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월) 정부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 배상안 해법(이하 정부 배상안)을 공식화했다. 정부 배상안에 따르면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받아야할 소송 판결금의 방식이 일본 정부나 일본 피고 기업이 아닌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강제동원재단)이 직접 지급하는 이른바 '제3자 변제' 방식으로 채택됐다. 일본 정부의 사과도 직접 사과가 아닌 역대 내각의 입장을 다시 확인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정부 배상안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화)에 열린 국무회의서 "피해자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한일 양국의 공동 이익과 미래 발전에 부합하는 방안을 모색한 결과"라고 평한 바 있다.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반면, 일제 강제징용 피해 생존자 측은 즉각 반발했다. 지난 7일(화)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비상시국에서 강제징용 피해 생존자인 양금덕 씨는 "95살 먹어서 지금까지 억울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일본 사람들이 우리를 끌고 갔는데 어디에다가 사죄받고 어디에다가 요구해야 하겠느냐"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일(금) 정부 배상안을 즉각 철회하고 일본 정부의 사과와 일본 기업의 배상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국회 결의안을 발의했다.

  결국 정부 배상안을 두고 한쪽에서는 '대승적 결단', 한쪽에서는 '굴욕 외교'라는 구호로 쪼개지는 모습이다. 정부는 당연히 이러한 비판이 나오리라 예견했을 것이다. 정부가 해당 배상안을 추진한 배경도 한미일 공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된 현재와 무관하지 않다. 외교 상황이 그만큼 급박하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일본 피고 기업의 배상 참여 없이 정부 배상안을 공식화한 것에 대해 매우 아쉽다는 평이다. 일본 피고 기업이 아닌 행정안전부 산하 기관인 강제동원재단에서 배상금을 받는 모습이 다소 어색하고 일방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양금덕 씨가 앞서 말했던 것처럼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한국에 책임을 묻는 게 아닌 일본 정부에 진실한 책임을 묻고 있다. 이 와중에 정부가 나서서 한국 재단에 배상받으라고 하는 모습이 이상하다고 하지 않는다면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마치 정부가 선심 쓰듯, 배상에만 초점을 맞춘 듯한 그림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또한, 정부가 '굴욕 외교'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저자세 모습을 보였지만, 정작 일본 정부의 반응은 기대보다 무덤덤한 모습이다. 심지어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역대 내각의 담화 계승을 표명했음에도 지난 9일(목) 일본 중의원 안전보장위원회에서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이 "강제노동은 없었다"고 발언해 논란이 되고 있다. 과연 윤석열 정부는 '굴욕 외교'라는 의구심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깊이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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