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선수 이재영·이다영 자매로부터 시작된 이른바 ‘학폭 미투(학교 폭력 #MeToo)’가 체육계를 넘어 연예계 그리고 일반인들에게까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학폭 미투는 과거 학교 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를 지목해 공론화하는 운동이다. 뒤늦은 폭로와 과도한 여론몰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학폭 미투의 근본적 문제는 학교 폭력 사건 당시 가해자에 대한 미약한 처벌에서 비롯됐다는 입장에 여론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7일(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 판에 흥국생명 소속 여자 프로배구 이재영·이다영 선수에게 학창 시절 학교 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게시글이 게시됐다. 해당 글의 게시자는 “이다영 선수가 자신의 SNS에 올린 게시물을 보고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가해자가 자신을 돌아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용기를 냈다”고 고백했다. 학교 폭력 논란이 불거지자 이재영·이다영 선수는 자신의 SNS에 학교 폭력 사실을 인정하는 사과문을 게시했고, 지난달 15일(월) 흥국생명은 두 선수에게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를 부과했다.

  학폭 미투는 스포츠계에 이어 연예계까지 뒤집었다. 배우 조병규를 비롯해 △배우 김동희 △가수 김소혜 △그룹 (여자)아이들 수진 △더보이즈 선우 등 많은 연예계 스타들이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되기도 했다. 더 나아가 학폭 미투는 최근 △경찰 △항공사 직원 △태권도장 관장 등 일반인들에 대한 폭로로도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 이러한 학폭 미투가 과거의 일에 대한 뒤늦은 폭로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달 18일(목) 대한체육회는 문화체육관 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실에 제출한 ‘체육선수 학폭 등 가혹행위 관련 문화체육관광부의 추진 방향’ 답변서에서 “청소년기 무심코 저지른 행동으로 평생 체육계 진입을 막는 것은 가혹한 부분도 일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아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 밖에도 지난달 17일(수) 이재영 선수의 팬 카페 게시판에도 피해자가 악의적으로 여론을 이용했다고 주장하는 글이 게시됐다. 해당 글의 게시자는 “폭력은 일상다반사인데 잘되는 꼴 보기 싫어 그러는 세상이 안타깝다”며 “피해자는 개인적으로 만나 해결하지 왜 언론에 제보했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 폭력 가해자에 대해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아, 과거의 학교 폭력 피해자들은 나중에라도 학폭 미투를 통해 ‘도덕적 비판’이라는 사회적 처벌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17년 행정 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3년 이후 학교폭력사범 적발 및 조치결과’ 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7년 7월까지 전국에서 학교 폭력으로 검거된 인원은 6만 3,429명에 달한다. 이들 중 구속된 인원은 649명에 그쳐, 전체 검거 인원 대비 약 1%에 불과한 수준으로 집계된 반면에 전체 검거 인원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4만 2,625명은 불구속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매번 반복되는 정부의 학교폭력근 절대책에도 불구하고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갈수록 흉포해지는 학교 폭력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과거에 일어난 학교 폭력의 가해자를 이후에 고소하더라도 처벌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현행 형법과 형사 소송법상 학교 폭력에 해당하는 죄명인 폭행과 집단 폭행의 공소시효는 5년이다. 또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적 피해를 포함한 상해를 입어 상해죄를 적용한 공소시효는 7년이다. 이에 대해 법률사무소 사월 노윤호 변호사는 “학교 폭력과 관련된 죄명은 공소시효가 길어야 7년이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지난 경우 입증과 처벌이 쉽지 않다”며 “법적 처벌이 어려우니 사회적 처벌이라도 기대하고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정부는 이러한 학교 폭력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들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달 24일(수)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는 제4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통해 ‘학교 운동폭력 근절 및 스포츠 인권 보호 체계 개선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해당 의결안에는 △프로스포츠 구단 △실업팀 △국가대표 △대학 등에서 선수를 선발할 때 학교 폭력 관련 이력을 확인해 선발을 제한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또한 의결안을 통해 학교 폭력 가해자로 퇴학 처분을 받은 학생에 대해서는 선수 등록을 원천 봉쇄하고 일정 기간 종목별 대회와 종합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도록 제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매년 ‘학생 선수 폭력피해 전수조사’를 시행해 학교 폭력 심의기구를 통해 가해자를 조치하고 스포츠윤리센터에서는 학교 현장에 인권감시관을 투입해 불시에 점검하는 등 학교 현장의 폭력 실태를 직접 확인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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