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금)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서울장차연)는 서울시에 장애인 이동권 보장 약속 이행을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장애인 활동가들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부터 여의도역까지 승하차를 반복하며 시위를 벌였다.

  서울장차연은 해당 시위에서 오는 7일(수) 진행되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의 모든 후보에게 ‘장애인 이동권 보장’ 대책을 공약에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서울시에 △2022년까지 지하철 1역 1동선 승강기 100% 설치 △2025년까지 시내버스 저상 버스 100% 도입 △특별 교통수단 운영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 등을 요구했다. 앞서 서울장차연은 지난 1월 22일(금)과 2월 10일(수)에도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던 바 있다.

  이러한 장애인 이동권 개선 요구는 이전부터 지속됐으며, 실제로 서울시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책의 실제 반영은 여전히 미흡한 상태다. 서울시는 지난 2015년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서울시 선언’을 통해 오는 2022년까지 모든 서울시 지하철 역사 내 1역 1동선에 승강기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1역 1동선은 교통 약자 등이 별도의 도움 없이 승강기를 이용해 외부 출구부터 승강장까지 도달하는 동선을 뜻한다. 그러나 지난달 12일(금)을 기준으로 서울 지하철 278개 역 중 23개 역은 1역 1동선이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이동권 보장 계획 실행에 필요한 예산이 편성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올해 서울시는 1역 1동선이 보장되지 않은 23개 역 중 13개 역에 승강기 설치 공사 추진을 계획했지만, 공사를 위해 편성돼야 하는 200억 원 규모의 예산은 올해 서울시 본예산에서 누락됐다.

  또한 서울시가 지난 2018년 수립한 ‘제3차 서울시 교통약자편의증진계획’에 따르면 올해까지 서울 시내버스의 75%를 저상 버스로 바꿔야 한다. 지난해 기준 서울시 저상 버스 도입률은 58%로 서울시가 올해 목표한 계획 이행을 위해 22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이 역시 본예산에 책정되지 않았다.

  이에 서울장차연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장애인 이동권이 제대로 보장되고 있지 않은 실태를 규탄하고 있다. 장애인의 안전한 이동권을 외치는 목소리가 지난 2001년부터 지속돼 왔음에도 이동권 보장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1년 오이도역에서 수직형 리프트를 이용하던 70대 장애인 노부부가 7m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는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은 이동 수단의 방치로부터 발생했다. 해당 사고 이후 시작된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고, 관련 정책까지 수립됐음에도 실질적인 반영은 여전히 미흡한 것이다. 최영은 장애인 이동권 활동가는 “장애인 이동권을 외친 지 20년이 지났지만, 우리의 이동권은 여전히 제한적이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2001년 오이도역 사건 이후에도 사망 사건이 계속 일어난다”며 “서울시가 이동권에 관해 약속한 내용이 조속히 이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장애인 이동권은 법적으로도 보장하도록 규정돼 있다.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에서는 국토교통부의 주도하에 교통 약자의 이동 편의 증진을 위한 국가적 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제3조에는 ‘교통약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실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 통계로 보는 장애인의 삶’에서는 일상에서 장애인이 지원 필요성을 느끼는 것에 대한 응답으로 ‘교통수단 이용하기’가 37.3%를 차지하며 두 번째로 높았다. 또한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장애인 이동권 강화를 위한 실태조사’에서도 전체 장애인 응답자의 약 48%가 '저상 버스 이용거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에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함께 인식 개선도 동반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장연 박옥순 사무총장은 “비장애인도 장애인의 입장에서 그들을 이해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며 “장애가 있는 사람들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