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선거 출마를 앞두고 많이 망설인 것으로 안다.

  “고민 많이 했다. 총학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총학이 제 역할을 잘해내지 못하면 학생회 전체의 신뢰가 무너진다. 실제로 총학이 제 역할을 잘 못하던 시기가 과거 있었고, 이를 보며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했던 나는 과연 얼마나 잘했나, 그리고 내년에도 진심으로 잘 할 수 있을까..이런 고민 등을 많이 했다.”

  실제로 후보 등록 기간 전 주까지도 확실히 나가겠다고 입장을 표하지 않았었다. 결심을 한 계기가 뭔가?

  “그 말이 진심이든 아니든, ‘너 아니면 할 사람이 없다.’, ‘여기까지 해놓고 아깝지도 않냐.’ 등의 얘기를 하며 주변에서 많이 떠밀었다. 지금 제 앞에 있는 기자님도 그랬고(웃음).”

  주변에서 떠민다고 해도 결국 판단을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어떤 근거로 판단을 했나?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딱 일 년만 더하면 학생회가 바뀌고 좋아지는 모습을 학우들에게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작년엔 눈에 보이는 성과보단 발판을 다져놨다고 볼 수 있다. 학생들과 소통하고 신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학생회에게 많이 전달하려했다. 이 전달은 내가 부총학생회장을 하며 어느 정도 했으니 이제 그 다음엔 이 마음가짐을 가지고 학생회의 신뢰를 다시 세워보자는 취지의 활동을 누가 해줬으면 했는데..누군가에게 맡기기보단 내가 시작한 일이니 내가 결론을 지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뜻은 좋은데, 출마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은 없었나? 졸업도 해야 할 나이고 취직 문제도 있었을텐데

  “졸업을 진작 했어야 했는데..이런저런 이유로 미뤘다. 아무튼 올해 일 년 동안 학점을 19학점씩 꽉 채워 수업을 들으면 졸업을 할 수 있으며 이를 목표로 두고 있다. 취직..솔직히 학생회를 하며 사회 진출이 늦어지는 것에 부담감을 느낀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1~2년 늦어지는 것 이제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지금 아니면 못하는 것이고, 또 이를 통해 배우는 게 반드시 있을 테니까. 과거의 나였다면 상상도 못할 일이긴 하다.”

  과거엔 어땠길래 그러나? 그래도 1학년 때부터 학생회 활동도 하고, 2학년 때는 동아리(소마) 활동도 하는 등 학생 자치 활동에 열심이었는데

  “그 활동들을 하긴 했는데..‘열심히 했다.’라고 보긴 어렵다. 그때의 나는 조금 이기적이었다.”

  이기적이었다니?

  “공동체보단 나를 먼저 생각했었다. 낮에는 학교를 다니면서 동시에 과외도 4~5개씩 했었다. 그리고 그때까진 학교가 끝나면 고등학교 친구들과 자주 어울려 놀았다. 그러면서도 학생회와 동아리에 발을 걸쳐놨었다. 이러니 이 활동이 제대로 되나. 학과에 약간 강압적인 분위기가 흘러 억지로 했었던 면도 있었고..그렇게 진심은 아니었던 것 같다. 동아리도 처음엔 합주할 때만 가고 회의도 잘 안 갔다. 애들이 다 모여 있다고 연락을 받고서야 내려가기 일쑤였고..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나 싶다.”

  그런데 어떻게 바뀐건가?

  “음. 2학년 때 학생회 활동을 잠시 멈추고 동아리를 했는데, 계속 하다 보니 거기에 자연스레 마음이 가고, 그러다보니 시간도 쏟게 되고..소마는 밴드 동아리니까 합주와 공연을 위해 연습을 많이 한다. 이를 위해 오랫동안 같이 있다 보니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또 서로 이해하고, 결국엔 가족같이 되더라. 이때 공동체의 가치를 조금 엿본 것 같다. 내가 ‘내 생각만 해서는 안 되는 거구나.’라는 생각도 들었고.”

