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 게시된 ‘2020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공동행동’ 광고가 훼손됐다. 광고를 훼손한 A 씨는 “성소수자들이 싫어서 광고판을 찢었다”고 진술했다. 이 사건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로 인해 발생한 것이지만, 정작 조사 사유는 ‘재물손괴 혐의’였다. 게다가 해당 광고는 본래 지난 5월 17일(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이해 게시하려 했으나 서울교통공사가 이를 거부해 뒤늦게 게시한 것이었다. 성소수자와 관련된 내용이 아니었다면 이러한 차별 행위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외에도 우리나라에는 아직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차별 행위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성소수자의 인권과 평등을 보장할 수 있는 법안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9일(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발의됐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성별, 장애 등 23개의 차별금지사유를 이유로 생활 영역에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을 금지 및 예방하는 법안이다. 이는 2007년부터 지속적으로 발의돼왔지만 입법에는 실패했다.

  과거 차별금지법이 입법되지 못했던 이유는 ‘성적 지향’ 항목에서 개신교계에게 큰 반발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3여 년이 흐른 현재까지도 과거의 반대 논리를 답습하며 법안을 반대하고 있다. 다시 말해, 차별금지법은 계속해서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것이다.

  정치계에서의 반대 논리 역시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더욱 문제가 있다. 2007년 처음 차별금지법이 발의됐을 때 ‘성적 지향’에 관한 영역에서 “아직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입법에 실패했다. 13년이 흐른 현재 여김 없이 정부와 주요 정당은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언제까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변명만을 말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미뤄 나갈지 의문이다.

  이렇게 똑같은 이야기만 반복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물론 차별금지법의 성격이 추상적이라는 우려도 있다.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이라는 개념이 개인차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처벌 기준에 포함되는 괴롭힘, 성희롱은 개인의 감정이라는 주관적 요인에 의해 처벌 여부가 좌우될 수 있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그러나 차별금지법에 대해 세부적인 내용, 개선되어야 할 방향 등을 논의하는 것이 아닌 계속해서 같은 입장만 내놓는다면, 성소수자와 같이 보호법이 존재하지 않는 이들이 더욱 큰 피해를 받게 될 것이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을 금지하고, 평범한 한 사람으로서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신속하게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 과거 인권은 평등을 누리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도 그러한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발전해왔다. 흑인 인권, 여성의 참정권 등이 이러한 방식으로 신장돼 온 것처럼 13년 간 제자리만 걸어오던 행보를 멈추고 차별금지법 제정에 힘쓴다면 성소수자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역사적인 첫 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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