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목)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떠날 때 비속어를 사용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MBC가 윤 대통령이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남 이후 주변 참모진에게 말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도하며 ‘(미국)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 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자막을 단 것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하며 MBC를 규탄하고 있다.

  MBC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10분경, 현장을 나오는 윤 대통령의 모습과 음성이 당시 가까이에서 촬영 중이던 순방 공동 취재단(Pool)의 카메라에 녹화됐다. 공동 취재단은 각 언론사에서 선정된 대표 인원이 돌아가면서 △영상 △음성 △사진 △핵심 관계자들의 코멘트 녹취 등을 기록한 뒤, 실시간으로 출입 기자단 전원에게 공유하도록 돼 있다. MBC는 “기자들이 맥락과 경위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자, 대통령실에서는 오전 9시쯤 ‘공식 석상이 아니었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데다 외교상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대통령실 기자들에게 비보도 요청을 했다, 그러나 대통령실 기자단 간사는 이를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MBC는 이날 오전 10시 7분 MBC 뉴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언론사 중 최초로 개별 영상을 공개했다. 이는 해당 영상의 비공식적 보도 유예(엠바고) 해제 시점인 오전 9시 39분이 지난 시점이다. 이후 △KBS △SBS △YTN △JTBC 등 언론사의 유튜브 채널에도 동일한 영상이 게재됐다.

  이날 오후 10시 45분경,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에 ‘미국 의회’를 향한 것이 아닌 ‘우리 국회’에 대해 한 이야기였으며, ‘바이든’이라는 단어도 ‘날리면’이 맞다고 밝혔다. 당시 해명한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여기에서 미국 이야기가 나올 리가 없고, ‘바이든’이라는 말을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며 “순방 외교는 국익을 위해 상대국과 총칼 없는 전쟁을 치르는 곳인데, 한 발 더 내딛기도 전에 짜깁기와 왜곡으로 발목을 꺾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월) 윤 대통령은 서울시 용산 대통령실에 출근하면서 “사실과 다른 보도로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이날 국민의힘 이종배 서울시의원은 MBC △사장 △편집자 △해당 기자 등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및 위계에 의 한 업무방해 혐의 공모공동정범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또한 지난달 28일(수) 국민의힘 권성동 전 원내대표를 포함한 국민의힘 의원 10여 명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 “조작방송 중단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방문했다. 권 전 원내대표는 “MBC는 자막을 조작해 대통령 발언을 왜곡하고 국민을 속였고 이는 대국민 보이스피싱이다”라며 “이제 MBC 민영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시간,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 MBC본부의 항의 방문 저지 시위가 열렸다. MBC본부 조합원들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문을 가로막고 △적반하장 쪽팔린다, 언론 탄압 중단하라 △언론 탄압하지 말고 확인부터 먼저하라 △사실 왜곡 누가 했나, 적반하장 하지 마라 등의 구호를 반복해 외쳤다. 언론노조 신호 YTN지 부장은 “만약 대통령실에서 보기에 대통령의 발언이 보도와 다르다면 즉각 대응했으면 되는데, 15시간 후에 발언을 부정했다”며 “MBC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언론이 같은 보도를 했는데 이는 겁박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보낸 공문에 대해 MBC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MBC에 따르면 지난달 26일(월) 대통령비서실은 MBC 사장실에 대통령의 이른바 ‘비속어’ 발언 보도와 관련해 설명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왔다. 이에 MBC는 입장문을 통해 “해당 보도가 상식적인 근거와 정당한 취재 과정을 통해 이뤄졌음을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며 “보도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최고 권력 기관인 대통령실에서 보도 경위를 해명하라는 식의 공문 을 공영 방송사 사장에게 보낸 것은 언론 자유를 위협하는 압박으로 비칠 수 있어 매우 유감스럽고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언론노조 △한국기자협회 △ 대통령실 영상기자단 △국제기자연맹 등에서 비판에 나섰다. 언론노조는 “어떤 사람을 욕하여 이르는 말인 ‘XX’가 한국 대통령 입에서 나왔는데 왜 사과하지 않는가”라며 사과를 촉구했고, 한국기자협회는 “그동안 정부와 여당을 감시하며 의혹을 파헤쳐 오고 있는 눈엣가시와 같은 언론을 희생양으로 삼아 위기를 모면하려는 꼼수를 쓰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대통령실에 출입하는 영상기자단은 ‘대통령 비속어 발언’과 관련된 일련 의 사태에 대해 어떠한 왜곡과 짜깁기도 없었음을 밝히며 “정당한 취재와 보도에 대한 더 이상의 왜곡을 멈추길 바란다”고 전했고 국제기자연맹은 MBC에 대한 여당의 형사 고발은 언론 자유 침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마침내 △KBS △SBS △JTBC △YTN △ OBS의 5개 방송사 기자협회에서 정부 여당을 비판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해당 성명에는 국민의힘이 MBC 관계자들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것에 대해 “MBC 한 언론사에 대한 공격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언론 자유에 대한 위협”이라며 “공인 중의 공인인 대통령이 공개된 장소에서 한 발언을 취재 보도한 것이 명예훼손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의 영역에 속하며 국민의힘이 이를 모를 리가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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