  그러다가 군 입대를 했고, 제대한 뒤 자연대 집행부에 들어갔다. 이때부터 비로소 진정한 학생회 활동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는데, 동아리와 비교해 어떻던가?

  “사실 동아리는 목적이 명확하다. 이 목적에만 초점을 맞추면 의견을 쉽게 모을 수 있고 서로간의 관계 조율도 큰 무리가 없다. 그런데 학생회는 모든 학생들의 의견을 종합하고 대표해야 하고 또 이들이 모두 만족해야 할 행사를 만들어야 하니까..사실 이는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거의 불가능했다. 그리고 이런 부분에서 동아리와 비교해 차원이 다를 정도로, 너무 어렵다라고 느꼈다.”

  그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학생회 활동을 계속 해오면서 느낀 바가 클 것 같다. 학생회에 대해 한 번 진솔하게 얘기하고 싶다. 요즘 학생회에 대한 비판이 많다. 심지어 ‘학생회의 존재 이유가 뭐냐.’라고 묻는 학우들도 있다.

  “학생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학교는 학생을 위한 ‘교육’보다는, 기업논리에 입각한 ‘경영’을 하게 된다. 교육의 공공선이 훼손되지 않고 학교가 진짜 학생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 수 있게 학생들이 목소리를 내야하는데, 이를 학생회가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학생 개인이 학교의 실수나 행정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을 개선해달라고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전달이 잘 안될 수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다 같이 전달하면 의견이 전달된다. 이것이 과별로, 그리고 단대별로, 더 커지면 총학이 대변하게 될 것이다. 학생회의 목소리가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학생들의 권리는 줄어든다고 봐야한다. 여기에 학생회의 존재 의의가 있는 것이다.”

  학생회비 횡령 등 학생회의 잘못된 관행들에 대한 비판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당연히 비판받아야 한다. 예를 들어 이번에 공과대학 소속 6개 학과 모두 이월금이 ‘0원’ 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이건 진짜 말이 안 된다. 그러나 이렇게 잘못된 행동들이 보여진다고 해서 학생회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는 것은 아닌 듯 싶다. 사회에서도 일부 정치인들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치의 본질적인 기능을 외면하며 부정할 수는 없지 않나. 지금 학생회들의 이런 모습은 과도기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현재 학생회에 대한 감사제도가 도입되고 점점 구체화 돼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과거부터 있었던 악습들이 드러나는 것이고. 이 드러난 악습들은 앞으로 점차 바뀌어 나갈 것이다.”

 

"1~2학년 때의 나는 내 안위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지금의 학생회는 과도기…과거의 잘못된 행동들 점차 고쳐져 나갈 것이며 이를 가지고 학생회의 존재를 부정하는 데엔 동의하지 못해"

 

  그래도 이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학생들도 많은것 같다. 불거졌던 안 좋은 사건만 기억하는 것 같고.

  “대부분의 학생회들이 학생회비를 자기 돈보다 더 소중히 생각한다. 오히려 사비도 많이 쓴다. 그리고 최대한 저렴한 것을 구입하려고 하다보니 일회용품 하나를 사더라도 인터넷에서 일일이 가격을 비교해보고 산다. 이런 노력들을 하는데 보여지지 않아서 아쉽다. 학생회를 색안경을 쓰고 보는 학우들이 많은 것 같다. 평소에 먹는 밥도 학생회비로 먹겠거니, 이런 관점들로 보신다. 우리의 잘못이긴 한데..그래도 좀 알아주셨으면 한다.”

  대부분 밥은 학생회비로 먹지 않나? 공식적인 회의 같을 땐 먹어도 될 것 같은데.

  “다른 학생회의 경우는 잘 모르겠지만..일단 올해 총학은 회비로 회식을 할 수 있는 경우를 일 년에 4번만 정해 놨다. 축제나 선거 등 주요 행사만 있을 때.”

