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가 혼인 혈연 입양에 한정됐던 가족의 개념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보조생식술을 통해 비혼 상태에서 정자 기증으로 출산하는 '비혼 출산'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비혼율이 증가하는 현실에 맞춰 혼인 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 출산 문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생명 윤리적인 측면에서 비혼 출산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7일(화), 여가부는 모든 가족 구성원이 존중받는 가족법 제도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1년부터 오는 2025년까지 혼인 혈연 입양에 국한된 '가족개념'을 넓힐 수 있도록 민법 및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을 추진한다.

  현행 민법 779조에 따라 가족은 '배우자, 직계혈족, 형제자매', '생계를 같이 하는 직계 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배우자의 형제자매'로 규정된다. 또한 건강가정기본법은 가족을 혼인 혈연 입양으로 이뤄진 사회적 기본 단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1인 가구의 급증 등 가족의 형태가 이전보다 다양해지는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여가부는 기존 '가족'의 정의를 삭제하고 가족의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중은 2010년 전체 가구의 23.9%에서 2019년 30.2%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반면 '전형적인 가족'으로 정의돼온 부부와 미혼자녀로 구성된 가구는 2010년 37%에서 2019년 29.8%로 감소했다. 여가부 정영애 장관은 "혼인이나 출산도 많이 줄어들고 있고 국민들의 생각도 혼인, 혈연관계를 넘어서서 생계와 주거를 같이 하면 가족이라고 동의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정부는 동거 사실혼 위탁 가족 등 혈연이나 혼인으로 이어지지 않은 가족도 법의 보호를 받도록 법안을 개정할 계획이다. 혈연이 아니면서 서로 돌보는 관계에 있는 대안적 가족 역시 재산이나 권리관계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될 전망이다. 정 장관은 "모든 가족이 차별받지 않고 함께 인권이 존중되고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비혼 출산'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함께 진행된다. 지난해 3월 발표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40세까지 결혼하지 않은 여성의 비율이 지난 30년간 10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한국의 임신·출산 제도는 법적 부부에게만 집중돼 있다며 비혼율이 증가하는 현실에 맞춰 재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장미혜 선임연구위원은 "아직 결혼만이 가족 구성의 중요한 제도로 남아있는데, 정부는 변화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혼 출산에 대해 찬성하는 여론은 반대하는 여론보다 크게 나타났다. 지난 1일(토)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발표한 비혼 출산 법제화 관련 조사 결과 '찬성'의 의견이 49.6%로, '반대' 39.1%보다 10.5%p 높았으며, 20대에서 64.4%의 찬성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생명 단체와 의료계는 비혼 출산이 야기할 인간의 상품화와 생명 경시 풍조를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혼 출산으로 정자와 난자의 매매 가능성이 커지면서 사람들이 양질의 유전자만 선택하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예측한다.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이명진 소장은 "비혼 출산은 인간을 상품화하는 선별 출산으로 이어져 생명 경시 풍조를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비혼 출산으로 태어날 아이의 입장도 깊이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아이에게도 좋은 환경에서 충분한 보호와 사랑을 받으며 독립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 김명희 원장은 "기증된 정자나 난자를 통해 아이에게 유전적 질환이 갈수도 있다"며 "출산하는 사람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아이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랄 권리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비혼 출산과 관련된 정책을 검토 중이다. 정 장관은 "현재 비혼 출산을 명시적으로 금지하지는 않지만 많은 제약이 있다"며 "비혼 출산은 대리 출산 허용과 난자·정자 공여와 관련된 법률적·생명 윤리적 측면에서의 많은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6월까지 난자·정자의 공여, 대리 출산 등 생명 윤리 문제와 비혼 출산 시술에 대해 국민의 의견을 묻는 설문 조사를 진행해 정자 공여자의 법적 지위, 비혼 출산으로 태어난 아이의 알 권리 등의 제도를 검토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