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럽의 겨울은 더욱 추울 예정이다. 다가오는 겨울을 앞두고 러시아가 유럽으로 향하는 해저 가스관 ‘노드스트림-1’을 폐쇄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을 받지 못하자 유럽에는 에너지 위기가 도래했다. 이에 따라 유럽은 에너지 절약과 에너지 공급 다변화를 통해 ‘추운 겨울 피하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무엇이 유럽 에너지 위기 문제인지 살펴보자.

“에펠탑 조명도 끕니다”,  에너지 절약에 나서는 유럽

  현지 시각으로 지난달 23일(금) 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에펠탑의 조명이 1시간 일찍 소등했다. 기존 에펠탑의 조명은 해가 진 후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점등하는데, 이날부터 에너지 절약을 이유로 1시간 이른 오후 11시 45분에 소등한 것이다. 파리시가 에너지 위기 대응으로 에너지 절약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에펠탑 야간 조명 운영 시간 단축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에너지 절약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절약의 목적으로 프랑스 파리시는 에펠탑 야간 조명 운영 시간 단축 외에도 시청과 박물관을 비롯한 관공서 조명을 오후 10시까지 점등하기로 했다. 프랑스 정부도 에너지 절약에 대응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다가오는 겨울, 난방 온도를 최대 19도로 맞출 것을 권고했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겨울철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해 에너지 사용량을 10% 감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은 지난달부터 독일 연방 정부가 발표한 에너지 절약 조치에 따라 △사무실 난방 온도 19도까지 허용 △온수 중단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건물·옥외 광고 조명 제한 등에 돌입했다. 독일 연방 로베르트 하백 경제·기후부 장관은 “가스 부족을 피하고자 독일은 가스를 20%까지 절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이달부터 이탈리아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절약 계획에 따라 에너지 절약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탈리아 에너지 절약 계획에 따르면 △실내 난방 온도 19도로 제한 △산업 시설 건물 난방 온도 17도로 제한 △에너지 절약 홍보 캠페인 등이 시행된다. 이탈리아 로베르토 치올라니 생태경제부 장관은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에 대비하기 위해 유용한 에너지 절감을 즉시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는 네덜란드 정부의 주도로 지난 4월부터 에너지 절약 캠페인이 시행되고 있다. 해당 캠페인은 ‘스위치를 돌리자’는 구호를 내세우며 △샤워 시간제한 △세탁물 자연 건조 △냉난방 온도 제한 등 에너지 절약에 관한 조언을 제공한다. 핀란드는 이달부터 사우나 일주일에 한 번으로 줄이기 등의 내용이 포함된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통해 에너지 절약에 나서고 있다. 스페인은 냉난방 온도 제한과 더불어 오후 10시 이후 상점 진열대 조명 소등 등을 통해 에너지 절약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의 ‘잠가라 밸브’, 유럽을 공포에 몰아넣다.

  에너지 절약에 나설 정도로 유럽이 에너지 위기를 마주하게 된 배경에는 유럽연합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가한 것에 있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단행하면서 미국과 유럽연합을 비롯한 서방 동맹국이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부과했다(본지 1287호 ‘우크라이나 침공, 세계를 흔들다’ 기사 참조).

  이에 맞서 러시아도 경제 제재에 나섰다. 특히 지난달 3일(월)부터 러시아는 ‘노드스트림-1’을 폐쇄했다. 노드스트림-1은 러시아에서 독일로 향하는 해저 가스관이다. 결국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기까지 이른 것이다. 

  문제는 유럽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다. 유럽 전체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는 40%에 달한다. 독일의 경우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55%에 달하고, 체코와 라트비아의 경우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100%에 달한다. 본교 경제학과 조성봉 교수는 “유럽 각국은 절대적으로 러시아의 천연가스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며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줄어들어 가스 가격이 올라가고 결국 전기 요금도 오르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의 천연가스 선물 가격 지표인 네덜란드 TTF의 가격은 줄곧 100유로 이상의 가격을 보인다. 이는 지난해 가격보다 최소 2배 이상 인상된 가격이다.

  천연가스 가격 상승은 유럽의 각종 산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핀란드 전력회사 ‘카후 보이마 오이’는 급등한 전기 가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했다. 이러한 이유로 핀란드 정부는 대규모 정전 사태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의 최대 화학 기업 ‘바스프’는 생산 중단 위기를 직면하고 있다. 바스프는 △치약 △기저귀 △절연재 등에 사용되는 화학 물질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바스프의 루트비히스하펜 공장이 사용하는 연간 가스 사용량은 스위스의 가스 사용량과 맞먹는 데다 가스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생산 중단 위기를 겪고 있다. 바스프 다니엘 레헨베르거 대변인은 “최대로 필요한 양의 절반 이하로 가스를 계속 받게 되면 사업장 전체를 점진적으로 축소해야 한다”며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지만 선택지가 없다”고 밝혔다. 

