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1일, 2026년도 학생회 정기선거의 개표가 마무리됐다. 당선된 새로운 학생대표자들의 출범까지 한 달을 앞둔 지금, 우리는 다시 한 번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학생대표자란 과연 어떤 자세를 지녀야 하는가? 최근 불거진 제65대 총학생회 S:SURE의 대응은 이 질문의 무게를 더욱 크게 한다.

  0학점 재학 제도 폐지 사안은 학생들의 학업·진로·병역·장학 등 실질적 삶에 직결되는 문제였다. 그러나 총학생회는 그 과정에서 학생을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일부 학생들을 “버릴 수밖에 없다”는 태도를 보이며 스스로의 책무를 저버렸다. 43차 중앙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총학생회장은 재정지원제한대학을 막기 위해 ‘재학생 수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며, 0학점 재학생들의 피해를 피할 수 없다는 논리를 반복했다.

  이어 총학생회장은 “3~400명의 재학생의 미래보다 학교 전체의 지표 관리가 더 중요하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선택을 IT대 학생회장에게 압박하듯 되묻기까지 했다. 총학생회의 책무는 학생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단체여야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총학생회가 학생들을 보호해주지 않는다면 누가 해줄 것인가?

  또한 학생대표자는 학교의 입장을 학생에게 전달하는 ‘전달자’가 아니라, 학생의 권익을 학교에 주장하는 ‘대변자’여야 한다. 학교의 사정을 이유로 학생의 권리를 포기시키는 태도는 그 존재 의미 자체를 부정한다.

  더 큰 문제는 총학생회가 여름방학 무렵부터 해당 가능성을 공유받고도 이를 학생들에게 안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회의록에서도 IT대 학생회장은 “관련 사실을 여름부터 전달받았고,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응할 시간이 있었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했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결정을 준비할 때, 학생대표자는 그 위험을 미리 경고하고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S:SURE는 그 시간을 허비했고, 학생들은 아무런 대비도 못한 채 졸업 직전 중대한 변화를 맞이해야 했다.

  또한 총학생회장은 공론화를 진행한 IT대 측을 문제 삼으며 오히려 학생대표자의 문제제기를 질책하는 모습을 보였다. IT대 학부개편대응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대자보가 게시된 뒤에도 총학생회장은 사안을 공론화의 당사자를 혼란의 원인으로 단정하며 방어적 태도만 고수했다.

  이 과정에서 같은 학생대표자로 회의에 참석했던 필자는 총학생회장이 책임을 회피하고 문제를 제기한 단위를 오히려 탓하는 모습을 보며, 학생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대표자가 그 역할을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에 깊은 부끄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학생을 위해 존재해야 할 자리가 학생을 탓하는 자리가 돼서는 안 된다.

  해당 회의에서 보인 총학생회장의 태도는 스스로의 책임을 외부로 전가하고, 학생사회의 자율적 문제제기를 ‘불신’으로 해석한 태도다. 학생사회의 위기를 해결하기보다, 문제를 제기한 학생대표자를 탓하는 행태는 어떤 측면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

  0학점 재학 제도의 폐지 여부와 무관하게, 사안을 다루는 방식 또한 학생대표자의 역량을 보여주는 중요한 기준이다. 그 과정에서 투명성 부족, 책임 회피, 학생보다 학교 우선의 판단이 드러났다면 이는 학생대표자로서 치명적인 실책이라 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학생대표자들이 선출된 지금, S:SURE의 사례는 분명한 경고를 남긴다. 학생대표자는 학교의 행정 논리를 대신 설명하는 존재가 아니라, 모든 학생의 권리와 존엄을 지켜내기 위해 학교와 맞서야 할 사람들이다. 일부 학생을 ‘감수해야 할 손실’로 규정하는 순간, 학생대표자는 그 역할을 완전히 상실한다.

  앞으로의 학생사회가 같은 오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이 사안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학생대표자는 무엇보다 학생을 우선해야 하며, 위기 상황일수록 더욱 투명하고 단호하게 학생의 편에 서야 한다. 이것이 학생사회의 신뢰와 존엄을 지키는 길이고, 우리가 다음 세대 대표자들에게 기대해야 할 최소한의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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