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가도 될까요?
어린이 체험학습 이동 수단을 ‘노란버스’만 이용하게 한 정부 지침에 여러 후폭풍이 불고 있다. 현장 체험 학습에서 일반 버스를 이용하는 것은 위법이 됐다. 책임 소재를 우려한 학교들은 버스 업체와의 계약 해지에 나섰다. 노란 버스는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어린이 안전에 특화된 차량이다.
지난해 10월 법제처는 도로교통법 제2조 23호 등과 관련해 현장 체험 학습을 위한 어린이의 이동 또한 ‘어린이의 통학 등’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지난 7월 경찰청은 ‘소풍 등 비정기적 운행 차량도 어린이 통학버스 신고 대상에 포함되며, 위반 시 과태료를 물리겠다’는 공문을 교육부에 보냈고, 교육부는 각 시·도 교육청에 위의 지침을 전달했다. 만 13세 미만 어린이들의 현장 체험 학습에서 일반 전세버스를 이용할 시 3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어린이 체험 학습에 이용할 노란 버스 수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반 버스를 노란 버스로 개조할 시 비용적인 문제뿐 아니라 일반 승객을 태울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노란 버스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아, 현장 체험 학습 진행을 어렵게 했다. 몇몇 학교는 현장 체험 학습을 무기한 연기했다. 일부 학교는 “사고 발생 시 인솔 교사가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고, 보험금 지급도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전국 학교들의 잇따른 현장 체험 학습 취소에, 버스업계와 체험 학습장 운영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지난 12일(화) 전세버스운송사업연합회(이하 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4일(월)부터 약 1주일 동안 전국 1,617개 업체를 대상으로 현장 체험 학습·수학여행 취소 현황을 파악한 결과 1,703건이 집계됐다. 연합회 관계자에 따르면 피해액은 약 161억으로 파악됐다. 연합회는 해당 자료를 바탕으로 17개 시·도 교육청에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이어 지난 15일(금) 전국체험학습운영자연합 박헌영 이사는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취소가 나오다 보니 피해가 극심하다“며 “지역의 소상공인들도 다 같이 피해를 본다”고 전했다. 박 이사는 교육부의 소극적인 면피 행정이 엄청난 취소 사태를 불러왔다는 입장이다.
노란 버스 사태에 현장 체험 학습 폐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7일(목)에서 지난 8일(금)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가 전국 초등학교 교사 1만 2,15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과반수인 55.9%가 ‘안전사고 등 민원·소송 부담이 크므로 현장 체험 학습을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위법 행위로 판단해 취소했다’가 30.5%를, ‘취소 여부를 논의 중이다’가 29.6%에 달했다. 교총에 따르면 현장 체험 학습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부담을 감수하고 싶지 않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실제 ‘본인이나 동료 교사가 현장 체험 학습과 관련된 민원이나 고소·고발을 겪었다’는 교원은 30.6%였다.
한편, 정부는 계속되는 노란 버스 사태에 일반 전세버스도 현장 체험 학습에 이용할 수 있도록 개정에 나섰다. 지난 15일(금)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현장 체험 학습용 전세버스에 대한 어린이 통학 버스 기준 완화를 밝혔다. 이에 오는 19일(화)까지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할 예정이다. 해당 개정안은 국토부가 지난 13일(수) △교육부 △법제처 △경찰청 등 관계 부처와 함께 발표한 ‘현장체험학습 버스 대책’의 일환이다. 경찰처와 법제처 또한 향후 비상시적 교육 활동을 목적으로 한 차량 운행은 어린이 통학 버스 운영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으로 도로교통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