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본교 글로벌통상학과 재학생 A 씨는 빈대로 인해 숙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빈대 출몰 신고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A 씨는 “사는 곳에 빈대가 있을 것 같아 1시간마다 일어나 빈대가 나오는지 확인한다”며 “빈대가 있을까 봐 겁이 난다”고 말했다. 본교 경제학과 재학생 B 씨도 모기로 인해 숙면에 들지 못하고 있다. 모기가 가을에도 계속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B 씨는 “밤마다 방에 모기가 계속 나와 잠에 들기 어렵다”며 “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모기에 계속 물리는 건 매한가지”라고 밝혔다.
지난달 중순 대구에 위치한 계명대 신축 기숙사와 인천에 소재한 한 사우나에서 빈대가 발견됐다. 이후 전국에서 빈대 출몰 신고가 잇따랐다. 서울시 보건소에 따르면 지난 5일(일) 기준 서울 25개 자치구 중 7개 자치구에서 17건의 빈대 발견 신고가 접수됐다. 이번 빈대 유입 사태의 원인은 아직 규명 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1960년대 새마을운동에 따른 주거 환경 개선과 지난 1970년대 DDT 등 살충제 살포로 토종 빈대 퇴치에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010년대부터 국외 여행객 수가 증가하면서 빈대가 한국으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양영철 교수는 “한국에서 빈대가 출몰한 장소 대부분은 외국인이 머물다 간 곳”이라며 “빈대는 감염병을 옮기는 개체가 아니기에 방제 의무가 없어 자가 방역을 진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빈대뿐만 아니라 가을에 출몰하는 이른바 ‘가을 모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해 가을에 따뜻한 날씨가 이어져 모기가 활동하기 수월해졌고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모기 개체수가 증가됐기 때문이다. 모기의 최적 활동 온도는 25도가량이지만 13도만 넘어도 모기는 흡혈 활동을 할 수 있다. 지난 9월 7일(목)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철 강수량은 660mm로 한국 역대 장마철 강수량 3위를 기록했다. 경북대 생명과학부 최광식 교수는 “곤충을 번성케 하는 두 요인은 기온과 강수량”이라며 “한국이 아열대성 기후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가을 모기가 꾸준히 등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 5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 열대 지역에 서식하는 해충인 ‘마른나무흰개미’가 발견됐다. 지난 9월 경남 창원시의 주택가에서도 마른나무흰개미가 잇따라 출몰됐다. 마른나무흰개미는 영하에서 살아남지 못해 외국에서 유입돼도 살아남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기온 상승으로 인해 마른나무흰개미가 한국에서 서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부산대 생명환경화학과 박현철 교수는 “마른나무흰개미가 한국에서 발견된 이유는 지구 온난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마른나무흰개미는 목재를 갉아 먹어 목재 문화재나 목조 건물 등에 해를 입히는 해충이다.
올해 △빈대 △가을 모기 △마른나무흰개미 등 해충 증가의 공통적인 원인으로 기후 변화가 지목된다. 곤충은 변온 생물로 기온 변화에 반응해 생애 주기를 결정한다. 기온이 높아지면 곤충의 대사 활동이 활발해지고 더 빨리 성장하게 된다. 성충이 되면 산란 시기도 빨라져 활발히 번식한다.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이동규 교수는 “기후 변화가 일어나서 겨울철에 죽었어야 할 해충이 살아남게 되면 다른 지역 풍토병이 옮겨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과거 살충제 방역 이후 ‘약재 저항성’을 가진 해충의 등장과 도시화 진행에 따른 ‘종 다양성 파괴’에 원인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종 다양성을 회복하고 공원 녹지화를 실시해 다양한 생물이 살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와 지방 자치 단체에서 적극적으로 방제를 진행해 장기적으로 해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