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관련 이야기 중에 ‘첫 직장이 중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첫 직장을 위한 준비를 열심히 하도록 동기부여가 된다. 하지만 좋지 않은 곳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다면 계속해서 안 좋은 커리어를 유지하게 될까 하는 불안감이 생기기도 한다. 이러한 불안감은 직장을 결정하거나 입사하지 않고 오랜 시간 취업 준비를 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자신의 커리어가 첫 직장 때문에 망쳐지고 있다는 자괴감이 들기도 하며 다시는 커리어를 발전시킬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쉽게 회사를 그만두게 돼 커리어가 유지되지 않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제는 첫 직장이 예전만큼 중요하지 않다. 과거에는 한 직장을 정년까지 다니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잦은 이직이 권장될 정도는 아니지만 궁극적으로 원하는 커리어를 향해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수많은 일 경험 속에서 다양한 형태를 경험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직장이나 직업을 선택하는 시기가 됐다. 첫 직장을 무엇으로 정할지는 스스로 판단해야 하며 어쩌면 첫 직장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제는 첫 직장보다는 ‘커리어 경력’을 구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일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커리어 관련 이론 중에는 Hall이라는 학자로부터 시작된 프로티언 커리어(Protean Career) 이론이 있다. 프로티언 커리어는 그리스의 신 프로테우스(Proteus)에서 유래해 직장이나 조직 중심이 아닌 개인이 주도적이고 유연하게 커리어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중요시하는 개념이다. 최근의 커리어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며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정체성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한다. 즉 과거에는 승진이 커리어 발전의 유일한 성장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커리어 개발의 주체가 개인으로 바뀌어 스스로 커리어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라는 메타의 여성 임원은 본인의 저서 ‘린인’(2017)에서 이제 커리어는 하나의 방향으로 가는 사다리가 아닌 정글짐이라고 하며 다양한 길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녀의 말은 성공적인 커리어를 향한 길이 남과 같은 길이나 남을 쫓아가는 길이 아니라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과정임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하나의 직업 또는 직무에서 계단을 차례로 올라갔기 때문에 첫 직장이 절대적으로 중요했을 수 있다. 여전히 첫 직장이 커리어 경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이제 인생 전체를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 첫 직장에서 최종적인 커리어 목표를 이루기 위해 획득해야 할 요소들을 잘 살펴보자. 첫 직장이 중요한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최종적인 자신의 커리어 목표가 더 중요하다. 어떤 직장에서든 첫 직장에서 얻어야 할 몇 가지 요소들을 스스로 잘 구성한다면 커리어를 구성하는 첫 단추를 의미 있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직업 습관 형성이다. 첫 직장은 기본적인 업무 태도와 책임감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업무에 임하는 좋은 습관들은 첫 직장 시기에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바람직한 습관을 몸에 익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둘째 네트워크 확장이다. 첫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는 향후 커리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좋은 인맥을 형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교류하는 노력을 해야 하며 현재 몸담고 있는 직장의 틀을 넘어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경험 축적이다. 실제 업무 경험을 통해 학교에서 이론으로 배운 것들을 실전에 적용할 때 커리어는 성장할 기회를 얻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이후 이직이나 새로운 도전 시 중요한 자산이 된다. 현 직장에서의 크고 작은 경험들을 성찰 일지 등으로 꼼꼼히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찰 일지는 업무를 통해 얻은 역량과 깨달은 점을 중심으로 작성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넷째 진로 탐색이다. 첫 직장을 통해 자신이 진정 원하는 분야를 확인하고 직업에 대한 생각을 구체화할 수 있다. 첫 직장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이며 현재의 직무와 업무가 실제로 자신에게 맞는지 판단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렇듯 첫 직장 자체보다 첫 직장에서 얻어야 할 것들이 더욱 중요하다. 첫 직장에서의 실수나 시행착오도 커리어의 일부분일 뿐이며, 앞으로 얼마든지 수정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 현재의 모습과 상황보다 발전시키겠다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 ‘첫 직장이 중요하다’는 말을 나에게 유리하게끔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커리어 개발에 매진해야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