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은 환경오염을 넘어 생태계를 위협하는 주범으로 낙인찍혀 있다. 하지만 플라스틱이 정말 이러한 오명을 뒤집어써야 하는 반환경적인 소재인가? 신소재공학자로서 필자는 플라스틱의 억울함을 풀고 우리가 나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플라스틱은 뛰어난 물성을 가지는 소재다. 단단하면서도 깨지지 않고 내구성이 높은데 가볍기까지 하다. 이런 특성 덕분에 인류는 더욱 편리한 삶을 살 수 있게 됐다.

  이런 플라스틱을 다른 소재로 대체한다면 환경이 보호될 것인가? 그렇지 않다. 플라스틱 용기나 제품을 금속이나 유리 소재로 대체한다면 무게 증가로 운송 비용이 급증할 것이다. 운송 과정에서 배출하게 되는 이산화 탄소는 덤이다. 플라스틱을 사용했기에 배출량을 줄여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출 수 있었다. 목재로의 대체 또한 답이 될 수 없다. 플라스틱을 모두 목재로 바꾼다면 숲이 대규모로 파괴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환경 부담을 상대적으로 덜 주는 소재는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에 의한 환경문제가 대두되는 이유는 플라스틱이 지나치게 저렴하다는 점에 있다. 플라스틱을 한 번 쓰고 버리는 일이 만연해졌고 쓰레기 문제가 커지게 됐다.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다. 사실 플라스틱 가격을 올리면 그 문제는 해결된다. 그러나 이를 반기는 소비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므로 다른 해결책이 필요하다.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거나 다른 대체 소재를 도입하는 전략은 답이 아니다.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소재가 플라스틱만큼 훌륭하지도 않고 친환경적이지도 않다. 이미 우리는 종이빨대의 불편함을 겪어 보지 않았나. 그렇다고 종이빨대가 친환경적이지도 않고 재활용도 어렵다.

  필자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두 가지다. 첫 째, 소비자의 인식 변화다. 플라스틱은 일회용으로 쓰고 버릴 가치 낮은 소재가 아니다. 플라스틱 제품을 한 번 쓰고 버리지 말고 반복해 사용해야 한다. 둘째, 공학적 혁신이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필연적으로 발생하기에 효과적으로 재활용하는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특히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통해 플라스틱을 새 제품같이 좋은 품질로 재생산하는 공정이 확립돼야 한다. 공정의 비용 절감과 효율화를 통해 재활용 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필자의 연구실도 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공정 개선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TV 프로그램중에 개는 훌륭하다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문제 원인이 개가 아니라 개를 키우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플라스틱 문제도 마찬가지다. 플라스틱 자체는 죄가 없다. 문제는 사용하는 사람이다. 플라스틱을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아가는 대신, 문제의 근본 원인을 직시해야 한다. 플라스틱을 방만하게 사용하던 습관을 버리고 그 내재가치에 맞게 오래 사용하는 문화로 전환해야 한다. 여기에 화학적 재활용 기술이 더해진다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며 지속 가능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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