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한국기독교박물관(이하 박물관)에서 지난달 10일(목)부터 다음달 30일(월)까지 해외 기독교 유물 초청전 ‘영감 Inspiration, 흔적 Traces, 숭실 Soongsil’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회는 해외에서 온 다양한 기독교 유물을 통해 성경과 기독교의 역사적 유산을 재발견하고 본교의 기독교적 정체성과 그 역사적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고자 기획됐다. 특히나 개교 127주년 및 재건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개최돼 더욱 의미가 깊다. 기독교의 역사 속으로 본지가 다녀왔다.
영감 Inspiration
이번 전시는 미국 Inspired Exhibit 소장 유물 등 국내에서 보기 힘든 다양한 유물을 관람할 수 있다. 전시회는 △고대 배경, 구약 및 신약성서의 증거, 중세 사본 △루터, 성서, 그리고 종교개혁 △한국 기독교와 숭실 총 3가지 주제로 이뤄졌다. 성서와 기독교의 확산 과정과 변화 그리고 한국에서의 정착 과정을 보여준다.
전시가 시작되는 1층 전시실에 들어서면 ‘영감’인 고대의 구약성서부터 그 증거에 관한 유물들을 볼 수 있다.
구약성서와 관련한 유물 중 주목할 만한 것은 ‘대이사야서 두루마리’다. 대이사야서 두루마리는 기원전 2세기경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사해 사본 중 유일하게 완전한 상태로 발견됐다. 이 유물은 현대 히브리어 성서와 단어의 순서, 철자 등 차이를 보이지만 의미상 거의 차이가 없어 99% 이상의 유사도를 보이며 구약 성서의 정확한 전승을 나타낸다.
유대인의 율법서이자 모세오경을 일컫는 ‘토라’도 주의 깊게 볼 만하다. 이번 전시에서 관람할 수 있는 토라는 총 10개로 △페르시아 △예멘 △인도 등 세계 각지에서 발견된 것이다. 특히 ‘콘지칼라 토라’는 중국 동부에서 시작해 유럽의 항구 도시까지 이어지는 실크로드 를 통한 종교의 확산을 잘 보여준다. 전시된 다양한 토라 필사본들은 이 실크로드를 따라 형성된 유대인 정착지에서 비롯된 것이 주를 이룬다. 해당 토라가 발견된 콘지칼라는 가장 오래된 유대인 공동체가 형성된 곳으로 현재 투르크메니스탄에 있다. 본교에 전시된 이 토라에서는 신명기 5장의 십계명과 신명기 6장의 유대인 신앙의 핵심을 이루는 기도문인 ‘쉐마’ 부분을 볼 수 있다.
‘영감’의 마지막은 성서의 확산을 이끈 ‘구텐베르크 성서’다. 구텐베르크 성서는 1455년에 인쇄된 책으로 ‘가동 활자’로 인쇄된 세계 최초의 성서다. 구텐베르크 성서는 42행으로 이뤄져 있어 ‘구텐베르크 42행 성경’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번 유물전에는 구텐베르크 성서의 이사야서 8장 23절부터 9장 7절까지의 한쪽과 구텐 베르크 4권 중 제1권의 고급 장식판이 전시돼 있다. 특히 구텐베르크 성서 제1권은 양피지에 유실된 페이지 없이 완벽히 인쇄돼 ‘인쇄된 책의 시대’의 상징이 됐다.
흔적 Traces
‘영감’의 마지막에 마련된 포토존을 지나면 ‘흔적’의 유물이 등장한다. ‘흔적’의 주요 유물은 종교개혁과 영어 성서와 관련된 것이다. 인쇄술의 발명으로 성서가 널리 보급됐고 이는 종교개혁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가장 먼저 종교개혁에서 유심히 살펴볼 유물은 ‘위클 리프 성서 사본’이다. 위클리프 성서 사본은 영국의 초기 종교 개혁가 존 위클리프가 쓴 성서로 그는 모든 기독교인이 자국어로 된 성서를 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성서 번역에 집중했다. 루터가 종교개혁을 시작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이전에도 위클리프와 후스 등이 당시 기독교를 비판하며 종교개혁의 초석을 다졌다.
다음은 마틴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이다. 1517년 마틴 루터가 작성한 95개조 반박문이 발표되며 종교개혁이 시작됐다. 95개조 반박문은 면벌부의 효력에 관한 논쟁으로 알려졌다. 가톨릭 교리에 따르면 연옥에서의 시간을 줄이기 위해 면벌부를 구입할 수 있었다. 교황은 연옥에서의 모든 시간을 면제받을 수 있는 특별 면벌부를 허용하기도 했다. 이에 루터는 95개조 반박문을 통해 면벌과 면벌부의 유효성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교리를 반박했다. 이는 신학적 논쟁을 촉발했고 종교개혁을 일으켜 개신교의 탄생을 이끌었다. 1517년 10월 31일 ‘모든 성인의 날’ 전야에 루터는 비텐베르크 성교회 문에 95개조 반박문을 게시했다. 95개조 반박문은 곧 독일어로 번역 돼 유럽 전역에 전파되며 종교개혁의 서막을 알렸다.
‘흔적’의 마지막 주요 유물은 ‘킹 제임스 성서’다. 1611년 출판된 킹 제임스 성서는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성서로 800년에 걸친 성서의 영어 번역사에 정점을 찍은 서적이다. 8세기부터 11세기 사이에는 고대 영어 성서가 있었고 14세기에는 위클리프와 그의 동료들이 주도한 중세 영어로 번역된 성서가 등장했다. 킹 제임스 성서는 윌리엄 틴들이 번역한 성서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는 킹 제임스 성서 두 권이 전시돼 있다. 1611년 제임스 1세의 명령에 따라 번역된 킹 제임스 성서는 본격적으로 인쇄기를 통해 대량 생산돼 대중들의 일상 영어 속으로 침투했다. 당대 최고의 학자들이 영어 번역에 참여했기에 영어 철자와 문법의 표준화에 기여했다.
숭실 Soongsil
2층으로 올라가면 본 전시의 마지막 주제인 ‘숭실’의 유물이 있다. ‘숭실’은 한국 기독교의 흐름과 본교 기독교의 역사를 담고 있다. 또한 재학생들이 공모전을 통해 직접 제작한 짧은 영상을 볼 수 있다. 해당 영상은 ‘숭실의 역동성과 비전’을 주제로 본교의 장래를 다양한 시각으로 표현한 참여형 전시다.
이 서적은 1887년 만주에서 출판된 최초의 한글 신약전서인 ‘예수성교전서’다. ‘예수성교전서’는 이응찬, 백홍준 등과 만주에서 활동하던 스코틀랜드 선교사 로스와 매킨타이어와 함께 번역한 신약 성서들을 한 권으로 묶어 간행됐다. 최초의 한글 신약전서인 이 서 적의 탄생으로 국내에 자생적인 신앙공동체가 형성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받는다.
본교를 설립한 윌리엄 베어드를 비롯한 본교 출신 기독교인과 관련된 유물도 전시돼 있다. 또한 ‘숭실대학 재건 취지서’를 통해 본교가 기독교 정신으로 일제의 탄압과 신사참배 강요에 자진 폐교한 뒤 해방 이후 재건에 이르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