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고용률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실업률은 역대 최저치였다. 지난 2000년 △취업 절벽 △임금 절벽 △88만 원 세대 등 취업난과 비정규직의 공포에 시달렸던 과거에 비해선 황금 같은 소식이다. 그러나 지난해 구직도 취업 준비도 하지 않고 ‘쉬었다’고 답한 청년도 역대 최대 규모로 집계됐다. 경제 활동을 포기한 ‘니트족’의 증가 때문이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청년 부양 인구는 지속해서 늘고 있다. 청년들의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이 부담 또한 일을 하는 특정 청년에게 몰리는 실정이다. 니트족의 증가 원인은 무엇이고 증가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확실한 것은 니트족 또한 암울한 현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신조어라는 것이다. 다른 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함께 살펴보자.

  니트족이란?
  니트(NEET)란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약자로 △교육 △고용 △직업 훈련에 참여하지 않는 청년층을 의미한다. 이는 지난 1999년 영국에서 유래됐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니트족을 만 15세에서 29세 사이의 취업하지 않거나 정규 교육기관에 통학하지 않는 자로 정의한다. 니트족은 경제 활동이 가능함에도 복합적인 이유로 경제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다.

  니트족은 비경제 활동 인구에 속한다. 만 15세 이상의 생산 가능 인구는 경제 활동 인구와 비경제 활동 인구로 나뉘는데, 경제 활동 인구는 취업자와 실업자를 더한 값이다. 취업자란 말 그대로 취업한 사람이다. 실업자는 일할 의사가 있지만 취업하지 못한 사람이다. 경제 활동을 포기한 니트족은 비경제 활동 인구로 간주된다. 경제 활동 가능 인구의 노동 시장 이탈로 경제적 손실이 야기되는 상황이다.

  니트족의 문제점과 원인
  니트족의 대표적인 발생 원인은 ‘취업의 어려움’이다. 경기 불황으로 일자리 부족과 취업난이 발생할 때 니트족은 증가한다. 극심한 취업난에 취업을 단념하는 청년이 속출하는 것이다.

  지난 2020년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되고 니트족이 크게 증가한 해다. 지난 2020년 국제노동기구(이하 ILO)가 발표한 ‘세계 청년 고용동향’에 따르면 당해 청년 니트족의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2억 8,200만 명으로 추산됐다. 당시 전체 청년 인구의 23.3%에 달하는 수치다. 지구촌 청년 4명 중 1명이 니트족으로 추정되고 니트족이 국제적 문제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니트족은 △청년의 재능과 잠재력 쇠퇴 △부모 세대의 부담 가중 △사회적 비용 유발 △노동 투입량 감소 △국가 잠재 성장력 하락 등의 문제를 야기한다. 니트 상태가 장기화될수록 니트족의 고용 가능성 및 생애 소득은 감소한다. ILO 고용 노동시장전략 셰 버릭 부문장은 “경기 침체로 인한 노동 시장에서의 단기간 배제는 장기적인 소외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니트족의 발생과 장기화 모두 사회·경제적 손실이 되고 있다.

  나라별 니트족은 각기 다른 단어로 표현된다. 각기 다른 경기 침체와 사회적 문제로 취업의 어려움이 발생했고 서로 다른 형태의 니트족이 탄생한 것이다. 이들은 다른 언어로 불리더라도 경제 활동 참여 의사가 없고 사회로부터 무기력함을 느끼는 청년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 N포세대 △중국: 탕핑족 △일본: 사토리 세대가 있다.

  한국 고용 시장의 양면성: 늦어지는 청년의 사회 진출
  한국의 고용 시장은 개선되는 추세다.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고용동향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5월 한국 고용률은 63.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업률은 지난해 10월 기준 2.5%로 지난 2000년 이후 역대 최저치를 보였다. 지난해 한국의 실업률은 2.7%로 3년 연속 감소하는 추세다.

