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쓰려고 펜을 잡는다. 우연한 계기로 나에게 찾아온 기회이기에 욕심이 생겨 글감을 깊이 생각해보았지만 마땅하게 생각나는 것이 없다. 예전에는 심심치 않게 떠올랐던 여러 생각들이 이제는 들지 않는다. 그리고는 깨닫는다. 꽤 오랜 시간 동안 나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고등학교 때는 공부를 핑계로, 대학교에 서는 놀기 바빠 책을 멀리했다. 내 손에는 책 대신 핸드폰이 자리 잡았고 그렇게 내 생각 은 설 자리를 잃었을 것이다. 진로에 대한 고민이 잠깐 스쳐가기는 했을 것이나, 그조차 오래가진 못했다. 그저 남들이 가는 곳으로, 설사 그 길이 나의 길이 아닐지라도 무작정 걸어가면 말리는 사람도, 그 선택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생각 을 하면 할수록 마음이 복잡해졌기에 생각하기를 멈추었다.

  돌이켜 보면 나의 삶은 지금 자극적이고 얕은 것들로만 가득 차 있다. 삶의 이정표를 잃고 방황한 지 오래 됐음에도 내 자신을 찾 으려는 노력보다는 공허함을 채우기 위한 발버둥을 치고 있었던 것 같다. 생각을 잃은 삶은 나의 세계를 점점 좁혀오고 있었지만 나는 애써 그 사실을 무시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지고 싶다.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내면의 목소리를 들으며 살아가고 싶다. 생각이란 어쩌면 불편한 것이지만, 동시에 나를 나답게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오래전에는 사소한 것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나만의 해석을 더하며 세상을 바라보곤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것을 멈추었고, 그렇게 내 삶은 점점 더 가벼워지고 공허해졌다.

  그래서 나는 다시 글을 쓰기로 한다.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조금씩 되찾아가려고 한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서투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이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나만의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글을 쓰는 행위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과정이고 나를 돌아보며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힘이 될 것이다.

  물론 당장 모든 것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 이다. 여전히 핸드폰을 습관적으로 들여다보기도 하고 생각 없이 흘려보내는 시간도 많 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변화의 의지를 잃지 않는 것이다. 작은 습관부터 바꿔 나가며 내 삶을 다시 깊이 있는 것으로 채워 나 가고 싶다.

  이제 나는 다시금 책을 펼쳐 들고 펜을 들어 생각을 기록하려 한다. 글을 쓰고 읽고 고민하며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늘려 갈 것이다. 그동안 멀리했던 사색을 다시 내 삶에 초대하며 내 세계를 넓혀 나가기로 다짐한다.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진정으로 나다운 삶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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