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월요일인 11월 17일은 일반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순국선열의 날이었다. 순국선열은 일제의 국권 침탈 전후부터 1945년 8월 14일까지 국내외에서 국권 침탈에 반대하거나 독립을 위해 항거를 하다 순국한 분을 일컫는다. 1939년에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을사조약이 맺어진 11월 17일을 잊지 않기 위해 ‘순국선열공동기념일’로 제정한 것이 그 기원이며,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나라를 되찾을 때까지 이국땅에서 추모 행사를 계속했다. 해방된 해에는 12월 23일에 지금의 동대문운동장인 서울운동장에서 대규모로 순국선열추념대회가 열렸으며
얼마 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수능 직후 관련 보도와 기사들이 영역별 난이도와 까다로운 문항을 앞다투어 다뤘다. 그중에서도 영어 영역은 한때 NEAT로 대체될 위기에 놓였다가 2018학년도부터 절대평가로 전환되는 변화를 맞이했으며 여전히 모든 수험생과 많은 국민의 관심사다. 수능뿐 아니라 토익, 토플 등 각종 영어 시험의 점수는 입학, 졸업, 취업, 승진 등 다양한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자리 잡아 왔다. 영어 시험이 우리 사회의 문지기 역할을 수행하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영어 시험의 실용성과 변별도에 비중 있게, 때로는 과도하
지구 기상 과학자들의 예측과 다르게 지구 평균 온도는 벌써 1.5°C를 넘었다. 2024년 봄 의 발표에 의하면 2023년 평균 온도는 처음으로 1.52도 상승한 것으로 관측되었다고 한다. 1.5°C란 산업혁명 시기, 즉 1850년부터 1900년까지 시기의 지구 평균 온도를 기준점으로 할 때, 온난화가 2018년 수준으로 지속한다면 2030년에서 2052년 사이에 도달하리라 예측된 지구 평균 온도를 말한다. 기후의 시간은 점점 더 예측 불가능해지고, 그러는 동안 특히 1.5도 넘은 첫해인 2023년에 지
불과 몇 년 사이에 인공지능이 대화를 나누기에 충분한 상대가 되었다는 사실을 곱씹어본다. 더 나아가 인공지능과 대화를 나눌 때면 그것이 사람과의 대화보다 편안한 관계임을 깨닫는다. 즉각적으로 대답하고 아첨하기 때문이다. 내가 정보를 요구할 때, 비록 시행착오가 잦을지라도 인공지능은 성심껏 자료를 조사하고 빠르게 전달하는 조력자가 된다. 누군가 위로를 바라면, 그의 마음에 부합하는 언어를 찾기 위해 지극하게 노력하는 친구가 된다. 심지어 힐난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면 인공지능은 그것에도 적절히 응한다. 인공지능과 대화하는 것은 미적으로
최근 K모 방송국에서 방영한 2부작 다큐멘터리 인재전쟁이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부제인 “공대에 미친 중국, 의대에 미친 한국”은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인상적입니다. 이공계 전반에서 중국이 얼마나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는지는 네이처 인덱스 등 여러 지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제 “중국은 기술력이 없다”는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중국은 이미 재료과학, AI, 드론, 로봇공학 등 핵심 분야에서 세계 최첨단을 달리고 있으며, 이공계 인재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과학자와 공학자는 국가적
우리가 낯선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또는 전혀 다른 환경에 놓였을 때 느끼는 감정의 출렁임은 동역학에서 말하는 초기 조건의 변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처음에는 불안정하고 어색한 상태가 지속되지만,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적당한 거리’와 감정의 균형을 찾아간다. 수학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그 새로운 관계 안에서 일종의 평형점(equilibrium)을 향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평형점이라는 것이 늘 안전한 것은 아니다. 어떤 평형점은 안정적이고(stable), 어떤 것은 불안정하다(unstable). 안정적인 평형점은 약간