  그러나 지난해 3월 통계청에 따르면 약 50만 명의 비경제 활동 청년이 구직 및 취업 준비도 하지 않고 ‘쉬었다’고 답했다. 이는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지난 △2020년 2월: 43만 명 △2021년 2월: 44만 명 △2022년 2월: 45만 명 △2023년 2월: 49만 7,000명으로 증가한 결과다. 이러한 니트족의 증가는 취업 준비 기간의 장기화 및 경쟁의 고도화에 의한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니트족이 될 확률은 높아진다. 많은 경쟁과 실패로 취업을 단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취업 포털 업체 인크루트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 사회초년생의 평균 나이는 △1998년: 25세 △2008년: 27세 △2019년: 31세로 증가하고 있다. 비슷한 기간에 경제 활동 인구 조사에 따르면 청년 니트족 또한 △2000년: 87만 7,000명 △2008년: 126만 명 △2019년: 157만 8,000명으로 증가했다. 만 15세 이상 34세 이하의 인구는 지난 2000년(1,546만 명)부터 2019년(1,233만 명)까지 감소했음에도 니트족 수가 늘어난 것이다.

  청년들은 높은 취업 경쟁률을 극복하고 원하는 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어학, 대외활동 등의 스펙을 쌓으며 지원을 반복한다. 원하는 학벌을 위해서는 재수, 삼수를 이어간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와 경제적 비용은 청년들의 사회진출을 미루게 만든다. 학자금 대출이나 집값, 생활비 등으로 인해 취업을 하더라도 안정된 삶을 살기 힘들다. 결국 청년층은 경제적·심리적 부담에 연애 및 결혼과 출산 등을 자연스레 포기하게 됐다.

  포기는 편안함의 동력, N포세대
  이러한 상황은 ‘N포 세대’라는 신조어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N포 세대는 포기할 것의 가짓수가 N개에 달하는 청년층을 말한다. 지난 2011년 ‘3포 세대’를 시작으로 확산됐다. 3포 세대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다. 연애를 하더라도 결혼을 꺼리며 결혼을 하더라도 출산을 포기한다. ‘5포 세대’는 추가로 취업과 내 집 마련을 포기한다. ‘7포 세대’의 경우 5포 세대에 이어 건강과 외모를, ‘9포 세대’는 꿈과 희망까지 포기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청년들이 개인의 힘으론 결코 경제적·사회적 압박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음을 인지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트렌드에 혼인율과 출산율은 해를 거듭할수록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N포 세대는 미래에 대한 기대보다 현재 상황에 만족하는 삶을 선택하게 됐다.

  드러눕자, 탕핑족: 자포자기한 중국 청년들
  지난 2021년 중국에서는 ‘탕핑’이 가장 뜨거운 유행어로 떠올랐다. 탕핑은 자포자기 상태의 청년층을 뜻하는 신조어로 드러누울 당(躺)에 평평할 평(平)을 써 납작하게 눕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청년들이 탕핑족을 자처하게 된 원인은 실업률 상승 및 경제 불안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6월 중국 청년 실업률은 21.3%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청년 5명 중 1명이 실업자인 것이다. 실업률이 지속해서 상승하는 가운데, 중국 당국은 통계 최적화를 이유로 청년 실업률 발표를 잠정 중단했다.

  높은 실업률은 코로나19 당시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기반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강력한 봉쇄 정책에 작업을 중단하거나 거점을 옮기는 글로벌 기업이 늘었고, 일자리 감소와 경기 침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소비 부진과 부동산 침체도 이를 가속했다. 적은 일자리에 취업 준비생이 늘고 결국엔 치열한 취업난이 펼쳐졌다. 극심한 취업 경쟁과 경기 침체의 암울함, 사회의 부당함 속에서 탕핑족이 탄생했다.


