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금),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역사 왜곡 논란 끝에 폐지됐다. 일각에서는 재미를 위한 약간의 역사 왜곡은 있어도 괜찮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한편,  사람들이 쉽게 접하는 미디어 콘텐츠인 드라마나 영화에서 역사 왜곡이 있으면 안 된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SBS 시청자 게시판에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역사를 왜곡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해당 드라마에는 태종이 악령에 사로잡혀 백성들을 무자비하게 도륙하는 장면과 훗날 세종대왕이 되는 충녕대군이 “6대조인 목조(이성계 고조부)께서도 기생 때문에 삼척으로 야반도주하셨던 분이셨다. 그 피가 어디 가겠느냐.”라고 말하는 장면이 담겼다. 시청자들은 이러한 장면이 실제 역사 속 인물과 거리가 있으며 우리나라 왕을 모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국이 한국의 문화를 중국의 문화라고 주장하는 '문화 동북공정'을 펼치는 가운데 중국풍 의상 및 중국식 소품이 활용돼 더욱 논란이 거세졌다.
역사 왜곡 비판은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JTBC의 드라마 ‘설강화’에서도 나타났다. 일부 단체들이 5·18 민주화 운동에 북한이 개입했다고 계속해서 주장하는 가운데 드라마의 주인공을 북한 간첩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또한 시청자들은 설강화 제작진들이 국가안전기획부 소속 인물을 ‘원칙적이고 열정적이며 대쪽같은 인물’로 미화하려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드라마는 판타지인데 역사를 왜곡해도 괜찮지 않으냐’는 반론이 제기됐다. 사극 드라마나 영화는 역사의 재현보다 상업적 목적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작가의 상상력이 동원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황교익 칼럼니스트는 본인의 SNS를 통해 “한국 TV 역사 드라마는 몇몇 등장인물 외는 완벽한 판타지”라며 “판타지면 판타지로 보고 말지 뭔 역사 타령인가요”라고 반문했다. 또한 카이스트 경영대 이병태 교수는 “군중심리로 이렇게 작가들의 상상력을 억압하고 나서, 우리나라에서는 대중이 인정하는 하나의 역사만 말하고 가르쳐서 세뇌된 반일 반중 테러리스트들이나 길러내자는 말인가?”라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SNS에 게시했다.


  그러나 드라마와 영화 등에서 역사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판타지와 재미를 위해 사소한 부분에 약간의 변화를 줄 수는 있겠지만, 날조 수준으로 역사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우석대학교 역사교육과 조법종 교수는 “사극이 시대나 상황을 넘나들며 상상력을 펼치는 것까진 좋지만, 그것이 역사적 실존 인물과 사실까지도 왜곡하는 것은 역사 인식의 훼손이다”라고 전했다.


  특히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시청자들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역사 지식을 습득하고 있어 올바른 역사 지식의 사용이 요구되고 있다. 왜곡된 역사를 표현한 매체를 접한다면 일부 시청자들은 미디어 속 허구와 역사적 사실을 착각하게 되고, 정확한 역사 정보를 습득하는 데에 있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영상 콘텐츠는 단순히 볼거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역사와 문화를 전파하는 매체로서 강한 영향력을 가진 만큼, 왜곡된 표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특히나 요즘은 학생들이 영상매체를 통해서 많은 역사 지식을 키워나간다”며 “역사적 사실이 왜곡되면 학생들이 잘못된 역사 인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드라마·영화에 있어 이러한 표현 방식은 정말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해외에서도 우리나라의 드라마와 영화를 많이 접할 수 있게 되면서 드라마 속 역사 왜곡에 대한 해결책의 필요성이 더욱 크게 제기되고 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해당 매체 속에는 역사적 인물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내용을 변형할 경우 해외 시청자들에게 충분히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잘못된 역사를 전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조선구마사’의 박계옥 작가는 이전 작품이었던 ‘철인왕후’에서도 조선시대 역사서인 조선왕조실록을 ‘한낱 찌라시’라고 표현하며 역사 왜곡 논란을 빚은 바 있는데, 실제로 해당 대사는 해외에서 소형 신문을 뜻하는 ‘타블로이드(tabloid)’로 번역되기도 했다. 이에 성신여자대학교 교양학부 서경덕 교수는 “한국 드라마가 글로벌화된 상황에서 왜곡된 역사를 해외 시청자들에게 보여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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