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0일(월) 중국에서 개발된 생성형 인공지능 ‘딥시크(DeepSeek)’가 출시되며 전 세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일반적으로 수천억 원이 투입된다는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을 중국의 스타트업 ‘딥시크’가 약 78억 8,000만 원을 투자해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의 오픈AI인 Chat-GPT 개발비용의 약 10분의 1 수준이다. 또한 딥시크 개발팀 대부분이 국내파 연구진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자국 인재를 양성하는 중국 AI 교육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본지는 비약적 발전을 이룬 중국 AI 산업을 통해 우리나라 AI 산업의 현황과 교육 실태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中, AI 산업의 강자로 떠오르다
중국은 AI 경쟁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영국 언론 ‘토터스미디어 (Tortoise Meida)’가 발표한 ‘2024년 글로벌 AI 인덱스’에 따르면 중국은 83개국 중 종합 2위를 기록했다. 해당 지수에는 △인재 △인프라 △운영환경 △개발 △정부 정책 △상업 △규모 △강도 △연구에 대한 평가가 반영됐다. 중국은 △운영환경: 70점 △개발: 69점 △인프라, 정부 정책: 66점 순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의 경우 종합 순위 6위를 차지했다.
중국 대학의 AI 관련 성과도 뛰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발표된 미국 정보혁신 재단(이하 ITIF)의 보고서에 따르면 AI 관련 논문 발표 건수는 중국이 가장 많았다. 또한 지난 2023년 기준 중국과학원과 칭화대는 AI 연구논문 발표 순위에서 스탠퍼드대와 구글을 제치고 1, 2위를 차지했다. ITIF는 보고서에서 ‘AI에 대한 끊임없는 추진력과 전략적 투자로 중국이 미국을 따라 잡거나 능가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AI 굴기, 비결은?
중국 AI 산업의 급속한 성장 배경에는 △ 정부 주도의 정책 △해외 인력 유치 △방대 한 데이터 등이 있다.
중국은 지난 10년 동안 ‘중국 제조 2025’의 일환으로 AI를 포함한 여러 첨단 기술에 대한 전문성을 서서히 쌓아 오고 있었다. 지난 2015년 중국 정부는 대대적으로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는 ‘made in china’ 문구의 인식을 저품질이 아닌 고품질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AI는 올해까지 중국이 지배해야 할 10대 전략 사업에 포함됐다.
지난 2017년 중국은 ‘차세대인공지능발전 계획(이하 발전계획)’을 수립했다. 발전계획의 목표는 단계적으로 △2020년: 인공지능 기술 응용·개발 △2025년: AI 기술과 어플 리케이션 개발 △2030년: 세계 AI 혁신 선도를 달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AI △반도체 △5G 통신 등에 10조 위안을 투자했다. 이러한 흐름에 중국 기업도 AI 투자 및 자금 조달률을 대폭 늘렸다. 결국 지난 2023년 중국의 인공지능 투자 건수는 829건, 투자 금액은 약 2,434억 3,200만 위안(약 46 조 원)에 달했다.
또한 해외 인력 유치를 위한 프로그램도 시행 중이다. 중국은 지난 2018년까지 해외 인재 유치 정책 ‘천인계획’을 운영했다. 현재는 AI·반도체 인재를 대상으로 한 ‘치밍’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미국 명문대 박사 출신 연구진을 대상으로 중국 IT 기업 채용과 연계해 주택 구입 보조금과 약 5 억 4,200만 원에서 9억 원 가량의 지원금을 제공한다.
저렴한 데이터 수집 비용 덕분에 개발 자금이 경감됐다는 의견도 있다. 본교 스파르 탄SW교육원(이하 SW교육원) 신용태 원장은 “딥시크 같은 언어모델을 적은 비용으로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데이터 수집 비용을 아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국가 주도로 수집한 데이터를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국상업산업 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데이터 관련 시장 규모는 약 33조 원으로 추산됐으며 올해는 약 49조 5,000억 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AI 인재 전문 육성하는 중국 대학
중국은 대학에서부터 AI 분야 인재를 선발하는 ‘강기 전형’과 ‘AI 특수반’을 운영하고 있다. 강기 전형은 다방면의 시험과 면접을 거쳐 기초과학 능력자를 선발하는 입학 전형이다. 중국 상위 39개 대학이 자체적으로 이러한 입학 전형을 실시한다.