  탕핑족: 중국 청년들의 사회 불복종 운동
  탕핑족은 △결혼 △취직 △꿈까지 포기한 청년세대다. 단순 취업난뿐만 아니라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에서도 비롯됐다. 탕핑족은 적극적인 근로도 소비도 회피하고 최소한의 생계 활동만 수행한다. 안정적인 일자리도 거부하는데,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릴 바에는 소비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공산당에 저항하는 청년층의 사회 불복종 운동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공산주의 사회 속 노력해도 돌아오는 보상은 적고, 관료들의 부정부패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눕는’ 행위에는 열심히 노동을 해도 대가가 없으니 노력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는 속뜻이 있다.

  탕핑은 강요나 선동이 아닌 SNS에 의해 확대되고 있다. 조직력이 없으며, 정부에 대한 분노나 원망 또한 없다. 그저 관료제의 폐해로 노동 의욕을 상실한 노동자층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본: 사토리 세대, 경제 불황에서 태어나다
 
일본의 사토리 세대는 1987년부터 2004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이다. 사토리란 불교의 득도 및 해탈을 뜻하며 사토리 세대는 물욕과 야망을 포기한 일본의 청년을 일컫는다. 이들은 일본의 버블경제가 붕괴된 시기에 태어났다. 일본의 경제적 불황과 취업난 속 실패와 좌절을 가까이서 보며 성장한 것이다. 

  경제 불황을 겪으며 경쟁을 피해 욕심 없이 살아가는 삶을 선택한 니트족이다. 좋은 직장을 찾으려 노력하지 않고 승진을 반기지 않는다. 돈과 명예보다 개인의 삶과 마음이 편한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8050 문제’ 니트족의 고령화
  일본의 8050 문제는 80대 노부모가 50대 미혼 자녀의 생계를 뒷바라지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 문제의 주요 원인으로는 ‘히키코모리’의 고령화가 있다. 히키코모리란 은둔형 외톨이를 나타내는 말로 1980년대부터 일본의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일본 정부는 6개월 이상 사회 활동을 하지 않고 주로 집에 머무는 사람을 히키코모리로 정의한다. 이들은 사회적 트라우마나 학교폭력 등으로 사회와 격리된 채 생활한다. 1980년대까지 이 현상은 젊은 세대에 국한된 것이었으나, 1990년대 경기 침체와 함께 일본 내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1990년대 경제 불황으로 취업 적기를 놓친 니트족과 히키코모리가 늘어나며, 이들은 부모에게 손을 벌리게 됐다. 주오대 야마다 마사히로 교수는 “1990년대 초 독립하지 못한 채 부모에게 의존했던 독신자 중 3분의 1 이상이 그대로 50세가 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4월 발표된 일본 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만 15세 이상 64세 이하의 인구 중 약 146만 명이 히키코모리로 집계됐다.

  정부의 역할: 청년을 사회로, 일자리로!
  각 정부는 니트족의 경제 활동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여러 청년 취업 장려 정책을 실행 중이다. 청년 일자리 지원 정책은 니트족의 경제 활동 참여뿐 아니라 저출산·고령화 시대에도 필수적이다. 청년의 안정된 일자리는 소득과 소비를 증가시키고 청년이 사회의 주체로 자리잡을 수 있게 돕는다. 경제 성장 촉진에도 도움이 되며, 결혼 및 출산을 장려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지난 1월, 한국은 청년 고용 촉진을 위해 ‘청년 일자리 10대 사업’을 발표했으며 실행 중이다. 구직·취업 과정에서 자신감을 잃은 청년들이 경제 활동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맞춤형 프로그램 및 다양한 고용 서비스를 제공한다.

  중국은 올해 일자리 창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2024년 정부업무보고서’를 통해 취업 안정 및 소득 증대를 위한 조치를 제시했으며 도시 신규 취업자 1,200만 명 이상을 달성 목표로 삼았다.

  일본은 지난 2003년 ‘청년자립·도전플랜’을 시작으로 다양한 법령과 정책을 통해 니트족의 자립과 히키코모리 문제 해결에 힘썼다. 인간관계의 어려움 혹은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가진 사람들에게 커리어 컨설턴트, 상담사 등 다양한 전문 인력을 배치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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