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자가 실제 구매한 '펀슈머' 제품이다. 제품 중 비식품으로 '서울우유 바디워시'와 '진로 디퓨저', 식품으로 △바둑알 초콜릿 △칫솔 사탕 △주사위 사탕 △지폐 과자 △모나미 매직 음료 △립스틱 사탕이 있다.
본 기자가 실제 구매한 '펀슈머' 제품이다. 제품 중 비식품으로 '서울우유 바디워시'와 '진로 디퓨저', 식품으로 △바둑알 초콜릿 △칫솔 사탕 △주사위 사탕 △지폐 과자 △모나미 매직 음료 △립스틱 사탕이 있다.

  지난 23일(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펀슈머’ 제품 중 식품으로 오인될 수 있는 일부 손 소독제에 대해 해당 용기 사용 제한 및 표시 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을 밝혔다. 이처럼 일부 펀슈머 제품에 문제점이 지적되며 제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펀슈머는 재미(Fun)와 소비자(Consumer)를 합친 신조어로, ‘상품의 재미를 소비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펀슈머는 제품에 재미를 느낀 경험을 SNS를 통해 공유하는데, 이 과정에서 제품 홍보 효과가 발생해 제품 판매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유통 업체들은 마케팅의 일환으로 눈에 띄는 포장과 용기 등을 활용한 펀슈머 제품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펀슈머 제품이 실제 소비자의 관심을 크게 이끈 사례가 있다. ‘곰표 밀맥주’는 편의점 ‘CU’와 ‘대한제분’의 브랜드 ‘곰표’가 협업해 만든 펀슈머 제품이다. 해당 제품은 포장 용기 디자인을 통해 펀슈머의 이목을 끌어 CU 판매 맥주 중 매출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이러한 효과에 대해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소비자들이 새롭고 재밌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업체들도 이러한 협업 상품을 계속해 선보이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일부 펀슈머 제품에는 문제점이 제기된다. 먼저 비식품인 펀슈머 제품에 대한 지적이 일었다. 펀슈머 제품이 비식품임에도 불구하고 식품처럼 디자인돼 이를 오인하고 섭취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품에 △진로 디퓨저 △서울우유 바디워시 △비닐 파우치 형태의 손 소독제 등이 있다(사진 참조). 실제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손 소독제를 식품으로 오인해 섭취하거나 삼킨 사고가 지난해 11건, 올해 3건 발생했다.

  더욱이 이러한 제품은 시각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게 위험하다는 주장이 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이연주 정책팀장은 “시각 장애인의 경우 용기를 만져 보고 어떤 제품인지 짐작할 때가 많은데, 용기 형태가 비슷하면 구분이 어렵다”며 “현재 시중의 파우치 형태 손 소독제는 이들이 알아보기 힘들어 표시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식품인 펀슈머 제품으로 인해 사람들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는 영유아를 비롯해 인지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펀슈머 제품 중 비식품을 모방한 식품을 접한 이후 실제 비식품 제품을 식품으로 오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품에는 △바둑알 초콜릿 △모나미 매직 음료 △립스틱 사탕 △칫솔 사탕 △주사위 사탕 △지폐 과자 등이 포함된다(사진 참조). 임우근준 미술 평론가는 “인지 장애가 있는 노인이나 지적 장애인, 미취학 아동은 이러한 제품을 먹은 후 원본 제품을 먹을 가능성이 있다”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책임감이 전혀 없는 디자인”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위험성이 제기되는 펀슈머 제품을 제재할 수 있는 현행법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도 비판이 이어진다. 정부 지정 인증 기관에서 음식 모양 장난감을 인증받으려면 ‘먹지 말라’는 문구를 넣어야 하는 등 관련 지침이 일부 존재하지만, 식품을 비식품 형태로 만드는 것에 대한 지침은 없기 때문이다. 이에 국민의힘 양금의 의원은 “현행법상 식품 등에 대해 올바른 표시를 하도록 하는 명시적 기준의 범위가 한정적이어서 소비자뿐만 아니라 생산자의 혼란도 초래하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식약처는 이러한 펀슈머 제품에 제재를 가할 예정임을 밝혔다. 지난 23일(일) 식약처에 따르면, 오는 8월 1일(일)부터 의약 외품으로 분류되는 외용 소독제에 대해 뚜껑이 달린 200mL 이하의 소용량 파우치 용기 및 포장 사용이 금지된다. 이에 대한 두 달간의 계도기간이 끝난 후 해당 사항으로 적발될 시 행정 처분이 이뤄질 계획이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