중국 내 AI 명문대로 꼽히는 칭화대는 AI 특수반 ‘야오반’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 진 학한 학생은 △컴퓨터과학 및 기술 △AI △ 양자정보 중에서 전공을 선택하게 된다. 베이징대는 튜링상 수상자인 존 에드워드 홈 크로프트를 영입해 컴퓨터과학과 기술 등을 가르치는 ‘투링반’을 개설했다. KIC중국센터 김종문 센터장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이공계 인재 양성에 장기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한국과 기술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해 딥시크 같은 AI기업 이외에도 △반도체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항공우주 등 첨단 기술 기업이 계속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AI 반도체는 1등인데…
R&D 지원은 뒤처지는 韓
한국은 AI 반도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 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AI 모델의 필수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약 9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AI와 관련된 다른 분야에서는 성과가 미미하다. △네이버 △LG AI연구원 △뤼튼테크 놀로지스 등이 AI 모델을 개발 및 운영하고 있지만, 세계적 영향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의 AI 산업은 연구개발(이하 R&D) 분야에서 낮은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미국 스탠포드대의 ‘글로벌 AI 활력 도구’ 에 따르면 한국의 AI 수준은 전 세계 7위로 평가됐다. 한국은 △국가 AI 전략: 100점 △ AI 법안 통과: 60점 △인터넷 속도: 77.16점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AI 논문 인용: 10.72점 △AI 논문 점수: 9.92점 △AI 컨 퍼런스 논문: 3.78점 등 R&D 관련 부문에서 매우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한국 정부는 33년 만에 R&D 총 예산을 삭감한 바 있다. 이는 지난 2023년 대 비 16.6% 감소한 수치다. 삭감으로 인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광주과학기술원 (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 울산과학기술원(UNIST)의 예산이 약 10%에서 15% 축소됐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도 23%의 예산 삭감을 겪었다. 올해 R&D 주요 예산은 대폭 증액이 예정됐으나 삭감 전과 비교해 0.1억 원 증액한 24.8억 원으로 책정 되는 데 그쳤다. 본교 글로벌미디어학부 김희원 교수는 “한국의 기술력으로도 딥시크와 유사한 모델을 만들 수 있지만, 충분한 데이터와 투자가 필요하다”며 “저작권에 대한 지나치게 보수적인 접근이 기술 발전에 어려움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딥시크 쇼크에 따른 한국 정부의 대응
딥시크 쇼크 이후 한국 정부는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기술이 미국보다 1.3년, 유럽 대 비 1년가량 뒤처지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지난달 25일(화)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 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인공지능 현안공청회 (이하 공청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상임 장관은 “글로벌 AI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우리나라도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청회에서는 AI 인재 육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박성호 협회장은 “중국은 주택 구입 보조금과 파격적 추가금을 지급하면서 해외 인재를 빨아들였다”며 “처우 개선, 우수한 연구환경 보장 등 여러 재정적 정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 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2026년 상반기까지 1만 8,000 장의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마련해 컴퓨팅 인프라를 확충하고 차세대 AI가속 기칩(AIU) 모델 개발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또한 AI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고 AI 데이터센터 관련 제도를 개선해 민간투자를 촉진할 방침이다.
대학에서 인재 키워야 하는데…
대다수 대학이 AI 관련 학과의 교원확보 및 실험·실습 기자재 부족 문제를 겪고 있 다. 지난 2022년 이화여대는 AI 학과를 신설했지만, 교원 8명 중 한 명만 충원할 수 있었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해외에서 AI 관련 석·박사를 취득 한 전문가들이 국내 대학에 선뜻 교수진으 로 합류하기에는 급여와 처우가 부족하다’ 고 밝혔다.
한편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가 이공계 인재 유출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이공 계열보다 의대 진학을 선호하는 ‘의대쏠림’ 현상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본교 전자정보공학부 이찬호 교수는 “의대쏠림은 지난 1990년대부터 심화됐고 이공계 연구개발인력이 업무에 비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해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정부와 기업에서 국가와 산업체에 대한 이공계 인력 기여도를 평가하고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해결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구 환경 개선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 교수는 “정원에 비해 고성능 GPU나 연구 공간이 부족해 일부 학부생 인턴과 대학원생들이 강제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저연차 연구자들에게 연구실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줄어 손해”라고 전했다.
본교의 AI 교육 현황은?
본교는 정부가 주관하는 △SW중심대학 사업 △4단계 두뇌한국21(이하 BK21) 사업 △디지털 신기술 인재양성 혁신공유대학 사업 등에 선정되며 AI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혁신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6월 본교는 SW중심대학사업에 재선정되며 오는 2029년까지 6년간 110억 원을 지원받게 됐다. 본교는 지난 2018년 SW중심대학사업 선정 이후 ‘2022년 SW중심대학 단계 평가’에서 우수 대학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 에 본교는 SW교육대학원을 설립하고 소프트웨어 중심 교육체계를 운영해 왔다. 신 원장은 “학생들이 SW교육대학원을 통해 해외 연수나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23년에는 BK21의 혁신인재양성사업 지능형반도체 분야에 추가 선정됐다. 본교는 오는 2027년 8월까지 △대학원생 연구 장학금 △신진연구인력 인건비 △교육과정 개발비 △국제화 경비 등에 쓸 수 있는 사업비를 지원받게 된다.
지난해 5월 본교는 LG유플러스와 채용연계형 계약학과인 ‘정보보호학과’를 신설하기도 했다. 이는 LG유플러스가 대학과 협력해 계약학과를 개설한 첫 사례다. 재학생들은 △AI 보안 △데이터 보안 △모바일 보안 △코드 관리 역량 등 사이버 보안 영역 전반에 걸친 실습 교육과정을 밟는다. 2학년을 마친 후 별도 전형을 거쳐 선발된 산학 장학생은 추가 지원금 및 LG유플러스 입사 기회가 주어진다.
AI 교육, 이렇게 바꿔야 한다
한국 AI 교육의 발전 방향으로 △실전 프로젝트 기반 학습 △산학협력 체계 강화 △ 강점 분야 개발 등이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이론 바탕의 학습보다 실무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실전 프로젝트란 단순히 동작하는 결과물이 아니라 문제를 논리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을 배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산학협력 체계의 강화도 필요하 다. 산학협력을 통해 기업은 실무 문제를 학술적으로 해결할 기회를 얻고 대학은 기업의 데이터와 실무 경험을 활용해 연구를 심화할 수 있다. 본교의 경우 삼성반도체 겸임교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AI 시장을 개척하기보다 본래 우리나라의 강점 분야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 교수는 “틈새시 장을 노리며 우리가 경쟁력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 글로벌 AI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 전문가 양성도 중요하지만, 모든 학생들이 AI 기본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 받 을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 교수는 “AI는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에 이공계 학생 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이 AI를 다룰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