  천연가스를 직접 사용하지 않는 기업에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 벨기에 양조업체인 ‘허이헤 브루어리’의 생산 중단 위기가 그 사례이다. 이는 맥주에 첨가되는 액화 탄산 가스와 관련이 있다. 액화 탄산 가스는 이산화탄소 가스를 액화한 형태로 음료에 첨가되는 재료이다. 이산화탄소 가스는 암모니아 생산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생산된다,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노르웨이 비료 기업 ‘야라 인터내셔널’이 암모니아 생산을 중단했고, 이산화탄소 가스 공급이 어려워졌다. 이에 이산화탄소 가스 생산 비용이 증가하자 산업용 가스 제조기업 ‘닛폰가스’가 허이헤 브루어리에 13배에 달하는 액화 탄산 가스 가격 인상을 요구해 허이헤 브루어리의 생산 중단 위기가 발생한 것이다.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하는 유럽의 에너지 위기에 대해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산 가스에 의존한 까닭에 역사상 처음으로 에너지가 전쟁 무기가 되는 상황에 부닥쳤다”고 평가했다. 

  에너지 위기 해결을 위한 유럽의 몸부림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유럽 각국은 에너지 공급 다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조 교수는 “에너지 절약을 시행하면 에너지 수요가 떨어져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고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라며 “근본적인 대책은 공급을 다변화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는 에너지 공급원 확보를 위해 지난달 23일(금)부터 25일(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 에미리트 △카타르 순방에 나섰고, 지난달 25일(일)에는 아랍 에미리트와 가스 공급 체결을 맺었다. 불가리아는 지난 1일(토) 불가리아와 그리스를 잇는 가스관을 개통했다. 이는 불가리아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건설됐으며, 불가리아는 아제르바이잔의 천연가스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노르웨이 △덴마크 △폴란드로 이어지는 ‘발틱 파이프 가스관’도 지난달 27일(화) 개통됐다. 발틱 파이프 가스관은 폴란드 정부가 천연가스 공급 다변화를 위해 지난 2019년부터 추진한 사업이다.

  횡재세 도입, 근본적인 해결은 ‘글쎄’

  또한, 횡재세 부과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초과이윤세라고 불리는 횡재세는 기업 혹은 사람에게 예상치 못한 이윤의 초과분을 정부가 추가로 징수하는 세금을 의미한다. 지난달 14일(수) 유럽연합 의회 연설에서 유럽연합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석유와 가스 가격이 높아짐에 따라 막대한 이익을 챙긴 에너지 기업에 횡재세 등을 거둬들여 에너지 위기 해결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유엔 안토니오 구테흐스 사무총장도 “화석 연료 업계는 보조금과 횡재 이익으로 돈방석에 앉았다”며 “모든 선진국에 에너지 회사의 횡재세 부과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럽에서 횡재세 부과가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달 30일(금) 유럽연합 교통·통신·에너지 이사회가 발표한 에너지 가격 대응을 위한 합의안에 따르면 에너지 기업에 일종의 횡재세인 연대 기여금을 의무적으로 부과할 것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횡재세 부과가 에너지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조 교수는 “에너지 회사에 횡재세를 부과하게 되면 에너지 확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에너지 위기는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조 교수는 “정부 재정 적자의 재원 충당 수단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에너지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기후 위기 < 에너지 위기 

  독일 연방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독일의 석탄 화력 발전 비중이 30%가량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석탄 화력 발전 비중에 비해 17.2% 증가한 수치다. 독일은 대표적인 탄소 중립 정책을 펼치는 국가이지만, 에너지 위기가 닥치자 화석 연료 사용을 늘린 것이다. 독일 이외의 국가들도 에너지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원자력 발전과 화석 연료 발전의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본지 1295호 ‘관측 이래 최악의 폭우, 배후에 ‘기후 위기’가 있다’ 기사 참조). 에너지 위기가 발생하자 탈탄소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재생 에너지로 대안을 삼기에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이에 조 교수는 “현재 재생 에너지 기술로 에너지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며 “재생 에너지를 대안으로 삼으려면 기술이 더 발전해야 하는데, 당장 이 위기 국면을 해결할 방안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위기가 발생하면 당연히 기후 위기 대응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기후 위기 대응에 나서게 되면 에너지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에너지 요금을 인상하면서까지 기후 위기 대응에 나설 수 있는 국가는 없다”며 “정치적으로도 쉽지 않은 문제”라고 밝혔다. 

  유럽의 추위가 한국에도 덮친다

  전문가는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한국에도 덮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유럽이 비축용 천연가스를 사들이고 있고, 유럽의 에너지 다변화로 인해 한국이 수입할 에너지 물량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유럽이 에너지 다변화를 하면 한국에 수입될 가스가 유럽으로 갈 수 있고 가격도 오를 수 있어 남의 일로만 바라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지난달 30일(금) 정부는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에너지 절약과 에너지 효율화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 사항으로 전기·가스 요금 인상과 에너지 사용량 10% 줄이기 등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이창양 장관은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와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 등으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해 비상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며 “에너지 절약을 위한 국민적 노력과 함께 경제·산업 전반을 저소비 고효율 구조로 진화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한국, 에너지 위기의식 갖고 있어야

  올해 상반기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의 적자액은 14조 3천억 원을 넘어섰다. 올해 말 한전의 적자액은 30조에서 40조까지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가는 한전의 적자액이 계속 불어난 원인으로 에너지 위기의식의 부재를 지목한다. 조 교수는 “정부가 원가 이하 가격으로 규제한 에너지 가격이 비효율적 에너지 소비 구조를 만들어 놓은 것”이라며 “에너지 소비는 절대적으로 에너지 가격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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