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대학은 사회를 위한 심오한 학술이론과 응용 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대학에서 배우는 전공은 따라서 이미 어느 정도의 지식이나 교양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대학에서의 교육은 단순히 텍스트에 쓰인 글을 읽고 이해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를 바탕으로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지식이나 기술 습득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문해력이 떨어지는 경우 대학에서 요구하는 학업능력 기준에 미치지 못해 개인적으로는 학습 의욕이 저하되고 대학 측면에서는 인적·물적 낭비라는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안게 된다. 빠르게 배울 수 있고 효율적인 한글 덕분에 한국인들은 대부분 글을 읽고 쓸 수 있다. 그러나 문해력은 맥락을 파악하고 자신이 필요한 정보나 지식을 찾아낼 수 있으며 창의적인 생각과 남들과 잘 소통하는 능력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사회 구성원 사이의 소통, 개개인의 창의적 능력, 집단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 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해력이 특히 중요한 분야는 교육 현장이다. 우리말의 어휘 중 절반이 훨씬 넘는 비율이 한자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영어에 익숙한 세대에게는 모국어라도 외국어처럼 들리기 쉽다. 외국어 시간에 교사가 문장을 해석해 줘도 한국어 어휘를 몰라 교사의 해석을 이해하지 못하고 진도를 나가지 못한다는 예는 이미 비일비재하다. 더구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사태로 사람들 사이의 대화가 글로 대체가 되어 필요한 내용이나 의사전달을 글로 표현하는 경우가 일상이 되었는데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내용 전달 자체가 안되는 경우가 허다하니 문해력 부족은 교육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반에 걸쳐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말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지만 글에 대한 교육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긴 글 없이도 짤막한 단어들로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영상시대에 굳이 글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반론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학의 과제·보고서나 회사의 각종 서류 작성, 수험서 등 일상생활에서 아주 중요한 정보나 지식 습득은 여전히 길고 어려운 글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조사에 따르면 연봉과 취업률, 심지어 건강마저 언어 등급에 따라 현격한 차이가 난다고 하니 문해력은 출세와 생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디지털 기기의 영향으로 기존 세대와 정보 접근 방식이 다른 젊은 세대들의 특성도 고려하고 변화된 환경에서 기존의 교육과정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여전히 선진국에서는 읽기 교육을 중시하고 일부에서는 문해력 시험마저 시행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읽기 교육에 대한 보완과 지원을 더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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