 배제됐다. 대신 그래픽 디자이너가 영화의 핵심을 자유롭게 해석했다.

  이번 제9회 100 Films 100 Posters 전시는 전주 팔복예술공장 이팝나무홀에서 무료로 진행됐다. 전시에서는 포스터 관람 및 구매와 전시 굿즈 구매가 가능하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주 장소인 영화의 거리에서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해 오갈 수 있었다. 지난 5일(금) 비가 많이 오는 상황이었음에도 많은 관람객이 있었다. 포스터는 3,000원에 판매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는 유일무이한 창작물 중 일부는 이미 품절이었다.

  영화는 새로운 세계에서 간접 경험을 하게끔 해 주는 종합 예술이다. 특정 지역에서 개최되는 영화제는 지역 특성을 녹여 더욱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주로 어떤 영화를 보는가. 영화관에서 보는 상업 영화나 OTT 서비스를 이용해 보지는 않는가. 여행을 할 겸 타 지역의 영화제에 참여해 보는 것은 새로운 예술 세계를 구축하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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