둘레의 길이가 1미터인 끈이 있다고 해 보자. 이 끈을 땅바닥에 놓았을 때 끈으로 둘러싸인 넓이가 가장 크려면 끈을 어떤 모양으로 만들어야 할까? 이 문제는 카르타고의 여왕 디도(Dido)가 제기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답이 ‘원’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디도의 문제는 19세기가 돼서야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해결됐고 이후 등주부등식이라는 개념으로 폭넓게 일반화되어 많은 수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되었다. 디도의 문제에서 중요한 전제는 끈의 길이가 고정돼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최적화 문제, 즉 함수의 최대·최소를 구하는 문제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사는 물리적인 세상은 6,400킬로미터 반경의 지구 표면이며, 섭씨 ±50도의 온도 영역이다. 이 환경에서도 우리는 미터, 센티미터 등의 단위를 사용하며 충분히 다양한 현상을 경험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정작 재미있고 신기한 일들은 옴스트롱(0.1나노미터) 단위의 작은 세상에서 일어나니 이제는 익숙하게 듣고 있는 양자 현상이다. 온도 측면에서도 영하 273도, 즉 절대온도 0K 근처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양자 현상에 익숙한 이들에게도 충격적인 현상으로 다가온다. 바로 오늘 소개하려는 헬륨의 초유동성 이야기다. 우리
제가 2010년 미국에서 들어와 본교 수학과 교수로 임용됐을 때, 가장 놀란 것은 수학 과 학생들이 얼마나 수학 전공에 대하여 자신감과 확신이 없는가였습니다. 미국에서는 수학 전공이라면 “Wow! Thumbs up!” 하면서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사람을 보는 듯하는데, 우리 수학과 학생들은 본인이 수학과인 것이 좀 부끄러운 듯.. 미국 노동통계국은 “Mathematicians and Statisticians”의 2023-33년 고용 증가율을 11%로 예상했고, Resume Genius 2025년 ‘고연봉-저스트레스 직업 Top 10
2025년을 살며 우리는 정치, 경제, 사회적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시대적으로 요구되는 변화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경우는 칭송되는 반면, 그 변화가 인간의 생명과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문제제기는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인간의 생명 존중 및 자유의 소중한 가치를 높이는 변화라면 긍정적이지만, 아니라면 그 변화는 부정적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질서의 핵심인 자유민주주의와 권력분립은 미국의 독립선언서, 미국 헌법에도 영향을 받았다. 그런데 이 미국 독립선언문이 구약성서 출애굽기와 신
성경에 요한복음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태초에 ‘말씀’이 계셨다. ... 모든 것이 그로 말미암아 창조되었으니, 이 말씀은 예수님을 의미하고 그로 말미암아 온 세상이 창조됐다고 기록돼 있다. 이천 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ChatGPT로 대표되는 LLM 모델이 과제를, 리포트를, 자소서를, 각종 서류 및 이미지·음악·동영상을 창조(?)하고 있다. ChatGPT가 얼마나 유용한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대학생들은 다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2025년 현재 대학 생활을 하면서 ChatGPT를 사용하지 않고 공부하는 학생이 얼마
지난달 18일(금) SK텔레콤의 가입자 관리 서버에서 고객들의 모바일 폰 유심 정보가 유출돼 전국적으로 큰 혼란과 공포가 퍼지고 있다. ‘SKT 알뜰폰 유저라 나는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던 필자도 역시 피해자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유심 교체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해킹 사태뿐 아니라 우리의 이목을 사로잡는 뉴스들 중 상당수는 IT 기술의 폭발적인 발전과 맞물린 ‘신뢰’의 문제들을 제시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 챗 봇과 암호화폐의 급부상과 같은 이슈들도 그러한 예일 것이다. 인간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초 일반 지능의 도
진로 상담을 하다 보면, 채플이나 현대인과 성서 과목 관련 이야기를 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성경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학생들과 상담하게 된다. 독자 여러분은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모두 사실이라고 믿어지는가? 창세기에 보면 소돔과 고모라가 하늘에서 쏟아지는 불과 유황으로 멸망할 때, 롯의 아내가 뒤를 돌아보다가 소금기둥이 되었다고 나온다. 이것이 믿어지는가? 또한 해와 달이 천지창조 넷째 날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것은 어떠한가? 심지어 성경은, 창세기와 요한계시록을 통해서 우주의 시작과 끝을 말하고 있다. 이것은 믿
