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해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던 사람,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은 인터넷 커뮤니티의 끝없는 악플이었다. 그러나 더 놀라운 사실은 뒤에서 이를 자극하는 ‘사이버렉카’가 있었다는 것이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가는 렉카. 이러한 렉카의 신속함과 비슷하다는 의미에서 사회에 이슈가 생기면 빠른 속도로 콘텐츠를 만들어 공유하는 이들을 우리는 사이버렉카라고 정의한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잘못된 정보로 확산되는 오늘날, 우리 사회를 탈진실의 시대로 끌어가는 건 다름 아닌 사이버렉카이다.
사이버렉카의 피해 사례를 살펴보면, 명확하게 존재하는 피해자와 달리 가해자는 흐릿하다. 모니터 뒤에 숨어 악플을 달고 혐오 장사를 소비하는 콘텐츠 이용자들과, 이를 지켜보며 쾌감을 느끼는 사이버렉카의 무책임한 연대는 수많은 사람에게 아물지 않는 상처를 입히고 죽음으로 몰아간다. 피해자가 고통을 호소해도 사이버렉카들은 ‘아니면 말고’ 식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진실인 것처럼 이야기하며 계속해서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이에 크리에이터들도 문제이지만 플랫폼 업체도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유튜브 △트위치 △아프리카TV 등 인터넷 방송 플랫폼은 자체 심의 규정으로 유해 콘텐츠를 규제하며 모니터링을 통해 부적절하거나 불법적인 콘텐츠를 삭제한다. 그러나 이는 플랫폼 사업자의 자율적 판단에 따르기 때문에 콘텐츠나 채널의 제재는 미온적이다. 피해자가 직접 신고를 해도 콘텐츠의 제재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발표된 유튜브의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두 달간 유튜브 자체에서 삭제한 콘텐츠는 590만 1,241건인 반면, 개인이 신고해 삭제된 콘텐츠는 8만 5,791건에 불과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사회는 뒷짐만 지어왔다. 오히려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아래 사이버렉카의 활개를 받아들였다. 한국외대 김민정 교수는 “온라인에서 표현과 행동의 구분은 경계가 불분명하다”며 “온라인 공간에서 느끼는 위협이 오프라인 위협과 다르다고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재판부는 표현의 자유에 책임의 무게가 내포된다고 판결했다. 지난해 1심 재판부는 교통사고로 사망한 故 김민식 군의 부모와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명예를 훼손한 유튜버 ‘생각모듬찌개’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본인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피해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하는 것은 자유지만, 그 자유에는 엄중한 법적 책임이 따른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비난과 혐오는 일상에 스며들어 갈등을 낳고, 이러한 갈등은 사회에 상처를 남긴다. 더 이상의 온라인 혐오가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럴싸한 ‘표현의 자유’라는 프레임 속에서 기생하는 것이 아닌, 보다 정교한 법과 제도로 사이버렉카를 제동해야 할 때이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