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학기 개강과 함께 코너 ‘다혜가 다해봄’ 연재를 시작했다. 그동안 약 18개의 경험담을 기고했다. 독자에게 경험을 공유하며 뭐라도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알리고자 노력했는데, 단 한 개의 정보라도 얻어 갔으면 만족한다. 하지만 이 코너의 최대 수혜자는 나다. 과거의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 보면 아무리 진부한 내용이더라도 재미있기 마련이다.

  요즘 세상에는 재미있는 것이 넘쳐난다. 인터넷이 되는 기기 하나만 갖고 있으면 시간을 무제한으로 녹일 수 있다. 유행은 휙휙 바뀐다. 당장 1년 전 오늘, 무엇이 유행했는지 떠올릴 수 있는가? 필자는 모르겠다. 이렇게 타인의 일상을 쉽게 접하고 대중의 입맛에 속절없이 휩쓸리게 되는 시대일수록 자신의 일상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느낀다. 특별할 필요 없다. “남들 하는 거 나도 해 봄”이라며 진부한 소재를 사용해도 된다. 목적을 가지고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면, 꼭 ‘갓생(남들에게 모범적이고 부지런한 삶을 뜻하는 신조어)’ 전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 목표 달성에 실패하면 뭐 어떤가. 점차 개선하는 모습을 기록하면 자기 발전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흔히 ‘일기 쓰기’라고 한다면 어릴 적의 기억 때문인지 귀찮고 미루게 되는 강박적인 행위로 인식된다. 하지만 지금은 감시하는 사람도 없고 정해진 틀도 없지 않은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아날로그 방식을 선호 한다면 아무 노트나 다이어리에 기록하면 되고, 온라인 으로 남기고 싶다면 SNS나 블로그를 이용하면 된다. 필자는 두 가지 방식을 하이브리드로 사용한다. 아날로그 방식의 장점은 기록의 여운이 더 깊게 남는 것이다. 글씨를 한 자 한 자 눌러 쓰기 때문에 감정 등을 배설할 때 더욱 효과적이다. 단, 급할 때 꺼내 보기 어렵고 사진 등 미디어를 첨부하기엔 번거롭다. 이러한 단점은 온라인 방식을 이용하는 이유가 된다. 일정을 기록하면 알려주는 기록이 있을뿐더러 사진과 영상을 같이 첨부할 수 있다는 점이 편리하다. 또한, 지인에게 선택적으로 공개할 수 있고 서로의 글에 반응할 수 있기에 계속해서 일상을 기록하게 만드는 동기 부여가 된다.

  꾸준한 일상 기록을 유도하는 ‘챌린지’ 형태의 행사도 있다. 참가는 자유지만 수단이 목적이 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목적인 ‘일상 기록’을 뒤로 하고, 수단인 ‘챌린 지’를 우선하면 자신의 글쓰기가 숙제처럼 느껴질 것이다. 물론 그 숙제 글도 나중에 읽으면 재미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강박을 갖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자신의 역사를 스스로 남기는 것은 분명 자신에게 큰 힘이 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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