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8일(화)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23세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해 생을 마감했다. 서울시 교사노동조합연맹이 고인의 일기를 공개하며 생전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과 상습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교육계에 항의와 애도 물결이 일고 있다. 이어 지난 7일(목)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40대 교사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교사 A씨는 지난 4년간 경찰 및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신고 외에 총 14차례의 학부모 민원을 받았다.
이처럼 최근 학부모의 교권침해가 심각한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교육부가 발표한 ‘교육활동 침해 현황’을 보면, 지난 2019학년도부터 2022학년도까지 최근 4년간 전국 17개 시도에서 발생한 교육활동 침해 사례는 9,163건으로 집계됐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 884건 △중학교: 5,079건 △고등학교: 3,131건 △특수학교 등 기타: 69건이었다. 침해 주체가 학생인 경우는 8,447건으로 92.2%에 이르렀지만, 학부모 등 학생의 보호자가 교육 활동을 침해한 사례도 716(7.8%)건이나 됐다.
초등학교 교사의 경우 중·고등학교 교사보다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약 7배 더 시달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초등학교에선 ‘학부모 등 보호자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가 전체 884건 중 298건으로 33.7%에 달했다. 반면 중학교에선 4.9%로 전체 5,079건 중 248건, 고등학교에선 5.0%로 전체 3,131건 중 158건이 집계됐다. 또한 지난 7월 25일(화)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이 발표한 ‘교권침해 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교사 49%가 ‘학부모의 악성 민원을 겪었다’고 답했다.
지난 4일(월) 서울 여의도 등서 ‘공교육 멈춤의 날’ 집회가 진행됐다. 지난 7월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의 49재로, 고인의 죽음을 추모하고 진상 규명과 교권 보장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집회를 위해 전국 초등학교 37곳은 임시휴업을 결정했고 일부 교사들은 개별적으로 연가·병가 등을 내 집회에 참여했다. 해당 집회에는 △현직 교사 △학부모 △학생 등 1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모였다. 공교육 멈춤의 날에 대해 교육부는 ‘연가·병가·재량휴업일 등 집단행동을 한 교사와 교사의 복무를 결재한 관리자까지 처벌하겠다’고 여러 차례 경고했다. 공교육 멈춤의 날에 동참하기 위한 ‘학교의 임시 혹은 재량 휴업 전환’이나 ‘교사 개인의 병가·연가 사용’은 위법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 2일(토) 여의도에서 열린 집회에 교사 약 20만 명(주최 측 추산)이 모이는 등 반발이 거세졌다. 이에 부총리 겸 교육부 이주호 장관은 지난 3일(일) ‘교권 회복 및 교육 현장 정상화를 위한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 장관은 “학생들에게는 선생님이 필요하다”며 “선생님들께서는 우리 학생들의 곁에서 함께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나 교사들의 반발이 진화되지 않자 지난 5일(화) 이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인에 대한 추모의 마음과 교권 회복을 바라는 대다수 선생님의 마음을 알게 됐다”며 “교사들을 징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징계 방침을 철회했다.
한편, 지난 15일(금)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을 보호하는 ‘교권회복 4법’이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이날 전체 회의에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교원지위법 개정안은 교원이 아동학대로 신고됐더라도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지위해제 처분을 금지하며, 교장은 교육활동 침해행위를 축소·은폐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밖에도 학생 보호자가 교직원이나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학교 민원은 교장이 책임진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날 교육위원회를 통과한 법안들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여야는 오는 21일(목) 국회 본회의에서 교권보호 4법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