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조만식기념관을 이용하는 학생이라면 한번쯤 봤을 법한 이 휘호. 그러나 이 휘호의 작가가 누구인지, 무엇을 뜻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본지와 함께 조만식기념관의 휘호를 알아보자.
휘호란?
휘호(揮毫)란 붓을 휘두른다는 뜻으로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휘호는 대부분 우측 상단의 두인(頭印)에서 좌측 하단 낙관(落款)으로 읽는다. 낙관은 글씨나 그림을 완성한 뒤 자신의 아호 및 이름, 그린 장소 및 날짜 등을 쓰고 도장을 찍는 것을 의미한다. 붉은 글씨가 작품에 적히면 양각, 흰 글씨가 적히면 음각이라고 칭한다. 두인은 낙관의 한 종류로 작품의 머리 부분에 찍기 때문에 머리 두자를 쓴다.
조만식기념관 휘호의 해석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는 한자의 특성을 살려 이 휘호를 읽어보면 다음과 같다.
得얻을 득/ 天하늘 천/ 下아래 하/ 英꽃부리 영/ 而재주 재/ 敎말이을 이 / 敎가르칠 교/ 育기를 육/ 之어조사 지/ 三석 삼/ 樂즐길 락/ 也어조사 야/
위 구절은 맹자의 ‘진심상(盡心上)’ 편 에 나오는 말씀 군자삼락(君子三樂)이 다. 이 구절이 나오는 부분을 읽어 보면 다음과 같다.
孟子曰 君子有三樂 而王天下不與存焉
父母俱存 兄弟無故一樂也
仰不愧於天 俯不怍於人 二樂也
得天下英才而敎育之 三樂也
위 구절을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맹자께서 말씀하시길 “군자에게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으니 천하에 왕 노릇하는 것은 여기에 들어 있지 않다. 부모가 모두 생존해 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고 우러러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 굽어 보아 남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이 두 번째 즐거움이며 천하의 영재를 얻어 그를 가르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다”
맹자는 군자삼락에서 국가를 경영할 경륜도 없고 백성을 사랑하는 인자함도 없으면서 왕도정치에는 귀도 기울이지 않고 오직 전쟁을 통해서 백성들의 형편이야 어찌 되든 패자가 되려고만 했던 당시 군왕들에게 왕노릇보다 기본적인 사람이 되라는 질책을 했다.
이 휘호의 좌측 하단을 잘 살펴 보면 한자로 ‘丁巳 怡堂 安秉煜’, 즉 정사 이당 안병욱이라고 쓰여 있다. 여기서 ‘정사’는 정사년을, 이당 안병욱은 본교에서 철학과 교수를 역임했던 안병욱 교수를 얘기한다. 본교에서 매년 진행되는 이당 논문상 역시 그의 호를 딴 것이다.
이당 안병욱
조만식기념관 휘호의 작가인 이당 안병욱은 평안남도 용강군에서 1920년 출생했다. 1939년 평양고보를 졸업하고 1943년 일본 와세다대 철학과에서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후 연세대 및 서울대 강사를 지낸 그는 1959년 본교에 부교수로 부임해 1985년 정년퇴직할 때까지 철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그후 1986년부터 그는 철학과 명예교수를 지내고 1991년 본교 명예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본교에서 △철학개론 △플라톤 △인도사상 등을 가르쳤다. 또한 일생 동안 49권의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은 그는 1998년 제1회 숭실인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지난 2013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