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동아리를 습격하다

 

무려 6팀씩이나 한 대회를 석권한 곳이 있으니 그 이름도 유명한 발명동아리 바람개비다. 이렇게 이름만 듣고 찾아간 학생회관 008호의 바람개비는 실로 내실이 꽉 찬 동아리였다. 취업과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는 우리들에게 순수한 열정으로 똘똘 뭉치면 동아리 활동도 자신만의 무기가 되고 특권이 된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신입생들에게도 이 동아리는 인기여서 올해만 해도 100명 넘는 신입생들이 지원했다고 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동아리의 명맥과 더불어 각자의 역할을 야무지게 해 내고 있는 발명동아리 바람개비를 찾아가보았다.                                  




작은 불빛으로 세상을 비출 수 있다면 그것이 곧‘발명’


1990년 창립된 바람개비를 살펴보면 수상은 비단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매년 수많은 발명관련경진대회에서 수차례 입상을 해온 것이다. 그 놀라운 성과의 속내를 살펴보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만한 충분한 노력이 돋보였다.

“매주 아이디어를 회의를 해요. 이곳에서 나온 아이디어는 1년에 수십, 수백 개의 아이디어 중 몇 개를 골라 직접 만들게 되죠.”바람개비 박정수(환경화공·2)회장의 말이다. 아이디어 회의는 주로 팀 단위로 하며 한 달에 한번 모든 팀원들이 모여 각 팀에서 제시한 아이디어에 대해 의논한다. 좋은 아이디어라고 해도 막상 여러 사람들 앞에 선보이면, 그 즉시 아이디어는 처음의 그것이 아니게 된다. 진정한 아이템으로 거듭나기까지는 수많은 피드백과 많은 실행착오가 따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생활의 불편을 덜고 좀 더 편한 생활을 할 수 있는데 일조할 수 있다는 그것. 바로 이 기특한 생각까지 가미된 보석으로 탄생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은 건 사실이다.

 

 



세상에 ‘따스한 바람’을 전하는 ‘바람개비’가 되라


한자리에 모인 바람개비에게 물었다. 매년 하는 연례행사 중 가장 특별하게 기억될 만한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이구동성으로 ‘여름발명학교’를 꼽는다. 이 여름발명학교는 상대적으로 교육 및 문화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역의 초등학생들에게 여름방학 기간을 활용하여 일주일간 진행되는 교육봉사활동을 말한다.

1992년 8월 충남 당진의 상록초등학교에서의 첫 교육활동을 시발삼아 매년 아이들의 열린 교육을 주창하는 대견한 일들을 매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이 여름발명학교는 주요 일간지뿐만 아니라 매스컴에 많이 보도돼 이제는 엄연히 기업 스폰서를 받으며 활동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됐다. 학교 선정, 과목 선정, 교육 방법과 운영관리 전반에 걸친 모든 내용이 그 누구의 도움 없이 학생들 스스로가 빚어낸 성과이기에 이것과 관련된 이야기는 신문의 8면을 장식하고도 모자를 만큼 이야기가 끝이 없을 거란다. 창의적인 실습 위주의 교육, 다양한 교육 기회 제공, 발명의 생활화 도모라는 여름발명학교의 원 목표뿐만이 아니라 세상에 따스한 시선으로 남을 먼저 생각하는 그들의 따뜻한 마음까지도 고스란히 전할 수 있었다.

 

 


세계지도를 뒤집어 볼 줄 아는 시선이 곧 아이디어!


 

이들은 동아리 활동을 하고 졸업할 때 즈음 되면 무언가 차곡차곡 쌓여가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발명경진대회 수상과 특허권 등 남들과는 차별화된 이력뿐만 아니라 ‘자신감’이라는 무기가 바로 그것이다. “특별한 이력이 있기 때문에 면접이나 사람들 만나는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제 자신을 PR할 수 있어요. 동아리 활동과 연관 지어 저를 소개하기 때문에 당황할 수가 없죠. 몸에 익힌 걸 그대로 말하니까요….”


동아리 활동을 통해 또 하나 얻은 것이 있다면 바로 몸에 체득된 ‘습관’이다. 이 습관이란 바로 아이디어를 구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메모 습관’을 말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필수 요구 사항이기도 한 이것이 이들에게는 생활이다. 더욱이 요즘 같은 아이디어 시대에 이들이 승부수를 던질 수 있는 능력이 길러지고 체득되어 지는 게 이 때문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세계지도를 보면 늘 유럽은 왼쪽에, 아메리카는 오른쪽에 놓여있다고 생각하길 마련이죠…, 허나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시선을 바꿔 보면 유럽은 항상 왼쪽, 아메리카는 오른쪽에 있는 건 아니에요. 다양한 시선으로 사물을 보게 되면 문득 떠오르는 것이 아이디어가 되고 그 아이디어를 메모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들의 습관이죠”최상훈(환경화공·4)군의 말이다. 즉 아이디어는 골똘히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의 의문을 단지 ‘생각’이 아닌 ‘실천’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게 공통된 의견인 것이다. 또한 이들에게는 대회 출품이라는 ‘목표 의식’이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돌출해 내는 과정 속에 자연스럽게 노출된 점도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라고 전했다.



이제까지 살펴본 바람개비는 작은 생각들이 모여 ‘발명품’이라는 값진 열정의 산물을 만들고 이 산물들이 ‘특허’라는 이름으로 지적재산권을 형성하는 알찬 동아리임에 틀림없다. 허나 이렇게 속이 꽉 찬 동아리에 마음까지 따뜻한 사람들이 모였으니 이들이 생각하는 아이디어 하나하나는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기쁨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작은 불빛이 모여 큰 등대를 만들 듯 그들이 ‘발명’이란 이름하에 젊음을 불태우는 건 분명 의미 있는 일이기에 앞으로도 그들의 행로에 따스함이 묻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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