  예산안에선 4번이고, 실제로 평소 업무를 하는 와중에 갑자기 바빠지는 등 상황이 달라져 밥을 먹을 수도 있지 않나?

  “작년에는 그렇게 판단했다. 그래서 그때그때 밥을 먹곤 했는데, 올해는 그럴 생각도 없고..”

  그럼 사비로 먹는 건가?

  “애들 고생하는데 밥이라도 사줘야 해서..대부분 내 사비로 많이 냈다. 과거 자동차 사려고 들어놓은 적금도 깨고..그런데 이것도 한도가 있지..카드가 결국 두 장이나 막혔다. 그래서 최근에 애들한테 내 상황이 어렵다며 솔직히 얘기를 했다. ‘내 상황이 이러니, 앞으로 내가 밥을 계속 사는 건 어려울 것 같고..회비를 걷어서 먹도록 하자.’라고. 미안하더라. 그나마 해줄 수 있는 것이었는데 이것도 제대로 못하니..”

  사비를 쓰는 것도 그렇고..활동을 하며 힘든 부분이 많았을 것 같다.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나 힘들지만..사실 이는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당연한 거라 생각이 든다. 정말 괴로운 건, 학우들이 신뢰를 보내주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다. 학생회비 납부율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나(2013학년도 약 62%, 2014학년도 약 55%) 학생회 선거 투표율 역시 적은 것을 보면..힘이 빠진다. ‘학우들을 위해 열심히 하는 마음엔 변함이 없는데..우리가 어떤 점이 부족할까.’ 라는 생각도 많이 들고.. 학교와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 부분이 약점처럼 비춰질 때도 있다. ‘너네 학생회비도 별로 안 걷히고 투표율도 낮은데 학생들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겠니’ 라고 생각하는 교‧직원들이 있어서..”

  그런 부분들은 어떻게 고쳐나가야 할까?

  “우리가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활동 내용들을 학우들과 공유를 하며 의견도 많이 받을 것이다. 앞으로 홈페이지도 개설이 될테고, 이를 통해 많은 정보를 공개할테니 학우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총학생회 카카오톡 아이디(@숭실대학교총학생회)나 전화(02-820-0870~1)를 통해 얼마든지 문의해주면 좋겠다. 직접 찾아와도 언제든 환영이다.”

  밖에서 봤던 총학과, 막상 총학생회장이 돼 총학을 운영해보니 이건 좀 생각과 달라 당황했던 부분이 있나?

  “과학생회나 단대학생회들이 총학을 믿지 못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었다. 총학을 믿고 지지해줄 줄 알았는데..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도 그랬던 것 같다. 자연대 집행부 할 때 당시 총학을 바라보며 자연대에만 뭔가 더 신경을 안 쓰는 것 같기도 하고, 학생회 활동도 편하게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이는 결국 총학과 밑의 학생회들과 소통이 안 된 건데..지금은 제가 학생회장들 많이 만나니까 그런 게 없긴 하다. 그런데 작년에는 한 번 어느 과 학생회장이 총학 사무실에 찾아와 노발대발 화를 냈었다. ‘총학 대체 하는게 뭐냐.’라며 따지더라. 엄청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자신이 총학생회장으로 있을 때, 학생회들이 이것만큼은 지켜줬으면 하는 게 있나.

  “돈 관리만 잘해줬으면 좋겠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현재 총학과 단과대학 학생회는 잘하고 있다. 과학생회가 학생회비 관리를 잘해주면 좋겠다. 정직한 마음으로 계획적으로, 그리고 알뜰하게 쓰고. 인수인계 잘해주고. 이를 위해 겨울방학 때 교육 많이 했다. 그런데 이번에 공대 소속 학과들의 이월금이 없었던것..솔직한 심정으론 전 학생회장들 불러 어떻게 된 일이냐고 일일이 따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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