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헌혈자는 264만 9,007명으로 전체 국민 대비 5.15%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인 지난 2013년 대비 26만 명 감소한 수치다. 헌혈 공급 부족으로 환자 또는 보호자가 직접 혈액을 구하는 지정 헌혈이 증가하고 있다.

  헌혈 부족 상황의 원인으로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지목됐다. 지난해 국내 헌혈 실적은 264만 건으로 지난 2019년 대비 5%가량 감소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헌혈자가 감소해 전국의 혈액 보유량이 3일 미만으로 떨어지게 됐다. 대한적십자에 따르면 적정 혈액 보유량은 1일 평균 혈액 소요 예상량으로 △1일 미만: 심각 △2일분 미만: 경계 △3일분 미만: 주의 △5일분 미만: 관심으로 분류된다. 코로나19 이후 혈액 보유량이 주의 단계에 위치하게 됐다.

  국내 헌혈 수급의 대부분을 담당하던 학생들의 헌혈 참여 감소 역시 헌혈 부족 상황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난 2013년 고등학생의 헌혈 실적은 105만 8,704건으로 전체 헌혈 실적의 36.3%였다. 이후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지난 2019년까지 최소 28.7%에서 최대 35.2%까지의 헌혈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2020년 19.5%를 기록하면서 급격히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해 16세에서 19세 고등학생의 헌혈 실적은 17.4%로 지난 2013년 대비 약 19%p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05년 통계를 시작한 이후 역대 최저치다.

  20대 헌혈 실적 역시 많이 감소했다. 지난 2013년 20대 헌혈 실적은 123만 1,995건이었으나 지난해 97만 120건으로 기록됐다.

  반면, 지정 헌혈은 지난 2018년 이후 매년 2배가량 증가하고 있다. 지정 헌혈은 의료 기관이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필요한 혈액을 요청하면 직접 헌혈 지원자를 구해 헌혈하는 것이다. △의료 기관이 보유한 혈액 부족 △환자 치료에 사용할 혈액 부족 △혈장, 혈소판 등 혈액의 특정 성분만 필요한 경우 지정 헌혈이 요청된다.

  보건복지부 헌혈 현황에 따르면 지정 헌혈은 △2018년: 1만 9,344유닛 △2019년: 4만 5,557유닛 △2020년: 7만 7,334유닛 △2021년: 14만 2,355유닛으로 기록됐다. 지난 2018년 이후 5년 만에 12만 3,011유닛이 증가한 것이다.

  △백혈병 환자 △항암제 투여 환자 △재상불량성 빈혈 환자에게 필요한 혈소판 성분 헌혈이 부족해지면서 혈소판 성분 헌혈의 지정 헌혈 또한 증가했다. 보건복지부 혈소판 성분 헌혈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8년 혈소판 성분 헌혈의 지정 헌혈은 4,437유닛으로 전체 혈소판 성분 헌혈 중 1.9%였다. 그러나 지난 2021년 혈소판 성분 헌혈의 지정 헌혈은 3만 711유닛으로, 전체 혈소판 성분 헌혈 중 지정 헌혈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18년 대비 약 10%p 증가했다.

  지정 헌혈은 최근 4년간 7.3배 증가했으나 환자 또는 보호자가 직접 헌혈을 구하는 지정 헌혈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다. 지정 헌혈 관행은 지난 2007년 한국백혈병환우회(이하 환우회)가 ‘혈소판 사전예약제’ 도입을 반대하며 사라졌다. 그러나 최근 헌혈량이 감소하면서 부활했다.

  이에 따라 환자 보호자가 SNS 등에서 지정 헌혈을 요청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본교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O형 혈소판 성분 헌혈 지정 헌혈 △A형 지정 헌혈 부탁드립니다 △헌혈할 수 있으신 분 한 번만 도움 부탁드립니다 △우리 선생님을 구해주세요 등 지정 헌혈을 부탁하는 게시글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환우회는 “백혈병·혈액암을 진단받은 환자들이 패닉 상태에서도 지정 헌혈자를 구하기 위해 주변에 진단 사실을 알리고 헌혈을 부탁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 가혹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혈액 공급은 앞으로도 계속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부터 혈액 보유량이 심각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대한적십자사의 혈액 인구 추계에 따르면 일평균 혈액 공급량 예상치가 혈액 소요량 예상치보다 적다. 이는 1인분 미만으로 심각 단계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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