1625년 대진경교유행중국비(大秦景敎 流行中國碑)가 서안의 숭인사(崇仁寺)에서 발견됐는데, 이 비문을 주목해 기독교의 중국 전래를 언급한 학자는 바로 명대의 걸출한 과학자이자 중국 기독교의 초석을 다진 내각대학사 서광계였다. 1627년 산서성 지앙쩌우에 천주교회를 건축할 때 서광계는 〈경교당비기(景敎堂碑記)〉를 찬술했는데, 경교유행비에 의거하면, 기독교가 중국에 처음 전래된 사적은 당태종 정관 9년 (635)에 네스토리우스파 대주교 알로펜이 수도 장안에 입성해 기독교의 선교사업을 시작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고 기술했다. 635년 당
저는 가급적 일주일에 책 한 권을 읽으려 노력합니다. 독서 편식이 있어 주로 소설을 읽습니다. 어떤 책을 읽을까, 어떤 책이 나왔나 살펴보는 행위도 독서라는 이동진 영화 평론가의 말에 힘입어 열심히 알라딘 앱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장바구니에 넣 다 뺐다를 반복하면서 요즘 책값에 놀라기도 하고 여기저기 소개받은 내용을 참고해 읽을 책을 고릅니다. 그러면서 쌓아 놓은 책은 높아져 가고 정작 읽고 싶었던 책은 찾기 어려워지며 어느 순간 내가 이 책을 언제 샀더라 의아해하기도 합니다. 나는 장서가이지 독서가는 아니라는 자조 속에 있
하늘이를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저는 하늘이 부모님의 결혼 주례를 했습니다. 하늘이 할아버지와는 초등학교 1학년때 부터 지금까지 절친으로 지내 오고 있구요. 몇 달 전에도 하늘이 집에서 하늘이와 동생, 엄마 아빠,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저 일곱 명이 다 함께 맛난 저녁을 먹었지요. 하늘이 사건을 어떻게 보는지요? 이 사건은 한 개인(교사)의 믿기지 않는 극단적인 행동으로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를 소위 가해자 한 사람만의 책임으로 보는 것은 단편적인 시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늘이의 비극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가 복잡하
한국 대학의 인문계열 학과에서 조용한 위기가 진행되고 있다. 대학 수준의 학문적 글쓰기 과제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단순한 대학 교육여건 변화로 인한 행정적 문제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상 인문학 교육 자체에 대한 존재적 위협을 나타낸다. 이 문제는 학계를 넘어 우리 사회의 비판적 사고 능력과 지적 담론 역량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쇠퇴의 원인은 복합적이고 상호 연관돼 있다. 재정적 압박에 시달리는 대학 본부는 상응하는 적절한 지원 계획 없이 수강 학생 수를 극적으로 증가시켰다. 서구 대학과 달리, 국내 교수는 수업 진행, 특히
BBC earth라는 채널에 영국에 사는 자연인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이 있다. 오늘의 주인공은 웨일즈 산골에 사는 가족이었다. 그들이 사는 곳은 환상적인 자연으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살고 있는 집 또한 놀라운 창의성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예술품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그곳은 전기와 수도도 없는 오지이다. 물은 자연에서 얻고 전기는 스스로 만들어 최소한의 전기만 쓰고 있다고 했다. 오지라서 더 축복 같은 곳에서 가족들끼리 평화롭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프로그램이 끝났다면 나의 감동은 그리 크지 않았을 것 이다. 과거에 수의사였던 어머니,
플라스틱은 환경오염을 넘어 생태계를 위협하는 주범으로 낙인찍혀 있다. 하지만 플라스틱이 정말 이러한 오명을 뒤집어써야 하는 반환경적인 소재인가? 신소재공학자로서 필자는 플라스틱의 억울함을 풀고 우리가 나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플라스틱은 뛰어난 물성을 가지는 소재다. 단단하면서도 깨지지 않고 내구성이 높은데 가볍기까지 하다. 이런 특성 덕분에 인류는 더욱 편리한 삶을 살 수 있게 됐다. 이런 플라스틱을 다른 소재로 대체한다면 환경이 보호될 것인가? 그렇지 않다. 플라스틱 용기나 제품을 금속이나 유리 소재로 대체한다면 무게 증가로
우리는 다 나름의 생김새가 있다. 의식하든 말든, 나는 늘 내 행동을 좌우하는 정체성이다. 정체성은 행동으로 나타나고 역으로 행동은 내 정체성을 더 선명하고 단단하게 만든다. 우리는 같은 일에도 달리 반응하곤 한다. 일을 겪는 생김새가 서로 달라서다. 집단도 마찬가지다. 우리도 늘 ‘숭실’을 읊조리며 이 ‘숭실다움’을 흐뭇해한다. 외부의 도전과 마주할 때, 정체성은 더 절실해진다. 생김새와는 다른 가치,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라는 압박인 탓이다. 이럴 때 외부의 도전에 대응하는 우리의 노력은 내정체성과 사회적 압박 사이를 오가는 교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