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데믹, 새로운 전염병이 몰려온다』 마크 제롬 월터스 저
『에코데믹, 새로운 전염병이 몰려온다』 마크 제롬 월터스 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어떻게 인체에 감염됐을까?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2002년 사스, 2012년 메르스와 동일하게 ‘박쥐’를 지목한다. 박쥐의 코로나바이러스가 사향고양이를 통해 전파된 것이 사스이고, 낙타를 통해서 전파된 것이 메르스다. 최근 연구자들은 이와 비슷하게 코로나19도 박쥐가 숙주이며 중간 매개체는 천산갑, 족제비오소리, 토끼 등이라고 의심한다.

  거의 10년 주기로 나타나고 있는 이와 같은 전염병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일까? 수의사이자 언론인인 마크 제롬 월터스는 『에코데믹, 새로운 전염병이 몰려온다』(북갤럽, 2004)에서 그 해답을 제시한다. 그는 무분별한 산림 벌채와 농경지 확장, 잦은 국가 간 이동, 오지 탐험 등 인간의 생태계 파괴 행위로 인한 동물과 인간의 무너진 경계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팬데믹이 ‘에코데믹Ecodemic’ 즉 ‘생태전염병’이라고 주장한다.

  월터스는 이 책에서 광우병, 에이즈, 살모넬라, 라임병, 한타바이러스, 웨스트나일뇌염 등이 어떻게 발생했고 어떻게 전파되어 인간에게 위해를 끼쳤는지 밝힌다. 그가 말하는 것은 지난 20년간 발생한 전염병의 75%가 야생동물에 의한 것이라는 최근의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 세계보건기구가 지구의 평균 온도가 1℃ 상승할 때 전염병은 4.7% 늘어난다고 한 분석과도 관련된다. 앞으로 우리의 삶의 양식을 친환경, 친생태적으로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이 무시무시한 전염병은 어쩌면 상시적 재난이 될 수도 있다.

  미래의 재앙을 예측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지식인의 책무 중 하나다. 그리고 그 지혜를 수용하느냐 마느냐는 각 개인의 가치 판단과 실천에 달려있다. 새 학기가 되었지만 동기들과 꽃피는 교정을 누비기도, 교수님의 열정적 강의를 강의실에서 들을 수도, 학교 주변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과 나누는 선후배와의 담소조차도 쉽지 않다. 다른 누군가를 탓하기 전에 이 모든 재난이 혹시 내가 쉽게 버린 종이 한 장 때문은 아닌지 이 책을 읽으며 깊이 고민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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