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중에도 우리나라는 물가가 지속해서 상승했다. 이와 더불어 해당 기간에 최저임금도 동결된 적이 없었다. 비용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세상이 됐다. 교육과 지성이라는 굴레는 돈 벌이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암묵적 가치가 드디어 한계를 보인 것이다. 학교는 지속적인 물가 상승과 사회경제적 기준의 변화 안에서 ‘지성의 장’이라는 그 위엄과 무게에 갇혀 있었다. 이는 학교가 재정적인 변화를 꾀하기 힘들게 했다. 결국 경제 환경 변화에 발맞추지 못한 대학교의 재정과 등록금 인상 간의 괴리는 곪아버린 환부가 돼 버린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높은 품질을 위해서는 보다 좋은 재료와 더 높은 수준의 노동 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환경에서 본교가 뒤처지지 않으려면 교육의 질을 위한 재정적 변화를 학생들이 받아들여야 한다. 현재 본교는 재정적 수입의 60% 이상을 등록금 및 수강료를 통해 충당하고 있다. 학교의 수입원 중 사용 가능한 자금을 가장 손쉽고 정당하게 늘리는 방법은 등록금뿐이다.
학교는 결코 자선단체가 아니다. 구한말 우리나라에 세워진 학교들처럼 오직 선의로만 학교가 유지될 수 없는 것은 자본주의가 제대로 정착한 이상 불가능해졌다. 기자재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비록 다른 항목을 통해서 개별적으로 충당되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학교 전체 재정의 영향을 받는 것이 자명하다. 물론 수입 일부분은 재단의 이익을 위해서 흘러가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이익을 추구하는 단체로 바뀌어 버린 현재의 대학들과 재단들을 비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사회현상을 비난하는 것이다.
등록금을 올리지 못하는 이유 중에서 학생들의 직접적인 저항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국가장학금 정책도 한몫하고 있다. 국가장학금 II유형이라는 카드를 통해서 정부는 등록금에 족쇄를 채웠다. 등록금을 인상할 여지를 정부가 준다면 요직에 있는 자들은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표와 민심을 잃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정부는 계속해서 국가장학금 II 유형을 통해서 압박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학교가 동조하는 모습도 좋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학생들을 위해 국가 장학금을 학교 측에서 대응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본인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싶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위선적인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우리 학생들이 지금부터 가져야 하는 태도는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 정하는 것이다. 동시에 인상되는 부분이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그만큼의 보상을 학생들이 느낄 수 있게 받는지 계속해서 감시해야 한다. 부당하게 사용되는 부분은 없는지 철저히 봐야 한다. 우리가 낸 돈이 어디로 흐르는지는 우리가 감시해야 한다. 정당한 보상을 받는 것은 우리의 권리이지만 감시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기도 하다. 물건을 사더라도 최종적으로 물건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듯 끝까지 감시해야 하는 것은 우리, 학생들이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