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 프랑스가 독일군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구축한 요새 선인 마지노선(Maginot Line)은 오늘날 최후의 보루를 의미한다. 버틸 수 있는 마지막 한계선이라는 뜻이다. 뉴스에서는 ‘환율이 마지노선을 넘었다’고 보도하기도 하고, SNS에서는 ‘치킨값이 마지노선을 넘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위태롭기도 한 단어 속에서 우리는 왜인지 모를 단호함과 위기감까지 느낄 수 있다.

  마지노선은 인간이 만들어낸 최고의 군사 건축물로 꼽힌다. 그러나 이는 난공불락이 아닌 무용지물이었다. 참호전으로 이어졌던 제1차 세계대전의 방어적 전쟁 양상에만 머물러, 변화를 살피지 않고 방어하는 것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독일은 프랑스의 방어 작전을 피해 중립국인 벨기에로 우회하고, 항공기를 동원해 프랑스를 함락시켰다. 엄청난 △기술 △인력 △자금으로 만들어진 마지노선은 나름 괜찮은 군사적 전략이었다고 평가받지만, 결국 제2차 세계대전에서 프랑스를 지켜주지 못했다. 독일군을 방어하고자 만들어진 목적을 이루지 못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이다.

  이렇듯 마지노선은 변화의 물결을 따라가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프랑스는 변화하는 전쟁 양상을 따라가지 못하고 온전히 방어에만 집중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제62대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는 흐름을 따라가며 변화로 나아가고자 한다. 중운위는 학생 주권 공동행동 ‘마지노선’을 통해 성적 평가 방식의 변화, 소통 방식의 변화를 포함해 학교 본부의 변화를 끌어내고자 행동할 것을 약속했다. 교무처 학사협의체에서 제62대 총학생회는 타 대학의 사례를 들어 평가 방식의 추세를 설명하기도 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국민대와 동국대는 학칙에서 A학점의 비율을 5~10%씩 올렸다. 서강대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나 중도탈락률 등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완화된 상대평가를 진행하고, 경희대와 단국대는 절대평가를 시행한다. 학생 대표자들은 중도탈락률과 재학생 충원율이 대학의 위기로 대두되는 지금, 타 대학의 사례를 파악했다.

  그러나 역사적 맥락에서 볼 때 중운위의 ‘마지노선’은 이들의 현주소를 보여주기도 한다. 역사 속 마지노선은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는 마지막 한계선’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마지막까지 지키는 최후의 수단’으로 통용되는 의미와 달리, 실제로 마지노선은 가장 앞에서 방어하고 대치하는 최전방의 일차 저지선이었다. 그래서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중운위의 마지노선은 최전방의 저지선이 아니라 최후의 보루로 결의됐기 때문이다. 중운위는 소통하지 않는 학교 본부에 이제야 최후의 수단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을 위해 한 걸음 앞에 서서 개방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지난달 18일(월) 학생자치기구의 대표자들이 결의했던 마지노선, 이제는 학생들의 최전방에서 일차 저지선의 역할을 해야 할 때이다. 남도현 군사 칼럼니스트는 “마지노선은 미래를 제대로 내다보지 못하고 현실에만 안주하려는 단순한 생각이 낳은 한심한 결과의 대명사”라고 정의했다. 앞으로 중운위가 결의할 마지노선은 학생들의 미래를 위한 ‘소통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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