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

  영화 <더 원더스>(2014)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고, 영화 <행복한 라짜로>(2018)로 칸 영화제 각본상의 쾌거를 거둔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이 새로운 영화 <키메라>로 그만의 미학적 판타지를 다시 한번 선보인다.

  주인공 ‘아르투(조쉬 오코너)’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Y자 모양의 나뭇가지로 수맥을 짚으며 땅속에 묻힌 보물을 감지하는 것이다. 그가 사는 이탈리아 시골 마을의 땅 밑은 고대 에트루리아인들이 남긴 유물로 가득하다. 자신의 능력을 십분 살린 아르투의 직업은 도굴꾼으로 원래 영국인이자 이방인인 그는 타지에서 죽은 여자친구 ‘베니아미나’를 만나는 것이 도굴의 목표다. 그와 무리를 이루는 7명의 도굴꾼은 스스로를 ‘톰바롤리’라 부르며 고대 선조들의 유물로 일확천금을 꿈꾼다. 공통적인 것은 제목 ‘키메라’에서 알 수 있듯 이는 간절히 염원해도 이룰 수 없는 꿈과 희망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르투의 도굴은 퍽 낭만적이다. 도굴꾼이 지상과 지하를 오가듯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베니아미나와 영혼들의 환영에 시달린다. 지독한 키메라 증후군 가운데서도 무덤을 파는 패륜 아닌 패륜을 포기하지 못한다. 또한 사랑하는 연인이 있지만 그녀는 이미 죽었고, 현재를 살지만 과거를 놓지 못하는 아르투의 모습은 키메라 그 자체를 대변한다. 도굴꾼과 무리를 이루지만 과거에는 고고학자였고 지금도 유물을 사랑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과거 또한 여전히 지속 중인 순간들임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아르투의 시선에 집중하다 보면 경계는 사라지고 하나의 세계에서 마치 아르투가 된 양 사고하게 된다. 그렇기에 관객들 역시 ‘이탈리아’라는 이름의 새로운 이방인과 이성적인 감정을 나누고 있음에도 이승에 없는 ‘베니아미나’를 떨쳐내지 못하는 아르투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다. 양 갈래로 뻗어난 그의 나뭇가지는 언제나 선택을 역설하고 있다. 동시에 과거를 선택하는 것이 결국 그를 수렁으로 빠뜨릴 것을 알지만, 그의 지독한 순애보야말로 비극으로 걸어가는 그의 여정마저도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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